농사를 열심히 지어도 수확철이 되면 새와 산짐승 때문에 피해가 막심하다. 우리집은 옥수수를 약 2000평 심었는데 이제 수확철이 1개월 정도 남아 새와 멧돼지의 공격에 대비를 하여야 하는데 올해도 걱정이 태산이다. 매년 허수아비를 세워 보지만 그야말로 허새비다. 우리집 옥수수밭은 특히 까치가 피해를 많이 주는데 옥수수를 심을 때 씨앗을 파먹고, 익어 가면 또 끝을 쪼아 먹는다. 온전히 한 개를 다 먹지도 않고 찔끔 찔끔 흠만 내고 다니니 상품성이 되지 않아 버리는 게 많다. 까치는 머리가 참 좋은 듯 하다. 대나무를 열십자로 엮어 헌옷을 입히고 모자를 씌워둔 허수아비의 효과는 불과 몇 시간을 가지 못하고 까치에게 굴복하고 만다. 비웃기라도 하듯 허수아비의 팔과 머리에 떡하니 앉아 휴식을 취하는 까치의 모습을 보면서 허수아비를 만든다고 고생을 한 남편과 나는 헛웃음으로 까치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올해도 허수아비를 만들어야 할까? 우리는 고민을 해 보았지만 뭔가 뾰족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낮에는 까치가... 밤에는 멧돼지가... 특히 멧돼지는 바로 옆집에 개가 짖고 하는데도 태연하게 활보한다. 심지어 어둑해진 옥수수 밭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멧돼지가 논 언덕 위 언저리 저쪽에서 논 아래 일하고 있는 우리를 내려다보면서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정말 무섭기까지 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멧돼지와 까치. 그런데 허수아비를 무서워나 하겠는가? 그야말로 농사꾼이 짐승에게조차 허새비 취급을 받는 느낌이다 엊그제 치러진 6.13선거에서 각 후보들의 치열한 접전 끝에 당락이 갈렸는데 어떤 이는 당선의 영광을, 어떤 이는 낙선의 아픔을 경험했을 것이다. 결과야 어떠하든 모두 열심히 하였고, 후보자 개인뿐만 아니라 지지하는 주변사람들도 힘든 선거 기간이었을 법하다. 그런데 선거 기간 동안 약속했던 후보자들의 말들이 당선을 목적으로 한 거짓말이 아니길 바란다. 그동안 정치하는 분들이 보여주었던 모습들이 약속과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은 별개라는 듯이 보여준 행동들 때문에 이런 마음이 생기는지도 모르겠다. 농부를 허새비로 생각하는 까치나 멧돼지를 바라보는 농심이 어떠할지 생각해보면 정치하는 분들이 유권자 국민을 어찌 대해야 할지 그 안에 답이 있지 않을까? 진심이 통하고 진실이 통하는 세상. 선거 때 갑자기 나타나 표를 사는 행동 보다는 평소에 마음을 사는 모습이 훨씬 자연스럽지 않을까? 마치 멧돼지의 당당함처럼 갑자기 나타나서 옥수수(표)를 달라고 한다면 농부는 얼마나 당황스럽고 불편하겠는가? 유권자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그 진심을 읽는 사람. 약속을 지키는 사람. 상황이 여의치 못해 약속을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온전히 전달되어지는 사람. 특히 국민을 허수아비로 보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정한 국민의 대변자가 아닐까? 올해는 까치와 멧돼지의 공격에 대비한 특단의 허수아비를 만들 계획이다. 그렇게 당당하고 무지막지한 멧돼지와, 교묘한 까치의 도적질도 이제 심판 받게 될 것이다. 농부는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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