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 여행기 `1250원의 행복`- 9 마천면 금계마을(2018년 6월 현재) ♧ 의탄리 소재 ♧ 세대 69가구♧ 인구 132명(남73, 여59)♧ 농가 24가구♧ 주요농산물 : 고사리, 옻피, 옻순 ♧ 이장 : 이동식 지리산 천왕봉을 내 집 정원으로 품은 곳 마천면 금계마을 추성마을에서 엄천강을 넘어 오면서 처음으로 만나는 징검다리(노디)를 건너는 목이라 하여 ‘노디목’이라는 옛 이름이 붙여진 마을 그리고 지리산이 마을을 품고 있는 형상이 닭이 알을 품고 있는 모습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 금계마을! 금계마을은 지리산 둘레길 3·4구간의 분기점이자 지리산둘레길 함양안내센터가 있는 곳이다. 지리산둘레길 코스 중에서도 산과 계곡을 모두 경험할 수 있어 둘레길 여행자들에겐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도 손꼽힌다. 6.25 한국전쟁 이전의 금계마을은 초가집이 몇 채밖에 없었다. 의평마을에 거주하던 이종식씨가 정감록에 있는 금계동이 금대산 밑 현재의 금계마을이라고 단정하고 바위에다 금계동이라고 새겨놓았다고 한다. 한때는 지리산 피난지로 전해오기도 했다. 지리산 공비 소탕시 추성리와 의탄리 주민 전체를 이 금계마을로 피신시킨 일도 있었다.함양지리산고속의 농어촌버스를 타고 금계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마천면 소재지에 있으니 추성행 버스를 타면 된다. 함양에서 출발할 경우 금계정류장까지 1시간 20분정도 소요되며 버스에서 하차하면 바로 지리산 둘레길 1번지, 아름다운 금계마을이 시작된다. ● 마천면 최고1등 마을!“마천면 최고1등 마을은 당연히 금계마을이죠! 그 다음이 창원과 촉동마을 아닙니까”라며 냉큼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금계마을 자랑에 한창인 이동식(63) 이장님. “금계마을은 개명 전에 ‘노디목’이었어요. 지금은 의탄교(다리)가 개설되었지만 그 전에는 징검다리가 있었지요”라는 이 이장은 “옛날에 칠선계곡에 있는 마을인 추성·의중·의탄·의평 사람들이 엄천강 노디(징검다리)를 건너는 물목에 우리 마을이 있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고 말했다. 이장경력 8년차인 이동식이장은 또 하나 자랑할 게 있다며 “저 아름다운 지리산 천왕봉을 내 집 정원에 품고 사는 사람은 아마 우리 금계마을 사람들밖에 없을겁니다”라고 뿌듯해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창문을 열면 바로 정면에서 호젓한 기상을 뽐내는 지리산 천왕봉. 뜨는 해를 바라보며 그 아름다운 천왕봉과 함께 이동식이장은 커피한잔을 즐긴다고 한다.            ● 이학구·허점순 부부“옛날에 ‘~쟁이’라고 하는 말 들어봤지요?”라며 운을 떼는 이학구(72) 마을회관 추진위원장은 “우리 금계마을은 옛날 그 ‘~쟁이’들이 모여서 형성된 마을이에요. 예를 들면 ‘때움쟁이, 엿쟁이, 보디(삼베)쟁이, 솔쟁이’ 같이 요즘말로 하면 기술자죠. 풍족하지 못했던 시절, 그 ‘쟁이’들이 기술을 팔고 음식을 물물교환하면서 마을이 커지기 시작했으니까요” 한다. 이 위원장의 ‘자랑’ 바통을 이어받은 허점순(67)씨는 “지금은 고사리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지만 사실 옻간장, 옻된장, 옻진 등 ‘옻’ 이야말로 금계마을 재배작물 중 매출이 2번째로 차지했던 효자작물이다”며 “이 곳을 방문하는 많은 여행객들이 꼭 한번 맛보길 바란다”고 전했다.금계마을은 전통방식으로 옻나무 진액을 채취하는 화칠(火漆)로 유명하다. 금계마을 안재호(58)씨가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로부터 화칠생산 가업을 물려받아 2대째 화칠을 생산하고 있다. 화칠은 농한기동안 채취하지만 워낙 고가여서 수입이 짭짤하다. 화칠은 위장병에 특효인 것으로 알려져 찾는 사람들이 많다. 허점순씨는 금계마을만의 재미난 징크스로 “마을회관을 지을 때마다 국제변호사가 꼭 나온다”며 “내년에도 리모델링을 해야겠다”고 국제변호사 탄생을 기대했다.● ‘붕어빵’모자 이행자·양현수 이행자(65)씨는 금계마을에서 태어나 도안사(디자이너) 일을 했다. 할아버지 때부터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 1남 3녀 중 딸 하나만 빼고 모두 미대 공부를 시켰다. 어림잡아도 가장 젊어 보이는 청년을 향해 “쟤가 우리 아들이야” 한다. 큰 눈에 엄마와 닮은 외모로 눈길을 끈다. 타지에서 살다 50대부터 몸이 나빠진 행자씨는 다시 고향을 찾았다. 그 당시 그의 상태는 거동이 어려울 만큼 위독했다. 서울에서 게임캐릭터 디자인 일을 하며 잘 나가던 아들 양현수(38)씨는 일을 뒤로하고 29살 젊은 나이에 고향으로 내려와 어머니를 보살폈다. “전에는 마을 입구에서 회관까지 올라오는데 2시간이 걸렸는데 지금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건 기적이에요”라며 어머니를 향해 편안한 미소를 짓는다. 행자씨가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하자 현수씨도 시골생활이 좋아져 다시 도시로 떠나지 않았다. 지금 모자는 마을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행자씨는 마을조합 ‘알콩달콩’식당에서 전을 만들어 판다. 현수씨는 마을축제를 비롯한 마을벽화 등 디자인관련 일을 담당하고 있다. ● 지리산마천골금계마을영농조합법인의탄초등학교가 폐교된 후 이곳에 마천면지리산둘레길 함양안내센터가 들어서고 ‘지리산골돼지감자&흑돼지축제’가 열리면서 마을명소로 탈바꿈했다. ‘지리산골돼지감자&흑돼지축제’가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 등 방문객 및 가족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3회째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마을주민들은 의탄초등학교를 체계적으로 활용하고 마을수익을 높이기 위해 지리산마천골금계마을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마을주민들이 조합원에 가입, 마천면지리산둘레길 함양안내센터에서 ‘우리소리연구소’, ‘마을박물관’, ‘등산트레킹교실’ 등을 운영하여 마을발전을 위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무장 백현자씨는 “지금은 준비단계로 하나씩 탄탄하게 구성을 채워가고 있는 중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농특산물 판매와 주민들의 솜씨자랑과 기념품 판매공간마련, 샤워장 운영, 음료와 식사가 가능한 음식점 등이 운영되거나 준비중이다”고 전했다.※ 주소 : 경남 함양군 마천면 금계길 5 (前 의탄초등학교) / 대표이사 이동식(금계마을 이장)※ 지리산둘레길 함양군 안내센터 :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 870 (Tel. 055-964-8200) 근무시간(09:00 ~ 18:00, 매주 월요일 휴무) / 홈페이지(www.dullehygn.go.kr) ● 열일하기 바쁜 이동식 이장금계마을의 두드러진 발전에 일등공신은 당연 이동식(63) 이장이다. 마을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끈것도, 마을을 장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지리산마천골금계마을영농조합법인을 세운 것도, 마을주민들과 귀농귀촌 주민들의 다리 역할을 하는 장본인도 이동식 이장이다.마을주민들은 모두 입을 모아 ‘우리 이장’ 자랑을 한다. 이장이란 직책이 힘든 줄 뻔히 알면서 그 일을 누구보다 잘 하고 있어서 고마운 ‘우리 이장’이다. 이 이장은 취재진을 끌고 마을 꼭대기로 올라간다. “여기가 우리 마을 사는 신동이씨가 전원주택 택지 분양하는 곳이다. 사람들이 새로운 땅에 집을 짓고 함께 살면 금계마을이 더 번성할 것이다”며 분양지 이곳저곳을 소개한다. 잘 닦여진 택지는 200평부터 300평까지 전원주택을 짓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동식 이장은 돌아오는 길에도 “마을로 들어오는 길이 좁아 큰 차가 마을로 들어오기 힘들다.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우회도로가 확장되었으면 한다”며 주민숙원사업을 내비치기도 했다. ● 백한기 다큐멘터리 작가“지리산둘레길 다랭이 논에서 모내기하는 어르신들~ 촬영하고 왔어요” 자연을 담은 듯 초록색 벙거지 모자에 백팩을 둘러메고 한쪽엔 커다란 카메라와 함께 멋진 선글라스로 취재진을 맞이해주던 백한기(58) 다큐멘터리 작가. 그는 이곳에 산지 1년 6개월밖에 안 된 금계마을 신입생이다. 진주가 고향인 그는 부산의 종합일간지 국제신문 출신으로 대자연의 경이로움과 희귀 동식물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어 이곳에 정착했다.백 작가는 금계마을 앞으로 펼쳐진 지리산 자락을 가리키며 “저~기, 제일 왼쪽에 보이는 게 지리산 두류봉, 그 다음 2번째가 하봉, 3번째가 중봉, 제일 오른쪽에 솟아오른 산이 천왕봉이에요. 전망이 정말 끝내주죠? 사계절을 품은 천왕봉은 볼 때마다 감탄해요”라며 극찬을 한다. ● 마을 최고령자 이희섭씨금계마을 최고령자는 올해 107세가 되는 이희섭씨다. 이희섭씨는 이북에서 넘어와 교육자로 퇴임했다. 이씨는 경로당 창설자였기에 마천면에서는 금계마을에 처음 경로당이 지어졌다. ● 지리산둘레길 3·4구간함양 지리산둘레길은 지리산 800리(약 300km)를 잇는 도보길로 3개도(경남·전남·전북), 5개 시,군(함양군, 산청군, 하동군, 남원시, 구례군) 100여개 마을의 옛길, 고갯길, 논둑길 등을 이어 하나의 길로 만들었다. 자연과 마을의 문화를 만나 탐방객과 지역민이 하나 되고 화합을 이루고자하는 소망이 담긴 ‘둘레길’은 여행자들의 자기성찰과 지역주민에게도 도움이 되는 ‘공정여행·책임여행’의 걷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금계마을은 이 둘레길의 ‘3·4구간’으로 거리는 0.9km, 시간은 약 20분 소요된다. ● ‘알콩달콩’ 마을식당금계마을 입구, 명당에 바로 자리를 잡은 ‘알콩달콩’ 마을식당! 식당이름만큼 이곳에 오면 함께 여행한 벗(友)뿐 아니라 주민들과도 알콩달콩 담소를 나누며 맛있는 음식으로 여행의 멋과 맛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금계마을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는 이 식당의 메뉴는 돼지고기 숯불양념구이 1인 8천원, 삼겹살 1인 1만원, 예약해야만 주문이 가능한 옻닭·옻오리 1마리 각각 5·6만원, 점심메뉴는 잔치국수 4천원, 김치찌개 7천원, 된장찌개 7천원 등이다. ※ 알콩달콩 마을식당 예약 : 010-6556-5451● 600년 된 우산 소나무마을 어르신들이 어릴 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소나무. 마을 뒤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소나무 한그루가 내려다보고 있다. 이 나무를 ‘우산 소나무’라고 부른다. 그러고 보니 우산처럼 생겼다. 600여년이 넘은 소나무라 보호수로도 지정이 가능하지만 자연그대로 마을에서 보존하고 있다.● ‘50년 우정여행’ 윤두식·김선호“정년 후 제주 ‘올레길’을 가려다가 경남의 명산, 지리산 ‘둘레길’을 첫 여행지로 택했는데 정말 잘한 선택 같아요!”라며 ‘엄지척’과 함께 환한 웃음을 지어주던 윤두식(63)·김선호(63) 여행자. 올해로 벌써 50년 우정이라고 한다. “걷는다는 건 역시 인생과도 같네요.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계속 걷다보면 길이 나오고 어느 순간 원하는 곳에 가 있으니까요”라고 인생의 교훈을 얻어가는 윤두식씨와 “속세를 떠나 산길을 걸으니 너무 좋네요.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걸어봤으면 좋겠어요”라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미(美)를 터득해가는 김선호씨. 정세윤·박민국·하회영·이혜영·유혜진·차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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