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동독서 지도사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까 어떤 분이 내게 조심스럽게 부탁을 했다. 자기 아이가 어린이 집에 다니고 있는데, 하도 맹랑해서 이 아이가 과연 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될까 걱정이 된다는 거였다. 그래서 마침 시간이 나기에, 알겠다고 하고는 미리 시간을 정해 두었다가 그림책을 한 권 들고 그 집에 찾아갔다. 정말 아이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가 아니었다. 나는 아이에게 다가가서 ‘목사님이 책 읽어 줄어줄게’ 그랬더니 의외로 그 아이는 내 옆으로 쪼르륵 다가오더니 얌전히 앉았다. 그런데 내가 막 책을 읽어 주려고 하는데, 이 녀석이 먼저 선수를 치고 들어오는 거다. “목사님, 목사님, 내가 문제 하나 낼게 맞춰 보세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래, 무슨 문젠데 그러니? 한번 문제를 내 봐라!”고 했더니 문제를 내기 시작하는데, 나는 한 문제도 못 맞추고 말았다. 자가용의 반대말이 뭐냐고 물어 보는데, “자가용의 반대말? 영업용이냐?” 그랬더니, “아뇨, 자가용의 반대말은 커용!” 그러는 것이 아닌가. 나, 참 기가 막혀서…. “나나가 지구에 오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또 묻기에, “글쎄 나는 만화 영화 같은 걸 안 봐서 잘 모르겠는데…” 그랬더니 나나가 지구에 오면 “지구 온 나나(지구 온난화)”가 된다나? 그밖에도 내가 골탕 먹은 난센스 문제들이 꽤 많다. 아빠 두 명에 엄마 한 명을 네 글자로 줄이면 뭐냐는 거다. 이 녀석이 벌써부터 어른들의 불륜을 얘기하는 건가 싶었는데, 글쎄 아빠 두 명에 엄마 한 명을 네 글자로 줄이면 ‘두부 한 모’란다. 그러면서 ‘목사님 같은 신사들이 인사를 할 때는 어떻게 하는 건지 아세요?’ 그러기에, 마침 애 엄마도 음료수를 사러간다고 잠깐 나가고 없기에 잘 됐다 싶어서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야, 이놈아! 인사할 땐 악수를 하든지 아니면 그냥 안녕하세요? 그러는 거지.”그랬더니 그 녀석이 배꼽을 잡고 웃으면서 손사래를 치면서 이러는 거다. “틀렸어요. 틀렸어요. 목사님이 그것도 몰라요? 신사가 하는 인사는 이거예요. 신사임당!” 내가 속으로 얼마나 화가 나던지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요즘 아이들이 이렇게 똑똑하다. 똑똑하다 라기 보다는 어른들을 가지고 놀 만큼이나 영악하다. 그런데 아무리 이렇게 똑똑하고 영악해도 그런 아이들에게 정말 참 지혜와 지식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어디 아이들뿐이겠는가?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 각자 자기들 나름대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자기만의 노하우, 즉 지혜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 세상에서 아무리 많은 학문을 연구해서 세상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 너무나 추하고, 너무나 형편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터져 나오는 정관계 로비 사건들, 뇌물 수수 사건들,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모습들, 이런 것들을 보면 사람들이 세상에서 못 배워서 그렇게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성경은 우리들에게 지혜와 명철에 대해서 이렇게 충고하고 있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벌써부터 한여름 날씨가 계속되면서 에어컨 없이는 못 살 정도가 되었다. 이렇게 천기는 분별한 줄 알면서 시대를 분별할 줄 모른다면 참으로 지혜 있는 사람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라의 정치는 더더욱 그렇다. 무조건 큰소리를 쳐가면서 자기만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마구잡이식으로 일을 해 나간다면 그런 지도자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마침 낼모레 6. 13 지방선거가 있다. 유권자들은 이미 일찌감치 사전 투표를 해 놓고는 여유 있게 휴일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입후보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뛰었겠지만, 유권자들은 다 알고 있다. 아무리 약은 체를 해도 국민들은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 그런 정치 지도자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 말로만 떠드는 것이 아니라, 행함과 진실함이 있는 그런 정치인들을 우리는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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