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향교일을 맡으면서 경상남도청으로부터 유림교육 지원 자금이 내려왔다. 교육 계획을 세웠다. 한문과 한시, 서예교육을 준비했다. 처음은 함양향교에서 실시하다가 함양초등학교 앞 건물 4층 유림회관에서 유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했다. 한문은 정순민, 한시는 김윤수, 서예는 이창구 강사로 처음 위촉했다. 자주 유림회관에 나오시는 분들의 자질향상에 기여했다. 2010년에 상림입구에 유림회관을 건립하여 3층 교육장을 개설했다. 이곳에서 논어 대학 맹자 등은 임채갑·김찬수 강사가, 한시는 이용근 강사, 서예는 이연주강사가 지금까지 교육해 왔다. 함양유교대학을 개설하여 성균관 대학교 교수가 강의하고 학생70여명이 매주 토요일에 1학년 2학기 과정을 하고 있다.
이중에 제일 외부로 빛을 발하는 종목이 있다. 서예이다. 이연주 서예학원 원장이 8년째이다. 이곳에서 서예를 배운 학생 중 각종대회에 나아가 상과 상금을 받았다. 또 작가로 인정받는 초대작가증서를 받은자도 생겨났다. 이연주 강사는 제15회 경남여성 휘호대회 대상과 상금, 제2회세종대왕 한글 서예휘호대회대전 대상과 상금, 문경 서예휘호대회대상과 상금, 2017년에는 광주 5.18 서예 휘호대회에 대상(국무총리상)을 받아 함양을 알렸다. 휘호대회는 현장에서 종이를 받아 붓으로 써서 내는 방식이다. 이연주 강사의 지도를 받은 수강생들이 각종 서예대전에 작품을 제출하니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지금까지 연마한 실력을 작품으로 나타났다. 차곡차곡 쌓인 점수는 초대작가로 인정받았다.
초대작가증서를 받으려면 점수를 획득해야 한다. 입선은 1점, 특선 2점, 우수상 3점, 최우수상 4점, 대상 5점을 주어 12점 내지 15점을 받아야 초대작가증서를 받는다. 각 대회마다 약간의 점수와 작품 받는 수량이 다르다. 제출한 작품은 상금이 있는 우수상 이상 작품은 주최 측에서 보관하고 상금이 없는 작품은 전시하고 나면 개인에게 돌려준다. 안 돌려 주는 곳이 두 곳이다. 하나는 대한민국 서예대전과 농협에서 실시하는 농어민 서예 대전이다. 이 두 곳은 작품제출을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전국에서 많이도 접수한다.
초대작가증서는 서예대전을 실시하는 곳에만 해당된다. 우리나라에 서예 미술대전이 무수히 많다. 최근에는 각 고을마다 만들려고 한다. 초대작가증서를 받게 되면 그 대회에만 출품을 하지 못한다. 그 대회의 졸업장이다. 다른 서예대전은 참가할 수 있다. 나도 이연주 강사의 지도를 받아 한국 동백서화 대전에 제출하여 특별상 특선, 입선 등을 받아 12점으로 초대작가증서을 박경희·조점례씨와 같이 지난 5월26일 받았다. 그동안 노력한 보람을 느낀다.
어릴 적에 함양읍 기동마을 어귀에 할아버지(백하(白下)의 제자 정환우선생이 운영하는 서당이 있었다. 지금은 재실로 낡았다. 중학교를 마치고 이 서당에 입문했다. 당시에 각 지역에서 20여명이 출퇴근하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도 천자문을 배웠다. 가르치는 방식은 한번 설명하고 읽어 외우고 또 붓으로 체본을 적어주면 본따서 썼다. 외운 것은 선생 앞에 책 덮고 다 외워야 다음 진도가 나간다. 나도 10일만에 천자문을 다 외우고 다음 과정 한시(漢詩) 공부를 했다. 당시 한시를 외웠으나 지금은 기억도 없다. 모든 게 새로 공부해야 했다. 그때 서예대회는 학교에서 하는 대회 외 알 길이 없었다. 젊어서 돈 벌기 바쁘고, 나이 많아서 향교 유림교육에 나오니 세상이 변해 서예 초대작가란 제도도 접해본다.
함양은 선비고을이라고 자랑하지만, 예술세계 중 미술협회는 있어도 서예단체와 행사는 없다. 함양이 더 발전되어야 하는 점이다. 함양에도 서예 휘호대회를 지난 5월12일 관영차밭 주위 느티나무 밑에서 부산에 있는 정다문화원(대표이사 서정향)이 주최하고 양산지회, 진주지회, 원정, 신리, 자심, 문원차회에서 협찬하여 열었다. 관영차밭은 함양군 휴천면 남호리에 있으며 점필재 김종직선생을 기리는 유적이다. 이날 휘호대회는 붓과 먹, 벼루는 각자 지참하고 종이만 주최 측에서 받아 점필재선생 ‘시’를 서체는 자유로 하여 붓으로 써서 제출하는 행사를 했다. 함양읍에 거주하는 조점례 여사가 전서를 써서 대상을 받았다. 또 같은 날 5월12일 여주에서 실시하는 제8회 세종대왕 전국 한글 휘호대회에서 함양고등학교 3학년 배정민 학생이 중·고등부 대상(경기도지상과 상금)을 받았다. 같이 참석은 못해도 함양인으로 축하할 일이다. 서예인을 축하하기 위해 필묵회(회장 마장현)를 운영하여 지원하고 있다.
함양에도 서예의 미지세계를 이연주 학원 원장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젊은 강사로 나이가 많은 유림들에게 말없이 체본을 써서 주어 이를 보고 붓글씨 수련을 해 초심자들이 날마다 늘어났다. 이연주 원장은 학원 외에 함양향교와 함양읍 자치센터, 함양문화원에서 각자 배우고 싶은 대로 예서, 전서, 행·초서, 한글 등 자유자재로 일필휘지(一筆揮之)하여 그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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