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생강을 심었습니다. 생강을 심고 짚으로 덮어두었는데 생강 싹과 함께 초석잠이 곳곳에 올라왔습니다. 지난해 초석잠을 심은 곳에 생강이 심겼고 초석잠 뿌리가 남아있었나 봅니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결국 초석잠 싹을 빼어버렸습니다. 지금은 여린 싹이 예쁘게 자라지만 둘 다 자랄 때는 생강의 성장에도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초석잠도 제대로 자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텃밭을 처음 가꿀 때에는 이런 경우에 그냥 두었습니다. 자라는 모습이 예쁘고 신기하기만 했지 그 결과를 잘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경험을 통하여 식물도 각자의 장소에 심어야 올바른 성장과 수확을 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비단 식물뿐만 세상 모든 만물의 이치이기도 합니다. 흙은 농사에 없어서는 안될 것이며 소중한 것이지만 논이나 밭에 있어야만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흙이 집안에 있다면 더러운 것이 되며 버려야 할 것이 됩니다.
사람도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역할과 본분에 충실함을 의미합니다. 삶의 과정 속에서 많은 일들이 있고 하고 싶은 것들이 있지만 내가 가야 할 자리, 있어야 할 자리를 분별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어느 목사님께서 집 주변에 고사리가 있다고 꺾으러 오라고 해서 갔습니다. 사모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고사리를 엄청 많이 꺾었습니다. 새벽 일찍 꺾어야 하는데 새벽기도 시간에도 고사리가 눈앞에 아른거렸습니다. 혹시 늦으면 다른 사람들이 다 꺾을 것이 아닌가 조바심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기도 하는 것도 중단하고 고사리를 꺾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기도가 중요하기에 이제는 조바심을 내지 않고 새벽기도 후 기도시간을 충분히 갖고 고사리를 꺾습니다” 고사리를 꺾는 일은 잘못되거나 나쁜 일은 아니지만 목사 사모로서 기도 하는 자리를 더 소중하게 생각한 것입니다.
교회에서는 매일 새벽기도회를 모입니다. 우리교회는 요즘은 오전 5시에 모입니다. 함께 찬송하고 기도하고 성경 말씀 나누고 개인기도 시간을 가집니다. 저는 새벽기도를 위하여 오전4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기도회를 인도 한 후 1시간의 개인기도시간을 가집니다. 그런데 요즘 같은 계절에는 기도시간을 단축하고 텃밭에 나가 밤새 자란 오이며 참외며 땅콩이며 토마토 등을 살펴보고 잡초를 제거해주는 일과 다른 일들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앞설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목사로서 기도의 시간이 소중하기에 매일 매일 국가와 사회와 교회와 가정을 위하여 기도하는 자리에 있습니다. 목사로서 올바른 삶을 살고 있는지, 성도들을 바르게 섬기고 있는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돌아보며 오늘 있어야 곳이 어디인지 살펴보게 됩니다.
계절의 여왕 5월을 보내고 6월을 맞이하게 됩니다. 5월은 가정의 달로서 어린이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이 있었습니다. 이런 기념일을 통하여 그 은혜에 감사하는 의미도 있지만 부모로서, 자녀로서, 선생으로서, 부부로서 있어야 할 곳에 있는지를 다시한번 깨닫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제 6월이 되었습니다.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입니다. 독립ㆍ호국ㆍ민주화 과정을 거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하신 분들에게 추모와 감사를 전하는 달입니다. 있어야 할 곳에서 자신들을 희생하신 분들의 희생의 토대위에 오늘날 우리의 삶이 이루어 졌음을 생각하며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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