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흡연을 살펴보면 한국에서는 여자가 대놓고 공개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데는 사회적인 거부감이 강하다. 한국 남성의 흡연율은 높으나 여성의 흡연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며, OECD 평균의 4분의 1 수준이다. 가끔 담배 피우는 여자에게 시비를 걸었다가 싸움이 나거나 하는 뉴스가 올라오기도 한다. 남자처럼 대놓고 걸어가면서 피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는 집 근처 공터에서 담배꽁초를 청소하던 여고생이 흡연자로 오해받아 모르는 아저씨에게 쌍욕을 먹고 물을 맞은 사례도 있었다. 담배 피우는 여성을 화류계(花柳界) 종사자라 단정하는 사람도 많다. 여성이 입사 면접 때 긴장을 풀려고 담배를 피우다가 그 냄새 때문에 면접관이나 직원에게 들켜서 취업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다. 면접 자체가 취소되는 건 아닌데 들킨 다음 면접에 들어가 보면 이름이랑 질문 두어 개만 묻고는 면접을 끝내버린다. 단체 면접일 경우에는 들킨 여성한테 아예 질문을 안 한다고 한다. 성차별적인 시선이라는 주장이 있기도 하다. 한 마디로 한국 여성 흡연율이 그토록 낮은 이유가 여성의 뛰어난 자제력이나 건강에 대한 인식 때문이 아니라 여성 흡연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인식 때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비록 그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여성 흡연의 경우 태아에게도 해가 되는 등 훨씬 해롭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아기를 여자 혼자 낳는 것도 아니고 간접흡연 문제도 있는 등 다른 사항을 고려하면 결국 남성도 다를 게 없다. 그러다보니 1998년에는 일부 여성운동가들이 여성흡연권 쟁취를 위한 거리 행진대회를 벌인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을 빌미로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게 마치 여성에게 이득이 되는 양 말하는 것도 삼가야 할 것이다. 애초에 여성 흡연율이 낮다기보다는 한국 남성의 흡연율이 OECD 중에서도 높은 편인 것뿐이다. 여성의 흡연권 쟁취도 사실 포괄적으로 보면 ‘흡연 자체를 기피하는 사회적 인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모순이 존재해서 점차 사그라들었다. 이런 흡연에 대한 성차별 시선이 형성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적어도 조선 시대에서 20세기 정도 까지만 해도 여성의 흡연에 대한 금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광수 등 1920∼30년대에 활동했던 작가들의 소설에서도 여성 흡연이 특별한 문제없이 묘사되는 걸 보면 과연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의식인지도 의문이다. 심지어 1960년대 한국영화에서도 흡연하는 여성들이 아무런 문제없이 등장하기도 하고, 여성전용 담배 광고까지 있었다고 한다. 여성 인권 억압이 극심한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국가에서도 여성 흡연에 대한 금기는 찾기 힘들다. 여성 흡연에 대한 편견이 심했던 것은 서양이다. 예를 들어, 영화 〈말레나〉에서 모니카 벨루치가 연기한 주인공이 입에 담배를 물자마자 주변의 수많은 남성들이 불을 들이미는 장면이 나온다. 이 시기의 이탈리아에서는 담뱃불을 받아 피우는 것이 그 사람과의 하룻밤을 허락하겠다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기도 했다. 원래 서양에서는 여성의 흡연을 금기시했다고 한다. 여성 운동가 중에는 이러한 풍조에 저항하기 위해 일부러 담배를 피우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여자가 바지도 못 입던 시절의 이야기. 20세기 되어서는 서양권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태연히 담배 한 대 달라고 하는 모습이 흔해졌고 영화 등에서도 남성이 여성에게 담배를 권하는 장면이 등장하게 되었다. 지식채널e에서는 에드워드 버네이스가 담배 회사의 이득을 위해 여성의 흡연이 권리인 것처럼 포장하여 선동하였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여성의 인권이 낮았던 때, 이미 미국 패션과 유흥의 중심지였던 뉴욕의 부활절 퍼레이드 때 모델들을 고용해 행진하다가 일제히 담배를 피우게 했다. 이와 관련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특이하게도 ‘레즈비언들은 흡연자 비율이 높다.’는 괴상한 편견이나 속설도 있다. 다만 레즈비언들은 성 지향성에 대한 고민이나 사회적 편견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아 흡연자의 비율이 높기는 하지만, 레즈비언인 것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결론은 여성에게만 흡연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존재하고 이로 인한 차별이 발생하는 건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담배를 피우는 여자에 대한 흡연 자체가 좋은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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