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 여행기 ‘1250원의 행복’ - 5 당신의 주머니에서 딸랑딸랑 동전소리가 들립니까? 주머니에서 꺼내 든 돈이 1250원만 된다면 떠나십시오. 농촌시골버스가 당신을 함양 어디든 데려다 줄 것입니다.지리산함양고속에서 운행하는 농촌시골버스는 22개 노선. 농촌시골버스는 함양 11개 읍면 작은 마을 곳곳을 누빕니다. 지리산 청정골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그들의 삶속에 묻혀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시골버스 여행기 - 1250원의 행복’을 통해 펼쳐집니다. 서하면 황산마을(2018년 5월 현재)- 황산리 소재   - 세대 46가구- 인구 127명(남54, 여73)- 농가 53가구- 주요농산물 : 벼, 곶감, 사과  - 이장 : 장충명(60)자연과 내가 하나되는 정자의 고장 함양 시골버스(지리산고속)를 타고 옛 선비들이 즐겼던 정자와 누각을 찾아 떠난다면 함양읍에서 선비문화탐방로가 있는 봉전마을을 지나 황산마을로 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황산마을은 선비의 기품이 살아있는 고장답게 풍류와 멋을 느낄 수 있는 정자와 계곡이 있어 관광객뿐 아니라 젊은 트레킹족까지 반길 수 있는 곳이다.조선 선조시대에 거창 장씨가 들어와 살면서 농경촌으로 개척된 이 마을은 어진 선비들이나 문장가를 많이 초청해 글공부에 열중한 덕분에 명인들을 많이 배출했다. 마을 앞 화림천 대연동계곡에 펼쳐진 반달모양의 ‘차일암’ 바위는 수백명이 앉을 수 있어 조선시대버전 회식장소(핫플레이스)라고 할 수 있다. ‘동호정’ 아래 선비와 시인들이 모여 시를 읊고 학문을 논하고 낚시를 즐겼던 그 곳, 예술과 전통이 살아 숨 쉬는 황산마을로 떠나보자!◈ 풍류와 멋의 고장 서하면 대표 곡창지대 “한 해 농사를 지으면 3년을 먹었다”며 논이 많은 황산마을을 매우 자랑스럽게 말해주던 장순영(74) 노인회장님. 황산마을은 서하면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다. 현재도 벼농사를 짓고 있지만 곶감, 사과, 인삼 등 재배작물을 늘렸다, 장 노인회장은 “황산마을은 경사가 높아 비가와도 빗물을 모을 수가 없어 바로 흘러내려갔어. 그래서 물이 늘 부족해 냇물이나 계곡물로 모내기를 했지. 잡곡을 많이 생산했던 이유도 바로 그래서야”며 그 시절을 회상했다.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때보단 못해도 여전히 벼농사도 하고 있고 지금은 곶감을 많이 해. 힘들 때는 마을사람들끼리 서로 도우면서 잘 해나가고 있어” 한다.지금도 마을어르신들이 70세·80세가 되면 생일파티 겸 마을회관에 모여 소소하게 잔치를 연다는 ‘황산마을 사람들’ 옛 선조들이 어우러져 풍류 즐기는 모습이 지금도 재연되고 있다.           연상연하 커플, 장채영(82)·이시남(83) 노부부 ‘나이가 뭣이 중한디?’ 그 유명한 영화(곡성) 대사처럼 인터뷰하는 취재진에게 제일 먼저 말을 건넨 이시남(83) 할머니의 한마디, “기자색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요즘 세상이 얼마나 좋아~ 하고 싶은 거 다 해”하며 환하게 웃으신다. 17살에 지곡에서 황산리가 고향인 장채영(82) 할아버지를 따라 시집온 이시남 할머니는 “나는 부자였어, 그 당시 부자라면 당연히 ‘일 부자’지. 그때는 삼베(옷)를 많이 짰어. 눈이 아주 밝아서 작은 호롱불 밑에서도 베를 잘 짰어. 물론 그 덕에 손가락이 휘는 영광의 훈장도 얻었지만”하며 부끄러운 표정으로 손을 감춘다. 옆에 있던 장채영 할아버지도 “고생했지 그때.., 그래도 그때는 진짜 부자였네. 베 짜는 아낙네도 많았고. 지금처럼 농사 하나로 걱정 안했어” 한다. 또 “우리끼리 외식하려면 거창을 자주 가. 함양은 사람이 많아서 안가. 여기 황석산성가는 길에 등산로를 멋지게 내주면 가게도 들어서고 할매도 맛난 거 먹을 수 있고 참 좋을텐데”하며 은근히 할머니를 챙긴다. “기자 아가씨가 여기 식당하나 차려봐”하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말이 참 달달하게 들린다.      전통과 예술을 잇다, 삼림 송문영 전통서각 본거지인 함양의 황산마을을 간다면 꼭 만나봐야 할 아티스트 1위! 삼림 송문영 서각가. 갑작스런 취재진의 방문에도 시원한 딸기주스로 삼림서각연구소의 문을 활짝 열어주던 그. 예술로 재탄생할 준비를 마친 향긋한 나무들 냄새와 40년도 더 된 수십개의 조각칼 그리고 묵묵히 서각을 새기던 송문영 선생의 제자까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에 서있는 듯하다. 완성된 작품을 향해 그는 “지리산 제일문, 진주성 촉석문, 안의 농월정까지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많다. 서각은 나무를 고르는 것부터 스케치, 조각, 보관 등 수일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함양에서 태어나 평생 아버님 붓글씨 쓰시는 모습을 거울삼아 나또한 40년간 서각가로 활동했다”며 자랑스럽게 웃는다. 지금까지 70회 이상 전시, KBS·MBC·EBS 등의 방송출현 및 각종 미술대전 심사위원까지 활발하게 활동중인 송문영 서각가야말로 옛 선조들의 예술혼을 그대로 이어받은 건 아닐까? 황산마을의 살아있는 예술가를 우린 만났다.※ 삼림서각연구소 : 경남 함양군 서하면 황산길 53-53 (T. 055-963-7723)          ◈ 관광명소 동호정 황산리의 무릉도원조선신대 임진왜란 당시 선조 임금의 의주몽진을 도와 공을 세운 동호 장만리 선생이 관직에서 물러난 뒤 이곳에서 유영하던 곳이다. 그 충성심을 기리기 위해 그의 9대손 가선대부오위장(嘉善大夫五衛將)을 지낸 장재헌 등이 중심이 되어 1890년에 정자를 건립했다. 동호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로 세워진 단동의 중층 누각건물로 화림동 계곡의 정자 중 가장 크고 화려하다.차일암 동호정을 더 빛내다동호정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는 차일암. 아름다운 수변경관과 더불어 넓은 강폭에 펼쳐진 반월모양의 차일암은 보는 이의 마음에 시심(詩心)을 불러일으킨다. 예로부터 이곳에서 많은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다. 수정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가운데 차일암이라는 너럭바위가 있어 지나가는 나그네의 발걸음을 더욱 늦추게 만든 건 아닐까?황석산성, 역사를 지키다 높이 3m, 둘레 2.5㎞로 황석산 정상부를 따라 축조된 삼국시대의 고성으로 1987년 국가지정 문화재 사적 제322호로 지정됐다. 선조 30년(1597) 왜군이 침입하자 함양군수 조종도와 안음 현감 곽준은 호남과 영남을 잇는 요새인 이곳을 왜군이 반드시 노릴 것으로 판단해 군민을 이끌고 의병을 일으켜 왜군에 맞서 싸웠다. 황석산성은 규모는 작지만 여기 서려있는 민족혼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산 역사로 남아 지금까지도 후손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 길에서 만난 사람 황산마을 ‘걸크러시’ 윤정애씨 “빵~빵~ 길을 비켜라” 본인보다 3배나 커 보이는 사륜오토바이를 능숙하게 모는 여자, 윤정애(74) 어르신. 챙 넓은 모자에 금 귀걸이와 진주 목걸이까지, 정말 같은 여자가 봐도 멋있다! 흔히 요즘말로 ‘걸크러시’ 느낌 제대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윤정애씨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우릴 붙잡는다. “어머니~너무~ 멋지세요”하며 엄지를 치켜세우니 “예쁜 기자 아가씨들~ 커피라도 타줄까?”하며 낯선 이에게도 친절을 베푼다. 정애씨는 21살에 윗마을인 서상에서 아랫마을인 서하 황산마을로 시집을 왔다. 오토바이 뒤에 있는 박스는 고추모종으로 300평 정도의 고추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집 앞에 그녀만의 전용차(오토바이)를 세워두고 노인회장님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이시대 ‘걸크러시·센 언니’같지만 커피물을 끓이려 집에 들어가던 정애씨의 그 뒷모습에는 따뜻한 마음이 한가득 담겨있었다.황산마을 나무꾼 송석윤(86)·송호영(89) 어르신 옛날부터 살기 좋은 마을이다. 이곳이 고향이라 어릴 때부터 살았다는 어르신은 마을 너머에 있는 황석산성까지 아침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씩 올라가곤 했다고 회상했다. 어릴 때는 뛰놀던 곳이지만 청년이 되어서는 이곳에 나무를 하러 갔다. 옛날에는 없이 살아서 시장에 나무를 팔았다. “그 때 시절이 좋았다. 나무봇짐을 한 가득 해서 장에 내다 팔면 그 당시 200원은 족히 받았다”며 흐뭇해 하신다. 200원이면 안의장에서 이것저것 살게 많았다. 나무 팔아 자식도 키우고 전답도 사고 그렇게 80여년의 세월을 보내고 지금은 어린시절부터 변함없이 마을을 지켜주던 나무 그늘에서 운동을 하고 계신다. 오늘은 함양군장애인목욕탕에서 운영하는 차를 타고 목욕탕에 가는 날이다. 목욕탕 가는 길 마지막까지 황석산성을 자랑하며 꼭 올라가보라고 권하시며 차에 오르신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정세윤·박민국·하회영·이혜영·유혜진·차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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