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답게 모든 초목들이 푸르름을 더해 가는데 대나무만 홀로 누런빛을 띠는 시기다. 이런 모습을 옛 어른들은 죽추(竹秋)라고 했다. 소춘(小春)이 가을 속에 들여 놓은 봄이듯이 대나무에 대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봄 속에 가을을 넣어 살아온 선조들의 풍류스러운 모습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죽추는 새 죽순이 나오는 시기에 어미대나무의 영양을 대부분 죽순에 보냄으로서 어미대나무에 일시적인 영양 결핍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새 생명의 탄생과 키움에는 노력과 희생이 수반되는 쉽지 않은 일로 자연 생태계나 인간 세상이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대나무는 천근성으로 뿌리가 얕게 옆으로 뻗어 나가면서 번식해 나가므로 온 가족이 뿌리를 같이 하는 대가족 형태를 이루고 있다. 3대가 함께 살았던 대가족 제도의 온전한 모습을 머지않아 대숲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다.
대나무는 천여종이 넘는 품종이 있다고 한다. 그중 맹종죽은 죽순을 식용으로 할 수 있는 품종이다. 맹종죽의 이름의 유래가 중국 오나라 재상 맹종의 어머니가 한겨울에 죽순이 먹고 싶다고 하자 효심이 깊었던 맹종이 대밭에서 정성을 다해 기도하자 하늘이 감동했는지 대나무가 감응했는지 눈밭에서 죽순이 솟아 어머니 소원을 들어 주었다는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나무는 일상생활에 다양하게 쓰여 왔지만 정신문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왔다.
사군자에 대나무가 포함되어 있는데 추운 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고 곧게 서 있는 자세와 속을 비운 욕심 없는 모습이 사군자 중에서도 가장 많은 덕목을 갖추고 있고 이조시대 문장가인 윤선도의 오우가에도 벗으로서 낙점을 받았으니 그만한 품격을 갖추었기 때문일 것이다. 선방에서 스님들이 수행 정진할 때 경책으로 사용하는 것도 대나무의 상징성 때문에 채택 되었을 것이다.대나무는 뿌리와 몸통, 마디, 가지, 잎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제 임무를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유지 될 수 없듯이 국가나 사회, 가정도 구성원이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 발전할 수 없고 존립마저 위태롭게 되는 것이다.
어린 죽순이 어미 대의 영양을 받고 자라지만 어미 대에 다시 영양을 주어 보답하지 않는 것 같다. 그저 당당하게 성목으로 자라 뿌리를 튼튼하게 하여 대(代)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답하는 것이다.
출산율이 저조한 시대에 반포지효(反哺之孝) 형태의 효보다. 대나무처럼 효를 실천하는 것이 선행 되어야 할 효가 아닐까 생각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은 최소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살아야 이루어지는 공동체인데 이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다. 농촌은 고령화로 1인가구가 되고 젊은이들은 여건이 안 맞거나 아예 결혼을 기피하는 경향으로 1인가구가 늘어나고 있고 젊은이들의 출산기피현상으로 인구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가 10여년간 200조가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아이 낳아 길러야 한다는 사명의식을 갖지 않고는 어떤 정책을 시행해도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우스갯소리로 복 많은 사람을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라고 말한다. 결혼하고 아이 낳아 기르는 보편적인 삶을 사는 것이 효를 실천하는 일이고 나라를 구하는 일이니 큰 복 받지 않겠는가.죽순을 꿈에 보면 소망이 이루어지고 자손이 생긴다고 하니 이 5월에는 모두 죽순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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