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 여행기 ‘1250원의 행복’ - 4당신의 주머니에서 딸랑딸랑 동전소리가 들립니까? 주머니에서 꺼내 든 돈이 1250원만 된다면 떠나십시오. 농촌시골버스가 당신을 함양 어디든 데려다 줄 것입니다.지리산함양고속에서 운행하는 농촌시골버스는 22개 노선. 농촌시골버스는 함양 11개 읍면 작은 마을 곳곳을 누빕니다. 지리산 청정골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그들의 삶속에 묻혀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시골버스 여행기 - 1250원의 행복’을 통해 펼쳐집니다. 서상면 신기마을(2018년 4월)- 상남리 소재- 세대 48가구- 인구 86명(남41, 여45)- 농가 28가구- 주요농산물 : 사과, 인삼, 딸기육묘- 이장 : 박무경(38)눈꽃산행 1번지 남덕유산 아래 새동네 함양 지리산고속을 이용하여 여행을 떠난다면 함양읍에서 영각사까지 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이 코스는 함양농어촌버스에서 가장 긴 노선으로 왕복 2시간30분 가량 소요된다. 영각사를 향해 떠나는 버스는 함양읍에서 수동 또는 지곡, 안의, 서하, 서상까지 둘러가니 짧은 여행으론 안성맞춤이다. 영각사 종점에 다다를 때 쯤 우리는 서상면 상남리의 식송, 신기, 조산마을을 만날 수 있다. 버스를 타고 가다 마음이 동한다면 신기마을에 잠시 내려보자.신기마을은 덕유산 계곡물이 깊은 소(沼)를 이루고 옛날 이 소에 거북이가 살았으며 소가 깊어 물결이 치면 거북이가 숨어있는 것 같고 거북의 등모습이 보였다고 전한다. 거북이가 숨어있는 곳이라 하여 장구지(藏龜池)마을이라고도 불렀다. 신기마을은 2개로 나눠져 있다. 골짜기 안에 있던 장구지 마을이 아래로 내려와 새 터를 잡아 위로는 장구지, 아래로는 새 터 신기마을이 만들어졌다. 신기마을은 이 두 마을을 합해서 부른다. 이곳 신기마을은 의병대장 문태서 생가지로도 유명하다.◈ 고랭지 채소로 이름났던 신기마을 신기마을은 서상면에서도 부자동네로 소문 나 있다. 화전민으로 정착해 살던 마을사람들이 소득이 높아지게 된 것은 고랭지 채소 덕분이다. 한 여름에 배추가 되는 곳이 거의 없지만 이곳 서상면 신기마을에서는 고랭지 무, 배추로 수익을 올렸다. 권오복(66)씨에 따르면 “이장 할아버지인 박병용 어르신이 대구 의성 사람인데 종묘사를 했더랬어, 그분이 이곳에 고랭지 모종을 키워 출하하면서 마을 사람들이 모두 고랭지 채소를 했지. 그 때만 해도 김치냉장고가 없어서 고랭지 무, 배추가 인기였지”박무경(38)이장은 “그 당시 밭에 비닐을 씌우는 게 없었다. 비닐이 없으니까 낙엽을 덮어서 봄에 모종을 키웠다. 내가 중학교 때 우리는 주말도, 방학도 없었다. 부모님을 도와 새벽 4시가 조금 넘으면 농약을 치고 와서 8시에 등교했다”며 “고랭지 채소라고 하면 강원도가 유명하지만 함양 남쪽지방에서 모두 이곳에 채소를 사러왔으니 90년대 초반 당시 순수익이 7~8000에 달했다”며 마을 전성기 시절을 회상했다.고랭지채소 덕분에 부자마을로 기반을 다진 신기마을은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며 벼, 양파, 사과, 오미자, 산머루, 복숭아, 개두릅, 표고버섯 등 다양한 농산물을 재배한다. 고지대인 신기마을에는 농산물의 품질이 우수해 먹어 본 사람은 다시 꼭 주문하니 판로걱정은 없다.  ◈ 마을 추억은 사진으로 담아 마을 사람들이 재배한 농산물은 서로 다른 작물이 많아 소개도 쉽게 해 준다. 함께 소득이 높아지니 자연스레 부자마을이 된다. 최근 2년동안 마을주민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5번이나 다녀왔다 하니 단합도 잘 된다. 마을사람들이 이렇게 하나하나 쌓은 추억은 신기마을로 귀농한 정용수(53)씨 덕에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진다. 마을 어르신들은 “정씨는 마을행사를 사진으로 찍고 영상으로 제작해 마을에 기증한다. 글도 넣고 음악도 넣어 주는데 꼭 여섯시 내고향 방송 보는 것처럼 만들어준다”며 칭찬이 자자하다.◈ 젊게 살고, 즐겁게 살고 마침 마을을 방문한 날에는 건강체조교실이 열려 마을회관 옆방에는 체조교실이, 다른 방에서는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낯설지 않은 마을회관 풍경이지만 다른 마을과 차이점이 있다. 남자 어르신이 꽤 많은 것과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의 평균나이가 젊어 보인 것이다. 새마을지도자인 권오복(66), 노인회 총무를 맡고 있는 이상우(73), 서울에서 4~5년 전에 고향으로 돌아온 문태주(82), 우리마을 만큼 경관 좋은 곳이 없다고 자랑하는 강성욱(68), 신기마을 남자 어르신 중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박동봉(80)(남자 어르신 중에는 문태주 어르신이 나이가 제일 많다), 마을에서 청년 축에 속한다는 박윤규(70)어르신.아니나 다를까. 이곳 신기마을은 그야말로 청춘이다. 신기마을은 현재 0~7세 아동이 4명이며 30대가 7명이나 됐다. 4월24일 기준 함양군 주민등록 인구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서상면 전체 인구 중 0세에서 9세까지가 3.12%를 차지하는 반면 신기마을은 4.65%(4명)로 비교적 높았다. 50세부터 79세까지의 중년 인구도 59.3%로 서상면 기준 54.83% 보다 5%나 높았다. 또한 서상면 전체 인구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70대였으나 신기마을은 60대 인구가 2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통계를 보면 서상면 전체 인구 중 신기마을 인구의 평균 연령이 더 젊게 나타났다.마을 어르신들은 “우리 마을 자랑에는 귀여운 아이들을 빼 놓을 수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애들 사진이나 대문짝만하게 실어줘, 특히 이장 아들은 마을의 아기다. 마을주민들이 함께 건강하게 잘 키워야 한다.”며 7개월 된 기현(2017년9월2일생)군에게 애정을 쏟았다. 기현군은 32년 만에 장구지 마을에서 태어난 아기이니 어르신들의 사랑이 남다르기도 하겠다.◈ 신기마을 셰프, 박무경 이장 올해 첫 이장 임무를 맡은 박무경 이장은 10여년 전 귀농하여 사람과 식물이 가장 살기 좋다는 700고지에서 ‘매봉산장’과 식당을 운영한다. 신기마을에는 펜션이 1개, 식당도 1개다. 이곳 매봉산장과 식당이 마을 사람들도 이용하고 관광객들도 애용하는 곳이다. 매봉산장 뒤로 있는 산을 넘으면 바로 전라도니 서부경남에서 제일 끝에 위치한 펜션이 매봉산장이라 할 수 있다.예약과 동시에 80평 1, 2층 펜션을 모두 사용할 수 있고 넒은 주차장, 수영장까지 편의시설은 물론 박무경 이장이 직접 요리하는 백숙, 닭도리탕, 묵은지 전골, 두루치기, 양념갈비찜 등 안되는 음식이 없다.박무경 이장은 “욕심을 내려면 1, 2층 따로 손님을 받을 수 있지만 단체손님의 편의를 위해 한 팀씩만 예약을 받는다. 음식은 대부분 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만들고 아이들을 위한 계란요리도 항상 준비한다”고 했다.◈ 겨울 산, 남덕유산 매봉산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등산객이 많다. 고개 너머에 월성계곡이 있으니 관광버스도 수시로 드나든다. 특히 이곳을 방문하는 등산객은 남덕유산을 찾기 위함이다. 신기마을 어르신들은 남덕유산에 대한 무한애정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눈꽃으로 유명한 산으로 치자면 남덕유산만한 곳이 없다” “이곳엔 눈꽃산행만으로 연간 10만명이 오르는 곳이다” “상고대 하면 대한민국 최고가 남덕유산 아닌가”이라며 겨울 산의 또 다른 이름 남덕유산을 예찬했다.취재팀이 방문한 봄에도 높은 산, 산 아래 구름, 푸름으로 가득한 마을 동산, 담장 사이 핀 꽃으로도 예쁨을 뽐내고 있던 신기마을은 겨울에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고 하니 영락없이 겨울방문을 예약해야겠다.◈ 관광명소 문태서 의병대장 장군 생가 문태서(1880∼1913) 의병장은 조선 말기 함양 덕유산을 근거지로 활약한 의병장이다. 함양 서상 출신인 선생은 26세 되던 해 을사조약 체결 소식을 듣고 최익현과 함께 의병을 일으켜 덕유산을 근거지로 활약했다. 많은 일본군을 사살했으며 일제강점기에도 계속 항쟁하다 1912년 체포돼 이듬해 사형 당했다. 이에 정부는 선생의 공훈을 기리기 위해 1963년 건국공로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함양군은 문태서 의병장의 의기를 후손들이 길이 본받게 하고자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21억 원을 들여 생가복원사업에 나서 생가 3동, 사당 4동, 화장실, 주차장, 유허비 등을 건립하고 매년 추모제를 거행하고 있다. 영각사 신기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2코스만 가면 영각사가 있다.조계종 12교구 본사 해인사 말사인 영각사는 신라 헌강왕때 창건됐으며 1770년 조선 영조 때는 장경각을 짓고 ‘화엄경’ 판목을 새겨 봉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남덕유산 본령 줄기를 통째로 틀고 앉은 700고지의 기운이 성성한 터에 화엄전을 본당으로 전통사찰로 지정돼 있다.신기마을 건강체조 교실 오후 1시가 되자 마을회관에 있는 여성들이 건강 체조를 하기위한 준비를 한다. 마을 회관에 들어서면 오른쪽 큰방이 보이는데 그곳에 17명이 모여 요가매트도 깔고 각자 자리를 잡아 강사 선생님을 기다린다. 50대부터 80대 까지 다양한 연령대 어르신들이 방에 꽉 차게 앉았다. 다른 마을보다 유독 젊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박선이(52)강사는 마을회관에 도착해 점심은 국수를 먹었다는 등 어르신들과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강사님은 “오늘은 비가 와서 한 분이라도 더 뵙겠구나”라고 말하며 어르신들을 만나는 일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함양군보건소 소속 체조교실 박 강사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마을 주민들의 운동습관 형성과 건강관리를 위해 직접 서상면 복지관, 서상추하마을 회관을 방문해 어르신들을 위한 건강체조를 진행하고 있다.신기마을은 매주 월요일 1시에 운영되고 있으며 스트레칭, 체조, 라인댄스, 웃음건강체조 등 신나고 즐거운 운동을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동작으로 구성해 진행된다. 서석임(80) 노인 회장은 2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건강체조 교실 수업에 나왔다고 했다. “우리 마을에는 많게는 20명 가까이 오는데 체조 교실을 꾸준히 하면서 몸도 자주 움직이고 건강해 지는 느낌이 들어 매주 월요일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건강체조는 따라 하기 쉬운 동작으로 ‘아리랑’과 ‘내 고향 함양’ 노래 반주에 맞춰 율동을 했다. 어르신들이 앞에 있는 강사를 따라 노래하랴 춤추랴 정신이 없었다. ‘내고향 함양’노래 가사에 신기를 넣어서 “살기 좋은 우리 신기”를 다 같이 불렀다. 몇 주간 체조교실에서 배운 이 율동은 서상면 보건소 팀과 함께 신기마을 어르신들이 5월8일 어버이날 경로잔치에서 축하무대를 하기로 결정됐다. 이날 이 소식을 들은 어르신들은 무대에 올라가기 전부터 걱정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박 강사님은 “경쟁을 해서 잘 해야 하는 무대가 아닌 어르신 한분 한분의 추억을 위한 날이다”며 “어르신들이 열심히 체조교실에 참여하는 덕분에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어르신들을 응원했다. ◈ 길에서 만난 사람 신기마을 토박이 박동일씨 신기마을에서 태어나 마을 내력을 훤히 꾀고 있는 박동일(70)씨를 마을회관 옆 공원에서 만났다. 너덜평전 진평전 내평전 독밭골 등 남덕유산 자락의 마을뒤편 골짜기 골짜기를 가리키며 유년시절 소 먹이던 일에서 친구들과 약초 산행을 다녔던 추억을 더듬었다. “지금은 숲이 우거져 야생약초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박씨는 “우리가 어렸을 때는 약초가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고 했다. “더덕이 특히 많았다”며 잠시만 캐도 한자루씩 캘 정도였다고 한다. “마을 어른들이 아침 일찍 산에 소를 풀어 놓으면 학교를 마치고 귀가한 또래 친구들이 해질녘에 소를 찾으러 가는 게 하루일과의 마무리였다”는 박동일씨. “어른들은 소가 풀을 마음껏 뜯어먹을 수 있게 고삐를 뿔에 감아 산에 올려 보냈는데 고삐를 뿔에 감지 않으면 나무그루터기나 돌 틈에 걸려 소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고 자칫 경사가 심한 곳에서 고삐가 걸리면 소가 목숨을 잃는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박씨는 또 마을 오른쪽에 있는 바위산을 가리키며 “흰덤봉 암벽으로 이루어져 전문 산악인들도 오르기 힘든 곳이지만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수년전까지는 수시로 오르내렸다”고 어깨를 으쓱인다. 흰덤봉은 바위가 흰색에 가까워 붙여진 이름이고 칼날봉도 봉우리가 칼날처럼 날카롭다고 해서 불린 이름이라한다. 신기마을에서 바라보는 흰덤봉은 사람의 얼굴과도 흡사하다.박무경 이장은 “흰덤봉은 해발1190m로 칼날봉, 삿갓봉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 산 너머가 거창 쪽이다”며 “거창 쪽은 직벽으로 200m 아찔한 낭떠러지”라고 설명하며 박동일씨의 이야기를 거들었다. 박 이장은 또 “정상부근에 5~6명이 앉아 쉴 수 있는 너른 바위가 있었다. 그런데 10여년 전 낙뢰에 맞아 바위가 쪼개지고 웅덩이가 생겼다”고 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정세윤·박민국·하회영·이혜영·유혜진·차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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