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 여행기 ‘1250원의 행복’ - 2당신의 주머니에서 딸랑딸랑 동전소리가 들립니까? 주머니에서 꺼내 든 돈이 1250원만 된다면 떠나십시오. 농촌시골버스가 당신을 함양 어디든 데려다 줄 것입니다.지리산함양고속에서 운행하는 농촌시골버스는 22개 노선. 농촌시골버스는 함양 11개 읍면 작은 마을 곳곳을 누빕니다. 지리산 청정골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그들의 삶속에 묻혀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시골버스 여행기 - 1250원의 행복’을 통해 펼쳐집니다. ◈ 백전면 평촌마을(2018년 3월)  -백전면사무소 소재  -세대 84가구   -인구 138명(남59, 여79)   -농가 44가구  -주요농산물 : 딸기육묘, 벼농사, 오미자, 밤 천년의 사랑 품은 숲산 50리 백운산 벚꽃축제 봄, 하면 떠오르는 마을이 함양 백전면 평촌마을이다. 50리 벚꽃길로 유명한 평촌마을은 지난 4월7~8일 제16회 백운산벚꽃축제가 열렸던 곳이다. 50리 벚꽃길은 30여년 전 함양출신의 고 박병헌 재일거류민단 단장이 고향에 기증한 벚나무 수백거루를 수동~병곡~백전에 이르는 20킬로에 심겨져 조성됐다. 취재팀은 늦봄의 옷을 입은 평촌마을을 그리며 시골버스여행에 나섰다. 평촌마을은 백전면소재지에 있으니 백전행 버스를 타면 된다. 평촌마을이 수동, 함양읍을 지나는 곳에도 있으니 백전면 노선을 잘 보고 타야한다. 함양읍에서 하루 30분 또는 1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있다.취재팀은 오후1시 차를 택했다. 함양읍에서 백전면 평촌마을까지는 20분 소요된다. 이 차는 대안마을이 종점이다. 대안마을까지는 40분 가량이 걸린다. 오후 한낮이라 버스를 타는 손님이 별로 없을 거라는 예상을 깨고 함양읍 정류장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함께 버스를 기다리다 눈이 마주친 강금순(84) 어르신. 19살에 시집와 지금까지 백전 대안마을에 살고 있다. 7시 첫차를 타고 나와 읍에서 일을 보고 집에 가는 길이다. 취재팀을 태운 버스를 운전하신 분은 마갑수(54) 기사님이다. 1994년 함양지리산고속에 20여년 넘게 핸들을 잡았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 근무하셨을 것 같지만 마 기사보다 6개월 먼저 입사한 기사가 있단다.“평촌마을 가시는 어르신 혹시 계세요?” 동행할 손님을 찾으니 “오늘 이 버스에는 평촌 사시는 분이 안계시네” 기사님이 대신 대답한다. 깜짝 놀란 기자에게 “허허 내가 웬만한 읍면 손님은 얼굴을 다 알아” 베테랑 기사님의 대답이 돌아온다.기자는 덕평마을에 사는 배순덕(68) 어르신 옆에 앉았다. 요즘 농사를 물으니 봄이 온 줄 알았는데 눈도 오고 비도 오고 날씨가 추워 고사리가 얼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래서 고추모종도 아직 사지 않았다. 일찍 심었다가 냉해를 입을까 염려돼서다. 옆에 있던 어르신(75)도 거든다. 올해 1천포기 정도 고추를 심을 예정인데 모종은 좀 있다 사신단다. 2남2녀를 둔 이 어르신은 대안마을 산다. 장바구니에 물건이 가득하다. 영감에게 줄 파스, 갓 찧어 온 고춧가루, 밭일 할 때 신을 장화 등. 장을 보러 읍에 나간 줄 알았는데 캐나다 사는 딸에게 택배를 보내는 게 더 큰 일이었다. 아침부터 고사리도 삶아놓고 첫차를 놓치지 않으려 종종걸음을 치며 바빴던 마음은 엄마표 반찬을 받고 행복해 할 딸을 생각하며 날려 보냈다. 어르신들의 사는 얘기를 듣다보니 금방 백전면사무소가 눈에 들어온다. 백전면 소재지에 있는 평촌마을은 백전면의 강남이다. 백전초등학교, 농협, 우체국, 경찰서가 이 마을에 다 있다. 평촌마을로 들어서는 다리 입구에는 백전식당(962-8022)이, 경찰서를 지나면 우정식당(963-6365)이 있다. 평소엔 정식을 팔지만 주문만 하면 안 되는 요리가 없다. 백숙, 주물럭, 삼겹살, 오리탕 없는 것 빼고 안 되는 음식이 없다.평촌마을은 개천을 사이에 두고 동쪽을 ‘다랏터’라 하고 서쪽을 ‘들말’이라 하여 두 마을을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다. 옛날에는 개천이나 냇물을 건너는 수단이 대개 징검다리였는데 이 마을에서는 나무다리를 만들어 연결해 다랏터라는 이름이 유래됐다. 들말이라는 이름은 그 마을의 방향이 들쪽에 있는 마을이라 해서 ‘들마을’로 불리어져 왔는데 들마을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차츰 축약되어 들말로 부르게 된 것이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시 현재의 평촌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들마을이란 지명답게 평촌은 논농사를 많이 한다. 그 외 오미자, 딸기, 밤, 양파 등이 재배된다. 농사철이 다가와 마을회관을 찾는 이가 줄었다. 농사일이 없다는 거창댁 박순분(84) 어르신과 아침에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낮에는 쉬어야겠다는 우복남(71) 어르신만이 회관을 지키고 있다.평촌마을 김종오(48) 이장과 마을 구경에 나섰다. 김종오 이장은 객지생활을 하다가 22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장님의 기억에는 개천을 사이에 두고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고 편을 갈라 놀았던 추억이 선명하다. 시원하게 흐르는 개천에는 다슬기도 있다. 동네 사람 누구든지 먼저 잡아가면 임자다.이장님이 유년시절로부터 소환한 기억은 또 있다. 숲산에 있는 약수터. 냉장고가 없던 시절 시원한 미숫가루를 타기 위해선 여기 물이 필요했다. 사시사철 시원한 물이 나왔기에 농사일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아이들은 줄을 서서 이 물을 길어 왔다. 숲산에는 봄농사를 짓기 전 마을사람들과 회치를 했던 움막터도 있다. “지금은 이래 작은데 그 때는 저고리 치마입고 어른들이 놀던 곳”이다.아름답기로 유명한 평촌마을은 소소한 구경거리도 많다. 이장님은 “망월정에서는 물에 비친 달을 꼭 한번 봐야 된다”며 밤마실을 추천하고 개교 100주년을 맞은 백전초등학교도 소개한다. 학교 앞 동산정까지 안내를 한 다음 논길, 개울 옆을 지나 게이트볼장으로 안내한다.◈ 백전면 게이트볼 영웅들마지막으로 이장님이 소개해 준 곳은 게이트볼장에서 연습게임을 하던 어르신들. 이장님은 어르신들께 평촌마을 가이드 바통을 넘겼다.백전면 게이트볼은 함양에서도 실력이 수준급이다. 마을회관 뒤쪽 한 집을 거쳐 샛길로 나가면 게이트볼장에서 어르신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기자가 취재 중에 만났던 이우암(86) 어르신이 “마을 다리에서 만났던 처자”라며 먼저 알아봐 주신다. 마을에 대해 알고 싶다며 다가가니 평촌마을에서 60대 때 8년 정도 이장을 했던 이우암 할아버지를 취재하라고 주변에서 적극 내세웠다.게이트볼 장에는 총 여섯분의 어르신이 홍팀, 백팀으로 나눠 경기를 하고 있었다. 구산마을 사는 서한철(76), 평촌마을 이장을 했던 이우암(86), 동백마을 사는 우택규(83), 평촌마을에서 50여년 살았다는 김정진(81), 점잖으신 평촌마을 박종수(86), 목소리도 크고 환한 웃음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던 김두철(83) 어르신은 김종오 이장의 아버지다. 경기에 푹 빠져 취재진이 질문을 하는 중에도 자신의 차례가 오면 자리를 떴다. 벽에는 15년 전쯤 게이트 볼 대회에서 우승을 한 오래된 사진들이 걸려있고 트로피도 수북하다.한 경기가 끝나고서야 하나 둘 모여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몇십년 전 여기에 계신 어르신들이 한 팀으로 전국의 게이트볼 대회에 다니면서 수상을 했다고 자랑했다. 지금도 매일 오후2시가 되면 게이트볼장에 나와 운동과 취미겸 경기를 한다. “왕년에는 눈ㆍ비가와 땅이 질척거려도 여기에 나와 연습을 했어” 그 만큼 게이트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지금은 다들 나이 팔십이 넘어 큰 대회는 나가지 못한다”고 하지만 올해 백운산벚꽃축제 때 열린 게이트볼대회에서 함양읍에 이어 2위를 했다. 오늘 연습에는 못 왔지만 대회 멤버로는 오창영(85) 어르신도 있었다. 우택규 어르신은 왕년에 함양군 1번 선수였다. 게이트볼은 1번 선수가 가장 실력자다.여섯 멤버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서한철 어르신은 직접 따뜻한 커피와 두유를 내어주신다. 이우암 어르신은 “우리 마을을 찾아 이렇게 취재해 주셔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것이 본인이 할 말이라고 했다. 한 게임이 더 남아서 조급해진 김두철 어르신이 “언제까지 취재를 할 것이냐”며 슬며시 말을 꺼낸다. 끝내지 못한 마지막 경기가 시작될 모양이다.취재진들이 떠나려니 어르신들은 “이 마을에 젊은 사람이 귀해서 가는 게 아쉽고 서운하다”며 다음에 꼭 다시 찾아오라고 손을 흔든다. 짧은 시간에도 낯선 외지인들에게 따뜻한 정을 나눠주는 평촌마을 어르신들 모습에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고향사랑 남달랐던 박병헌씨 고 박병헌 재일 거류민단장은 백전 벚꽃길을 조성하는 등 고향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고 한다. 황혼기에 고국으로 돌아와 서울에서 살았던 박 단장은 평촌마을 생가터에 청기와집을 지어 서울과 고향을 오가며 여생을 보내다 지난 2011년 3월 타계했다. 마을 앞 백전공원 숲산에 그의 무덤이 조성돼 있다. 숲산 정상 향백정(香柏亭)에서 동쪽으로 능선을 따라 100m쯤 가다보면 능선 끝자락에 박 단장의 묘가 자리하고 있다. 백전면 소재지로 이어지는 도로변의 벚꽃길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다.그의 묘에는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 중앙본부 단장 박병헌’이라는 이름과 함께 ‘민단의 아들 숨 가쁘게 달려온 길을 멈추고 돌아와 여기에 쉬다’라는 비문이 서 있다. 뒷면에는 ‘한 생애를 애국과 애족의 정신으로 일관한 큰 사람 당신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살아 있습니다’라고 새겨 고인을 기리고 있다.◈ 천년사랑 전설을 품은 백전공원 숲산 숲산은 활엽수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데 마을 앞을 흐르는 개천 건너에 있다. 숲산 일대는 해마다 벚꽃축제가 열리는 백전공원이다. 백전공원에는 물레방아와 연자방아, 방아를 찌어 나르는 소달구지 형상 등이 조화를 이루며 옛 정취를 더한다.마을마다 물레방아간에 대한 사랑이야기가 전해지기 마련이지만 이곳 물레방아간은 착한 머슴과 김 진사 딸과의 지고지순한 순애보가 ‘천년의 사랑’으로 전해지고 있다. 머슴과 김 진사 딸은 사랑에 빠져 하루도 보지 않으면 살수 없었다. 이들은 밤마다 물레방아간에서 사랑을 나누었고 급기야 이런 사실을 알아챈 김 진사가 몰매를 쳐 머슴을 쫓아내고 딸은 방에 가두어 문밖출입을 막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그리워하며 세월을 보냈는데 머슴의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너는 전생은 천년 묵은 여우로 지은 죄가 많다”며 “이 산에서 속죄해야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선몽했다. 머슴은 그날 이후 숲산으로 돌아와 움막을 짓고 기도를 올렸다. 오랜 기도로 몸이 쇠약해진 머슴은 300일째 되는 날 실시해 쓰러졌고 목숨을 건 머슴의 사랑에 감동한 산신령이 김 진사의 딸을 숲산으로 이끌어 “이곳에 나무를 심고 정성껏 가꾸면 너희 사랑이 천년을 이어갈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전한다. 그 후 머슴이 쓰러졌던 자리에는 바위가 솟고 연꽃이 피어 ‘천년사랑바위’라고 불리고 있다. 약수터 옆에는 ‘족두리바위’와 ‘사모관대바위’가 솟아 사랑의 결실을 상징하고 있다. 이 밖에도 천년사랑 바위에서 산 정상 쪽으로 조금만 오르다보면 산신령이 이들에게 떡두꺼비 같은 자식을 점지해 주었다는 ‘두꺼비바위’도 있다. 숲산은 나지막한 산이지만 경사가 심한편이라 등산로를 데크로 정비해 산을 오르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천년사랑 전설을 따라 숲산을 오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숲산을 한바퀴 둘러보는 시간은 20분 정도면 충분하다.백전공원 입구→천년사랑바위→두꺼비바위→정자(향백정)→박병헌 단장 묘→향백정→움막터→약수터→족두리바위→사모관대바위→소망바위→백전공원 입구◈ 동산정(東山亭)백전면사무소 뒷동산에 있고 재일본 대한민국 거류민 단장 박병헌(朴炳憲)의 지원과 김형보등 계원 10명이 뜻을 모아 1997년도에 건립했다. 동산정을 둘러보러 가는 길에는 권석도의병장의 흉상이 세워져있다.◈ 망월정백전면 평촌에 있으며 삼척박씨인 소산 박두호가 1922년에 건립하였다. 정승현과 이명상이 지은 기문이 있다. 망월정 옆에 서 있는 느티나무는 수령320년 된 보호수이다.◈ 길에서 만난 사람 공공근로로 소일거리 찾은 어르신들 망월정 앞에서 공공근로 중인 마을 어르신들이 정자나무 아래서 잠시 휴식하고 있다. 강정애(83) 양분순(83) 박명순(82) 신득남(82) 이복달(81) 김일순(80) 어르신이다. 모두 평촌마을 분들이다. 노인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함양군에서 마련한 공공근로 사업에 참여한 것이어서 어르신들 나이는 모두 80대다. 대부분 평촌마을로 시집와 50~60년을 살고 있단다. 그 중에서도 어제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강정애 할머니가 반갑게 손짓했다. “사진 예쁘게 나와야할 건데”라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한다. “옷도 곱고 얼굴도 예뻐서 잘 나올 것”이라고 했더니 같이 일하던 할머니들과도 함께 찍어달라며 양손가락으로 V자를 해 보이신다. 공공근로는 아침 8시부터 낮 12시까지 하루 4시간 일한다고 했다. 하루 일당은 2만원인데 열흘에 10만원을 받는다고 자랑이다. 그러면서도 “병원비도 해야 되고 돈 쓸 데가 많다”며 “돈 좀 많이 주면 좋겠다”고 멋쩍은 듯 웃음을 짓는다.‘봄 만나러 가요’ 김종열·노보수·문경자 주민평촌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만난 첫 번째 인연, 삼총사 김종열(62)·노보수(56)·문경자(60)씨.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어디를 나서는 길이냐고 묻자 셋이서 동시에 “봄 만나러 가지요, 산나물 뜯으러 갑니더”하며 환하게 웃는다. 봄이 스치듯 여름이 다가온 것만큼 뜨거운 햇살이 비춰 가시는 길, 시원한 물이라도 챙겼냐고 하니 노보수(56)씨는 “가깝습니더~ 냉큼 올라가서 산나물만 후딱 쓸어오면 됩니더” 한다. 허나 그 ‘냉큼’이란 도보로 1시간이나 걸리는 마을 뒷산. 왕복 2시간이 걸리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나물을 캐서 씻고 맛나게 양념해 저녁상에 오를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신이 난다는 삼총사. “멍~멍~ 왈~왈” 그때 강아지들이 짖는다. 알고 보니 5마리의 귀여운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김종열(62)씨. 무슨 종이냐고 묻자 “발발이”하며 강아지를 번쩍 들고 싱글싱글 웃는다. 약간의 언어장애가 있는 김종열씨는 취재진의 수첩에 메모까지 해가며 평촌마을 자랑에 한창이다. 그가 쓴 단어는 ‘시내산’과 ‘지리산’. 다음에 꼭 가보라는 손짓과 함께. ‘언어가 좀 안 통하면 어때’ 눈빛으로 전해지는 그들의 따뜻함과 반가움이 그리고 재밌게 여행하고 가라며 손가락 ‘V’를 해주던 그들의 넉넉함이 잊혀 지지 않는다.평촌마을에 가면 이렇게 ‘아이 같은 삼총사’가 산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정세윤·박민국·하회영·이혜영·유혜진·차혜진 기자 ◈ 버스노선함양터미널~성심병원~상동(연밭머리)~죽장~대병입구~도천~가촌~휴촌~병곡(송평)~덕평~토내~옥계~신기~능경~백현~대평~평정~백전(평촌마을) ◈ 버스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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