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 여행기 ‘1250원의 행복’당신의 주머니에서 딸랑딸랑 동전소리가 들립니까? 주머니에서 꺼내 든 돈이 1250원만 된다면 떠나십시오. 농촌시골버스가 당신을 함양 어디든 데려다 줄 것입니다.지리산함양고속에서 운행하는 농촌시골버스는 22개 노선. 농촌시골버스는 함양 11개 읍면 작은 마을 곳곳을 누빕니다. 지리산 청정골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그들의 삶속에 묻혀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시골버스 여행기 - 1250원의 행복’을 통해 펼쳐집니다.                                                                                                    ♣ 백전면 대방마을(2018년 3월 현재)  -백운리 소재  -세대 65가구(신촌마을 포함)   -인구 121명(남66, 여55)   -농가 34가구   -주요농산물 : 오미자, 복분자, 곶감, 콩, 팥, 밤 백운산이 품은 ‘함양의 명당’ 1번지 가자! 대방마을로함양터미널에서 오전 10시20분 출발하는 대방마을 행 버스에 올랐다. 오늘의 종착역은 백전면 대방마을. 출발 전 함양터미널 대합실의 모습(사진)은 마치 마을회관 같다. 버스 운행시간표에 적힌 시간보다 10~15분 정도 일찍 나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정겹다. 아직은 이른 시간인데도 어르신들은 읍에서 벌써 볼일을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이때 18년째 함양지리산고속에 몸담고 있다는 최봉환(56) 기사가 출발을 알린다. 함양터미널에서 대방마을까지는 약 50분 소요된다.까만 선글라스는 멋지게 쓰고 승차하는 어르신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터미널에서 성심병원, 연밭머리까지 함양읍에서 예닐곱 명의 승객이 탑승했다.가장 바쁜 장날, 오전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20명의 승객이 이 노선을 이용한다. 백전에서 나오는 첫차를 타고 읍에 나온 병곡면 송평마을 이북호(82) 어르신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 어르신은 병원에 가서 약도 타고 이발도 했다. 한 달에 한번, 이렇게 버스를 타고 읍에 나와 볼일을 본다. 대개가 약을 타는 일이다. 때마침 목적지가 같은 승객도 만났다. 대방마을에서 20여년을 살아 온 어르신. 기자가 대방마을까지 간다고 하니 대방마을 자랑을 늘어놓는다. 봄이 늦게까지 머물다 가는 대방마을, 아랫마을은 모두 벚꽃이 지고 없지만 아직도 대방마을엔 벚꽃이 한창이란다. 아름다운 대방마을에서 일은 적당히 하면서 즐겁게 재밌게 살아가는 게 행복이라는 말을 남긴다.백전면 소재지에서는 취로사업을 마치고 집이 있는 대방마을로 돌아가는 안순자(78) 어르신이 차에 탄다. 이 어르신은 오늘 하루 풀도 베고, 벚꽃축제가 끝난 자리에 쓰레기도 주웠다. 대방마을로 가까워질수록 벚꽃은 함박눈을 뿌리듯 바람에 흩날렸다. 우리마을, 어디까지 가봤니한 시간여 만에 도착한 목적지 대방마을. 오미자가 유명한 동네이다 보니 마을입구에 오미자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서 있다. 함양군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가 마을 한가운데 우뚝 서 있다. 수령은 320년(지정연도 1972년), 나무둘레는 4.2m나 된다.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지금까지도 음력 1월15일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 백운산 입구에 위치한 대방마을은 예부터 풍수지리상 집터가 좋기로 유명하다. 함양을 일컬어 좌안동 우함양이란 말과 함께 일대평(일때뺑이), 이효리, 삼개평이란 말이 전해 오고 있다. 함양에 살기 좋은 마을로 첫 번째 손꼽히는 곳이 백전면 대방마을이란 뜻이다. 대방마을은 행정 마을 단위로 대방과 신촌을 합쳐 대방마을이라고 하고 15가구가 사는 신촌마을은 윗대방으로도 불린다.대방마을은 백운산을 끼고 있기 때문에 백운암, 화과원, 묵계암, 상연대 등 사찰이 4곳이나 있다. 대방마을행 버스를 타고 종착지인 신촌까지 가면 이곳 유명한 사찰을 들릴 수 있다. 버스를 타고 신촌에서 내려 백운암~화과원으로 가거나 신촌에서 묵계암~상연대~백운산 정상 코스도 추천한다. 백운산 정상까지는 1시간30분에서 2시간 소요된다.대방마을을 소개해 줄 오늘의 가이드 하문규(55) 이장을 만났다. 하 이장은 “6.25때나 일제시대 때 젊은 사람들이 인민군에 끌려가기도 하고 징용도 갔는데 우리 마을에는 그런 분이 한분도 없다”며 “출중한 인물이 나서가 아니라 큰 사고나 재해가 없어 예부터 살기 좋은 명당 마을로 우리 대방마을을 꼽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함양에는 살기 좋은 곳으로 일대방 이효리 삼개평이라는 말로 전해 오고 있다”며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그의 목소리를 통해서도 느껴졌다.이장님은 마을 곳곳을 누비며 마을자랑에 여념이 없다.마을 사람들의 오랜 쉼터가 되어주고 있는 마을숲, 고목이 쓰러져 사라졌지만 마을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데는 손색이 없다. 한 가운데 무대가 설치돼 있으며 빙 둘러 벤치가 놓여있다. 여름이면 수양벚나무 사이로 쏟아질 별을 구경하면 더위도 사라지게 할 공간이다.마을숲을 지나 돌탑을 쌓고 건강을 회복한 마을 사람을 소개해 주겠다며 앞장선다. 이장님이 손짓한 집 뒤에는 돌탑이 밭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이게 누구신가? 버스에서 만난 아주머니다. 한사코 이름은 밝히지 않으며 대방마을 자랑을 늘어놓았던 그 분. 돌탑을 쌓으신 분은 아주머니의 남편 권순창(60)씨. 본인도, 아내도 몸이 좋지 않았던 때 권씨는 매일 한 개씩 5년여 시간동안 정성들여 돌탑을 쌓았다. 남편을 찾자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가 보니 집 너머에서 한창 일하는 권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감만족 우리동네◈ 추천 관광지 ‘함양의 1대방’이라 불리는 까닭을 대방마을 주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그 길 위에는 마을 사람들의 활력과 자긍심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 백운산대방마을에서 시작하는 백운산 산행코스를 살펴보면 크게 3가지로 나눈다. - 1코스 : 대방마을 → 묵계암 → 상연대 → 중봉 → 정상 → 용소 → 백운암 → 대방 마을함양에서 백전면 대방마을의 위쪽 다리 앞에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다리 앞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묵계암, 상연대를 지나게 된다. 상연대는 미끼골 좌측 계곡 끝부분의 바위위에 세워진 암자로 조망이 좋다. 이 미끼골 계곡은 지리산 천왕봉과 일직선상에 있어 지리산 조망이 탁월한 곳이다. 능선에 올라서려면 상연대에서 급경사를 올라가야 한다. 중봉을 거쳐 상봉에 이르면 조망은 더없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지리연봉이 웅장한 마루금을 그으며 남쪽 하늘아래 장쾌하게 뻗어있고 가까이는 서쪽의 장안산(1239m), 동쪽의 괘관산(갓걸이산), 황석산, 거망산, 기백산, 금원산, 북쪽으로 남덕유산 등이 보인다. 장안산은 백운산에서 북쪽으로 무령고개를 거쳐 올라갈 수 있다.- 2코스 : 빼빼재(백전고개 또는 원통재 : 서하면과 경계지점) → 능선 → 정상- 3코스 : 대방마을 → 묵계암 → 상연대 → 중봉 → 정상 → 동릉 → 화과원 → 용소 → 백운암 등이 있다. ◇ 백운암백운암 입구에는 석장석이 서 있다. 망두석과 사리석이 그 주위에 방치되어 있었는데 모아서 백운암 앞에 정리해 놓았다. 백운암 뒤에는 용소가 있다. 좌우로 층층이 쌓인 비탈에서 떨어지는 물에 파여 못이 되었으며 함양읍으로 흐르는 위천수의 근원지가 된다.◇ 화과원대방마을 뒷산 백운산에는 대한민국의 독립을 열망했던 숨결이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다.화과원은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중의 한사람인 진종 백용성(白龍城)선사가 1929년에 창건했다. 창건 당시에 30ha의 토지를 매입해 과수원을 조성, 선농불교(先農佛敎)를 주창하는 한편 이 곳을 거점으로 일제의 탄압을 피해 독립운동을 한곳으로 당시에는 군산항을 거쳐 중국의 상해와 용정등지로 독립자금을 지원하는 주요 거점 역할을 했다. 또한 한국 근대 불교의 대중화와 국민 계도를 위한 선농사상과 승려의 반농반선(半農半禪) 실천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이후 6.25전란을 겪으면서 화과원은 폐허로 변했으나 당시에 심었던 과실나무만이 남아 있는 것을 최근에 함양군과 화과원복원회가 중심이 되어 복원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선사가 머무르던 요사채 1동을 복원한 상태이다.◇ 상연대고운 최치원 선생의 효심이 담긴 상연대. 경치 좋은 곳에서 노인성(老人星)을 보고 싶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이를 이뤄드리기 위해 최치원 선생이 건립한 암자다. 4칸 기와 목조건물로 상연대라는 고운의 친필 현판이 전해왔으나 6.25 때 소실됐다.◈ 맛집 백운산을 향하는 등산객은 물론, 여러 관광명소로 가는 길목이다 보니 대방마을에는 큰 식당이 3개나 있다. 백운산장, 송정원, 백운가든. 전골, 백숙, 오리탕 등 메뉴도 다양하다. 백운산장에서는 장아찌 담을 나물을 손질하고 있는 여사장님(63)을 만날 수 있었다. 식당 마당에는 잘 정돈된 장독대가 있다. 그 안에는 식당 주인이 직접 농사지은 고추와 콩으로 담근 된장, 고추장, 간장이 가득하다. ◈ 특산물 대방마을의 특산물은 오미자다. 함양군은 게르마늄토양으로 유명한데 그 중 백전면 땅에 게르마늄 함양이 가장 높다. 그래서 오미자는 물론 앙파, 콩, 팥이 특히 품질이 좋다. 이곳 대방마을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가공업체로는 유일한 ‘큰밭농원’이 있다. 큰밭농원은 임광택(68)씨와 노정임(66)씨가 운영한다.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가공하여 가족과 지인들 그리고 소개로 알게 된 고객들에게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소박한 농원이다. 이들 부부는 거제에서 살다가 남편의 고향인 이곳으로 6년 전 귀농했다. 안주인 노정임씨는 거제에서 30년간 뜨개질 강사로 백화점 문화센터 강의와 자신의 개인공방까지 차렸던 전문가다. 자신이 이렇게 오미자 농사를 하게 될 줄 몰랐다고 하면서도 지금은 너무 재밌다는 그녀. 처음 이들 부부도 남들처럼 양파농사만 짓다가 양파즙을 만들고 오미자양파즙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지금은 새로운 가공식품이 필요한 때임을 인지하고 건오미자, 오미자가루·분말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는 새롭게 선보이는 산양삼오미자즙에 기대를 걸고 있다. 농산물판매 외에도 체험을 접목한 마케팅으로 4~5월 고사리수확체험, 양파와인만들기, 오미자절이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2015년 큰밭농원을 연 후 현재 고객이 1000여명 가량 된다. 큰밭농원 고객은 대방마을 고객이기도 하다. 고추, 된장, 메주, 두릅, 고사리, 토종꿀 등 마을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농산물을 홍보하고 판매해 주기 때문이다. ※ 큰밭농원 : 경남 함양군 백전면 함양남서로 2820 ☎) 055-963-7661◈ 새로운 관광명소 대방마을로 귀농한 사람들은 부모님의 고향 또는 어릴 적 나고 자란 곳으로의 귀향인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보니 마을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남다르다. 마을주민들은 점차 낙후되어 가는 마을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 학생수련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옛 백운초등학교를 마을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개발위원회를 조직하여 추진 중이다.◈ 길에서 만난 사람 ◇ ‘영원한 신혼’ 홍판순·박환이 부부 밭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마을회관 앞에 나온 홍판순(81)어르신. 남편과 함께 올케 집에 가서 점심을 먹을 계획이다. 대방마을에서 나고 자라 이곳에서 결혼해 80여년을 대방마을에서 살았다. 시집을 멀리도 가셨다고 하니 “일대방에 총각도 대박!”이었다며 엄지척을 했던 홍판순 어르신. 장화를 신고 마을 안쪽으로 걸어오는 박환이(88)씨가 보이자 어느 순간 남편 팔짱을 끼고 옆에 선 홍판순 어르신이다. 헤어지기 아쉬워 어르신께 대방마을의 재미난 전설을 들려달라고 하자 바로 호랑이 이야기를 꺼내신다. 자신이 스무살 즈음 대방마을 뒷산(백운산)에 호랑이가 살았다며 마을의 당산제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유라고 한다. 당산제를 잘못 지내면 호랑이가 해코지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가 사라진 지금도 해마다 당산제를 정성껏 준비한다고 했다. 여든이 넘으신 어르신의 눈에 그때 그 시절 스무살 꽃다운 아가씨가 비친다.◇ 백운산 등산객 김한춘씨 함양읍에 사는 김한춘(48)씨를 대방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만났다. 그는 아침 9시 대방마을회관 앞에 차를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묵계암을 지나 상연대를 거쳐 중봉을 넘어 백운산 정상을 올랐던 그는 “백운산에 오르면 잡념이 싹 사라진다. 아니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서고 오르고 바라보면 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백운산을 예찬한다.출발 4시간 반만에 중기 마을 옆으로 내려와 집으로 간다는 김 씨는 “우리가 사는 함양은 복 받은 곳이다. 내가 사는 가까운 곳에 백운산 같은 명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라며 손을 흔든다.김 씨가 예찬한 백운산은 `흰구름 산`이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산이다. 높이도 1,000m가 훨씬 넘는 준봉인데다 산정에서의 조망도 으뜸이다. 남도의 명산들이 동서남북 어떤 방향에서든 거칠 것 없이 한눈에 들어온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반야봉, 덕유산이 태평스레 앉아 있고 그 너머에 황석, 거망, 월봉산이 줄기를 뻗대고 있다. 금원산, 기백산도 가까이 보이고 동북 방향 멀리로는 가야산, 황매산도 가물거린다.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정세윤·박민국·하회영·이혜영·유혜진·차혜진 기자 ◈ 버스노선함양터미널~성심병원~상동(연밭머리)~죽장~대병입구~도천~가촌~휴촌 병곡(송평)~덕평~토내~옥계~신기~능경~백현~대평~평정~백전~서백~동백~운산~대방~신촌 ◈ 버스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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