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부터 몇 회에 걸쳐 담배에 대해 검토해 보기로 한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담배’는 원료인 식물이 아닌 잎을 가공하고 거기에 특수처리를 거쳐 만든 흡연제품을 칭한다. 대한민국 현행 담배사업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담배’란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을 말한다. 국제보건기구에서 지정한 중독성 마약류 중 하나. 법적으로는 기호식품의 일종으로 취급되는 물건이지만, 사실상 술과 함께 전 세계에서 합법적으로 사람들이 사고 피울 수 있는 마약의 일종. 일단 의학적으로나 학술적으로도 마약류로 분류된다. 대마초 같은 일부 마약들의 경우 합법인 나라와 불법인 나라로 나뉘어 있지만, 담배는 불법인 나라가 거의 없다. 법적으로 19세가 되는 해부터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청소년 때부터 담배를 처음 접한 후로 어린 나이에 골초가 되기도 한다. 술과 함께 비행 청소년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말년이나 노년에 접어드는 시기인 60, 70대 이상이 되면 사람에 따라 담배를 접하는 것이 더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는 늙으면 고독하고 할 일도 없을 뿐 아니라 친하던 벗들이나 지인들 일부도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는 통탄함과 일생도 짧아진다는 비극 등을 한탄하며 그것을 달래기 위해 담배를 피운다는 의견도 있다. 담배는 그 역사가 오래된 데다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따라서 무작정 금지시켰다가는 후폭풍만 더 커질 것이 뻔하기에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당장 규제를 때리는 대신 금연을 권장하고, 담뱃값을 올리거나 흡연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흡연 인구를 점차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담배가 법으로 금지된 나라는 2004년 이래의 부탄이 있으며, 뉴질랜드 보건부와 아일랜드 공화국 보건부도 2025년까지 금연 국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콩은 2007년 도시 전체를 ‘완전 금연도시’로 선포했다. 허브 담배(Herbal cigarette)라는 것도 있는데, 진짜 담뱃잎이 아니라 허브 등 각종 식물 재료로 만드는 것이다. 재료는 민트, 레몬그라스, 계피, 클로버 잎, 장미 꽃잎 등 다양하다. 담배, 대마초, 아편과 달리 딱히 중독성 있는 물질이 다량 함유되지는 않으므로, 니코틴 중독증에 시달리는 골초들한테는 거의 의미가 없다. 말 그대로 그냥 담배 피우는 기분만 내는 거다. 그렇다고 건강에 나쁘지 않냐 하면 그건 아니다. 애초에 식물 태우는 연기를 들이마시는 거라 호흡기에 손상을 입히는건 매한가지다. 이걸 일부러 찾아 태우는 사람은 거의 없고, 비흡연자 배우들이 영화 찍을 때, 전쟁이나 재난 등 극한상황에서 담배 대용품이 된다. 전쟁 등 대규모의 재난상황은 인간의 공포심을 자극하며 심리적으로도 불안감을 평소의 몇십 배 이상 증폭시키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인간은 의존감이 커지며 특히 담배와 주류에 대한 의존감이 매우 커지게 된다. 중독으로 공포심과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한 도피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전시에는 평시보다 마약류의 소비량이 늘지만 전쟁이 끝나거나 파견나온 군인의 경우 집에 돌아가면 마약을 끊는 경우가 많다. 한때는 국군에도 보급형 담배가 나왔을 정도. 미국도 파견 나간 미군이 마약에 찌들었다는 소식에 겁먹었다가 되돌아와서는 멀쩡해지는 것을 보고 안심했던 시절이 있다. 소설 『학』에도 호박잎 담배를 피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흥부전에도 흥부가 담배 대신 옥수수잎을 피웠다는 이야기가 있다. 보스니아 내전 때는 포도잎을 담배 대신 태운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강화된 금연 정책과 담배에 대한 인식 변화로 많이 줄었지만, 90년대 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는 흡연에 대해 매우 관대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고 이는 2000년대 초까지 영향을 미쳤다. 역, 터미널, 술집, 식당 등 대중 이용 장소에서 흡연하는 광경을 보는 것은 예사였다. 연소자 관람가 영화 상영 중인 극장 상영관 내에서도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경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기차나 비행기, 버스 등 교통수단의 내부, 종합병원 진료 대기실에도 재떨이가 구비되어 있었다. 지하철도 예외가 아닌데 2호선 지상구간인 뚝섬-강변역 구간에서 창을 열고 담배를 피는 모습은 흔한 광경이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당시 UN총회 회의장 풍경을 촬영한 사진만 봐도 각국 좌석 옆에 놓여있는 재떨이와 각국대표의 흡연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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