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에 난장에서 텃밭에 심을 모종을 사는데 종류별로 한개 두개씩 달라하니 모종 파는 할머니 큭큭 웃으신다. “아니~겨우 항개는 심어 뭐 할려고~” 아내는 미안한 마음을 헤헤 웃음으로 갈음하며 가지는 한개 오이는 두 개, 한두 개씩 주문한다. 재미로 심는 아내의 텃밭은 정말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고추, 방울토마토, 가지, 오이, 호박, 땅콩, 참외, 수박, 상추외 쌈채소 이것저것... 하여 뒷마당 한 켠은 이제 채소 종합 시험포장이 무색하게 되었다. 아무리 손바닥 발바닥만한 텃밭이지만 채소를 심어 먹으려면 할 거 다해야한다. 거름도 넣어야 하고 괭이로 흙을 갈아엎고 고랑 내고 두둑 만들고 멀칭도 해야 한다. 아내는 일 년 농사를 시작하는 비장한 심정으로 아들과 함께 참 먹어가며 정성들여 텃밭을 준비하고 모종을 옮긴다. 마침 일기예보에 종일 비가 올 거라 해서 모종 옮기고 물은 주지 않았는데 유감스럽게도 비는 영감님 오줌 누듯 찔끔찔끔 지리고 만다. 만개한 큰꽃으아리 하얀 얼굴에 송화분도 못 닦아주는 전립선 걸린 하늘이다. 에라이~쏘팔메토라도 처방해야 하나? 구라청이 이번에도 구라를 좀 쳤지만 사실 올봄이 가물지는 않다. 작년 봄에는 비가 안와서 철쭉꽃이 시원찮았는데 올해는 봄비가 충분히 내려 철쭉꽃이 대박 났다. 뒷마당 축대 위 열 그루 남짓한 철쭉에 꽃이 얼마나 풍성한지 굳이 황매산 철쭉제 가지 않아도 될 듯하다. 철쭉꽃 뿐만 아니라 이른 봄에 피었던 산수유, 벗꽃, 목련도 꽃이 대단했고 며칠 전에 꽃비내린 모과꽃도 많이 피었었다. 다만 송화꽃이 많이 피어 산골마을을 온통 노랗게 덮어버리는 것은 좀 유감스럽다. 이 때 비가 한번 시원하게 쏟아져서 깨끗하게 씻어주면 좋은데 말이다. 올해는 노란 방울토마토를 두 포기 심었다. 사실 한포기만 심어도 한 가족이 못 다 먹을 만큼 많이 달리는데 모종 살 때 한 개 달라기 미안해서 어떤 거는 두 개 달라고 한 거다. 그 두 개 달라고 해서 심은 게 방울토마토, 호박, 오이다. 호박은 한 구덩이에 두 세 개씩 모아 심어야 잘 된다고 하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오이도 두 포기에 나오는 양이 만만치 않지만 여름 날 입맛 없고 반찬 없을 때 고추장에 부지런히 찍어먹으면 된다. 수년 전 집 뒤 언덕에 텃밭을 규모있게 일구어 오이를 열 포기 심은 적이 있다. 그 해 심은 열 포기에서 오이가 얼마나 많이 달렸던지 한 트럭은 족히 열렸지 싶다. 오이를 제 때 따지 못하니 구라를 좀 보태면 오이가 어른 장딴지만한 늙은 오이가 되어 처치곤란이었다. 그래서 밤만 되면 텃밭에서 나 오이 맞아? 라는 소리가 궁시렁 궁시렁 들렸다능... 믿거나 말거나... 고추는 올해 기본만 심었다. 작년에 스무 개 심었다가 고추 따느라 혼이 났다. 그냥 풋고추 먹으려고 심은 건데 고추가 너무 많이 달려 처치 곤란이었다. 너무 많다지만 김장할 정도는 못 되고 풋고추로 먹기에는 많았다. 눈앞에 열린 고추를 안 딸 수가 없어 풋고추로 먹을 만큼 먹고 못 다 먹은 것은 빨간 고추로 만들었는데 이게 참으로 애매한 양이라 계륵이었다. 건조기를 돌리자니 전기료가 아깝고 태양초를 만들자니 그것도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그래서 올해 고추는 다섯 개만 심었는데 이것도 너무 많은 게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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