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세상사가 멀리서 바라보면 달팽이 뿔 위에서 싸움질하는 모양새여서 한번 일에 휩쓸렸다가도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왜 그랬을꼬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리저리 부대끼고 때로 관계없는 일에 발을 담그기도 하다가 一喜一悲하는게 人之常情이고, 아무리 객관적으로 쓸모가 없는 일이라도 가슴이 뜨거워지면 튀어 나가고 궁금해지면 물어야 하는 일도 세상사 살면서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청렴을 품고 청렴은 함양을 품고 함양은 군민을 품습니다.’
군청에 전화를 하면 들려오던 이 자동응답 멘트가 드디어 바뀌었다. 너무 장중하고 ‘민을 품겠다’는 관의 오만함이 느껴져서 바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직 군수가 구속되고도 두 달이 넘도록 모르쇠로 일관한 군청의 자세는 이해하기 어렵다. 구호가 거창하면 대개는 허황되기 마련이다. 아이들 이름을 지을 때 大자나 龍자 같이 기대가 큰 글자를 피하는 이유다.
평범한 생활인인 공무원들이 굳이 청렴으로 민을 품겠다고 우기지 말고 공직자로서의 윤리규범을 준수하고 주어진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면 그 뿐, 친절봉사를 해주면 감사할 따름이다.
주간함양의 군청 주차장에 대한 기사에도 불구하고 두 달이 지나도록 시정되지 않는 이유도 궁금하다. 넉넉한 공간에도 불구하고 민원인들의 불편이 극심한 것이 사실이고 따로 돈이 드는 일도 아니다. 막상 주차장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같아 기자에게 물었더니 별무신통이란다. 그러면 신문사는 어떻게 대응하느냐고 물었다. 물론 그 답도 별무신통이다.
관은 ‘우리는 상관 않겠네’라는 자세인데 일개 필부의 민원도 아니고 보도를 한 언론사의 체면은 뭐가 되는가? 더욱이 청사주변은 주차단속도 심하다. 더운 날 골목길에 겨우 주차하고 들어선 청사 안에는 친절봉사가 기다리고 있는지...
군 의회가 2017회계연도 결산 검사를 위해 위원 3명을 위촉해 20일 동안 행정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한다는 보도도 놀랍다.
위촉된 3명 모두가 전직 공무원이란다. 함양의 모든 보도매체가 사진과 더불어 위촉식 사실을 보도했지만 5명까지 선임할 수 있는 검사위원을 왜 3명만 위촉했는지, 왜 그 3명 모두가 전직 공무원으로 채워져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는 당연히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인선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한 어느 군의원의 말씀이다. ‘공무원 출신이 잡아내기는 잘합니다.’
도대체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의원님들의 인식 자체가 궁금해졌다.
행정에 대한 의회의 견제와 감시는 지방자치제도의 꽃이고 공무원들과 친하게 지내고픈 의원님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고 보니 함양에서의 모든 일들은 起承轉 公務員이다.
기획도 검토도 시행도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도 모두 공무원에게 의존한다. 현직이 곤란하면 전직을 찾는다. 모두들 공무원만 쳐다보고 있으니 그 어깨는 얼마나 무거울 것이며 청렴할 겨를이나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조금만 마음을 쓰고 기본을 지키면 해결될 일들도 마냥 숙제로 남겨지고 행정서비스가 시혜의 모습으로 구현될 때 까지 모두 기다린다. 吾不關焉은 ‘나는 상관하지 않겠네’ 라는 말, 태도를 뜻하는 말이다. 너 나 할 것도 없이, 관도 민도, 신문도 의회도 하나같이 상관하지 않겠단다.
세상사가 어차피 蝸角之爭인데 괜한 시비가 길어졌다.
주차장이야 군민들 차가 세워져 있겠지 설마 타지 사람들이 일부러 와서 차지하고 있겠는가? ‘전문적인 지식과 많은 경험’을 가진 선배들이 적은 비용으로 후배공무원들을 지도하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지 설마 후배 잘못을 눈감을지 모른다고 의심해서야 되겠는가?
분수도 모르고 가슴이 뜨거워진 필자만 아내에게 야단맞게 생겼다. ‘보소, 나이 먹으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 했거늘, 아니 의원님이, 기자분이, 군청 과장님들이 당신만큼 몰라서 그리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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