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왜상(倭商)이 부산에 배를 대고 약을 하나 파는데 담파괴(膽破塊)라 한다. 말로는 능히 덩이진 가래를 낫게 한다고 한다. 복용할 때는 참새 알을 반으로 갈라놓은 것만 한 작은 구리 국자를 쓴다. 자루는 길이가 한 자 남짓인데, 국자에 작은 구멍이 있어 자루 속과 맞통한다. 자루의 주둥이는 좁기가 이〔齒〕 사이 틈만 하다. 담파괴 잎을 가루 내어 국자에 재우고 불을 붙인 뒤, 자루 주둥이로 연기를 들이마신다. 연기는 맛이 몹시 써서 한 번 마시면 세 번 기침한다. 냄새 또한 지독하다. 담파괴를 피우면 입안이 얼얼하고 목구멍이 매캐해서 견딜 수가 없다. 부인네가 복용하면 임신하기가 어렵고, 임신했더라도 낙태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처음 이것을 보고 비상(砒霜)이나 부자(附子) 같은 독약으로 여겼다. 어떤 이는 이것을 복용해서 능히 담증(膽症)과 곽란(癨亂) 증세 및 가슴 병과 뱃병을 치료했는데, 한두 번 만에 효과를 보았다. 또한 담파괴의 재는 옴과 종기도 낫게 할 수가 있다. 삼사 년 사이에 온 나라 사람이 파도가 몰아치듯 다투어 사들였다. 서울의 남녀는 어린이고 늙은이고 할 것 없이, 병이 있건 없건 즐겨 피워 대는 통에 코를 비트는 고약한 냄새가 거리에 가득했다. 간혹 못된 젊은이들은 이렇게도 노래한다. “예쁜 여자 맛난 술은 봐도 참을 수 있지만, 담파괴를 보게 되면 참을 수가 없다네.” 지금 일본은 우리에게 원수의 나라다. 그 꿍꿍이가 장차 우리나라의 사람을 다 죽이려고 신기한 처방을 만들어서 먹이는 것이다. 약방(藥方)을 물어보면 이렇게 말한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보면 남방에 신령한 풀이 있어 잎 모양이 쇠귀 같은데, 아령죽(鵝鈴竹)으로 피우면 온갖 병이 낫는다고 쓰여 있소.” 대저 남방의 풀은 이름이 일만 가지나 되고, 잎 모양이 쇠귀처럼 생긴 것도 얼마나 될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하필 이 독초를 가리켜 『본초강목』에 나오는 신령한 풀이라 하는 것은 어찌 된 셈인가? 지난번에 진주 사는 백성이 다른 사람에게 담파괴 복용하는 법을 배우다가 죽었다. 그 아들이 관(官)에 소송하며 말했다. “제 아비는 이 사람과 사이가 나빴는데, 담파괴에 칡 잎을 섞어 태워마시자 그 자리에서 죽었습니다. 이 사람이 담파괴를 써서 제 아비을 죽였습니다.” 사또가 그 백성을 붙잡아 같은 방법을 써서 시험했더니 과연 대여섯대를 피우지 못하고 죽었다. 또 북경에 사신으로 갔던 이성길(李成吉)이 돌아오는 길에 배가 조금 아파서 이 잎을 다섯 대 정도 복용하고는 객사(客舍)에서 죽었다. 내 집안 조카 되는 선전관(宣傳官) 이노무(李簵武)도 담증을 앓아 이를 복용한 지 두 달이 되었는데 그 집안사람에게 물어보니, 이것을 복용하다가 이미 죽었다는 것이다. 내가 말한 이른바 담파괴(痰破塊)란 바로 담파귀(膽破鬼)이니, 능히 간과 쓸개를 망가뜨리는 일종의 요망한 귀신(膽破鬼說)이다. 네덜란드 상선을 통해 일본에 전래된 담배는 일본을 거쳐 조선에 들어왔다. 원어 타바코(tabaco)가 와전되어 담파괴(痰破塊) 또는 담파귀(膽破鬼)로 바뀌었다. 비슷한 음을 따서 적고 보니, 담파괴는 ‘담(痰)을 없애 주는 덩어리’란 뜻이 되고, 담파귀(膽破鬼)는 ‘담(膽)을 깨는 귀신’의 의미가 되었다. 이 글은 담배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얼마나 급작스럽게 전국으로 퍼져 나갔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중요한 자료다. 부산 왜관의 일본 상인을 통해 보급되기 시작한 이 신통한 잎사귀는 얼마안 가 만병통치약으로 군림하며 전 국민의 기호품이 되었다. 첫 단락은 담배의 전래 경위와 담뱃대의 모양, 피우는 방법, 담배의 해독을 설명했다. 둘째 단락에서는 만병통치약으로 담증(膽症)과 곽란(癨亂), 가슴 병과 뱃병을 치료하고 재(災)를 바르면 옴과 종기도 낫게 하는 담배의 신통한 효능을 설명했다. 처음엔 독초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영약(靈藥)이더라는 것이다. 덕분에 담배는 서울의 남녀노소가 병이 있건 없건 모두 좋아하는 기호품이 되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단락은 담배의 해악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일본이 조선의 병 없는 백성을 다 죽이려고 먹이는 것이 담배라고 하여 이른바 음모론을 제기했다. 유몽인(柳夢寅:1559∼1623)은 담파괴를 담파귀로 읽어 간과 쓸개를 망가뜨리는 요망한 귀신이라고 뜻을 풀이했다. 이 글은 우리나라에서 담배를 제재(題材)로 쓴 최초의 글이다. 모두가 담배를 만병통치약으로 알고 법석을 떨 때 건강을 해치는 독약임을 선언하여 제대로 알아 애꿎은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이렇듯 한 편의 문장은 때로 한 시대의 풍경을 거울처럼 비춰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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