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변화를 파악하여 농사에 활용했던 천문학을 인간 탐구의 학문으로서 새롭게 발전시킨 것이 사주명리학이란 학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에 고유한 천기天氣와 지기地氣를 부여 받아 태어나게 되므로 각자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로 구성된 에너지 코드인 여덟 글자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태어난 년, 월, 일, 시만 안다면 누구나 이 여덟 글자를 알 수가 있다. 그리고 각자 이러한 여덟 글자를 통해 자신의 선천적 에너지 상태를 파악하여 체질體質, 기질氣質, 성질性質 등에 대한 정보를 알 수가 있으며, 10년 大運과 1년 세운歲運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운의 길흉까지 예측이 가능하다. ‘물상법’에서는 하늘의 에너지인 10천간天干은 ‘드러난 세계’를 의미하고, 땅의 에너지인 12지지地支는 ‘잠재된 세계’로 비유하기도 하는데, 나의 대표적 속성을 의미하는 일간日干이 ‘드러난 세계’인 천간天干에 속하므로 일단 천간天干의 변화를 지지地支의 변화보다 우선해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세상만물의 이치인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이 10천간天干과 12지지地支란 코드의 조합으로 인간에게 구체화된 것이 사주팔자四柱八字인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천문학 분야인 사주명리학을 “사람의 인생은 절대적으로 전부 다 결정되어 있다”는 학문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동일한 사주팔자라도 태어난 국가나 시대, 집안 등의 서로 다른 환경에 따라 만나는 인연도, 경험도 다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사주팔자四柱八字만으로 모든 사람의 인생을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며, 사주팔자四柱八字만으로 100% 정확하게 예측하여 말하라는 것도 문제다. 오히려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확률적인 데이터에서는 사주명리학만큼 유용한 학문도 드물다. 필자가 오랫동안 사주명리학과 영혼의 세계를 연구하면서 나름 깨달은 것이 있다. 인간이 윤회를 한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자신의 고유한 영혼은 변하지 않지만, 윤회를 거듭함에 따라 태어난 시대와 장소인 시공간은 다 다를 것이다. 당연히 새로운 육체로 태어날 때마다 여덟 글자인 사주팔자四柱八字가 다를 것이므로 결국 매 인생마다 육체와 마음 또한 다를 것이다. 가령 가장 단순하게 예를 들면, 어느 인생에서는 특히 화火의 기운이 강한 사주팔자四柱八字로 태어나고 또 다른 인생에서는 특히 수水의 기운이 강한 사주팔자四柱八字로 태어난다면 여덟 글자의 조합에 따른 기질氣質에 맞게 서로 다른 육체(장부)와 마음(성격)이 정해질 것이다. 그리하여 영혼은 새로운 육체의 마음과 합쳐 새로운 개성에 걸맞은 특성의 조합을 이루어 내므로 “지금의 마음을 진정한 나(참나)라고 착각하지 마라”고 하는 고대 성인들의 말씀과 상통한다. 왜냐하면 이번 생에 타고난 육체로 인해 체질, 두뇌, 개성이 새롭게 정해지므로 마음조차도 사실 진정한 자아自我 또는 영혼의 진아眞我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육체가 가진 마음도 영혼의 성격이자 진정한 자아自我인 진아眞我를 싸고 있는 하나의 껍데기(에고)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사주명리학을 통해서도 부족하지만 그러한 고대 성인들의 말씀이 왜 맞는지를 좀 더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직까지도 사주팔자四柱八字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은 이어지고 있지만 사주명리학의 이론은 분명 수천 년 동안 내려오면서 나름대로의 체계와 임상데이터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요즈음에는 서양 사람들도 이 분야에 논리적 측면, 과학적 측면, 통계학적 측면에서 관심을 조금씩 보이고 있다. 중요한건 수천 년을 내려오면서 인간사의 길흉에 적용시켜온 사주명리학이 운명에 대한 절대적이고 퍼펙트한 결과를 도출하는 학문이 아니라 통계학적인 분석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추명학推命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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