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밤 봄꽃이 날리듯 하얀 눈이 내리는데 어둠이 짙게 깔린 밤하늘에서 춤추듯 내리고 있는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더군요. 아침이 되니 소복하게 쌓인 눈이 온 대지를 하얗게 덮었는데 나뭇가지마다 눈꽃이 저마다 장식을 하여 4월의 꽃나무가 온 천지를 꽃피운 것 같았답니다. 채리 나무의 꽃과 과실 나무들의 꽃이 활짝 피어가는 시기에 한겨울에 내리는 눈이라니 참으로 특이하기도 한데 특히 눈 온 뒤의 매서운 추위는 겨울옷을 다시 껴입게 하더군요. 봄을 시샘이라도 한것일까요? 대지를 덮은 백설의 눈꽃은 보기 좋고 아름다운데 농작물이 피해를 많이 입어 마냥 좋기만 할 수 없더라고요. 고사리를 꺾어보니 냉해를 입어 상품성이 좋지 않고, 마늘도 피해가 있는거 같네요. 다른 농가에서도 피해가 많다고들 하소연을 하시네요.시집 온 뒤 농사일을 계속해오면서 농사는 어쩌면 자연의 기후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태풍이 오면 밤나무의 가지가 꺾이고 익지 않은 밤송이들이 무수히 떨어지고, 옥수수대가 넘어져 옥수수가 여물어지는 과정에서 성장을 멈추고, 곶감철에는 이상 고온으로 날씨가 너무 더워 곶감이 흘러내리기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 또 변수가 있었네요. 옥수수를 심을 때 까치가 씨앗을 파먹어 반 이상의 옥수수 싹이 올라오지 않거나, 여물기 시작하면 새가 쪼아 먹어서 상품으로 수확할 수 없을 때도 있었고, 멧돼지가 내려와 논과 밭을 파헤치고 옥수수밭을 쑥대밭을 만들 때도 있었네요. 농사일은 열심을 다해 정성을 쏟아도 가격이 맞지 않으면 태풍이 온 것 처럼, 또는 멧돼지가 내려와 피해를 준 것처럼 농민의 가슴에 상처를 안겨 주지요. 농사일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라면 저희와 같은 경험 한번쯤은 다 해 보셨을 듯 싶네요. 동네 할머니들을 가만히 보면 저분들은 참으로 농사가 천직인가 하고 생각될 때가 있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면 농사일을 하시고 어둠이 내릴 때쯤에서야 집에 돌아와 피곤을 누이시니. 그렇게 평생동안 쉼없이 농사일만 하시는 분들을 보고 있으면 한편 존경스럽고, 때로는 안타깝더라고요.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실 때는 결국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시잖아요. 어렵게 농사로 번 돈을 아까워서 함부로 사용 하지도 못하시고. 결국 남아있는 자식들에게 남겨주고 가시는데... 저도 나중에 그렇게 살아갈지 어떨지 모르겠네요. 함양농협에 이사로 있는 남편이 얼마 전 이사회의를 다녀와서 농산물 가격이 걱정이라고 하더군요. 어느 상인의 이야기라면서 작년 재고로 남아 있는 4월 현재의 양파 가격이 15킬로 1망에 단돈 1천원~2천원한다고 하였다네요. 저희집은 양파 농사는 하지 않지만 농산물 가격이 이렇게 4월에 내리는 눈처럼 예측이 어려운 현실이라면 앞으로 우리 농민들은 어떤 마음으로 농사일을 할 수 있을까요? 참으로 걱정이네요. 얼마 전 언론 뉴스를 통해 함양에서도 농업인월급제를 시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긴 하였는데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입 농가가 많지 않다는 것 같더군요. 현실적인 농민의 삶의 안정을 위한 정부의 어떤 방안이 나온다면 다른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의 천직이 아닌, 진정 원하는 천직이 농사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농민이 잘사는 세상~ 농민이 행복한 세상~ 요즘 지방 선거를 앞두고 정치하시는 분들의 구호가 많더군요. 그분들 혹여 농사 한번 지어 보셨나 모르겠네요. 논과 밭 옆을 지나다닌 것만으로 농민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농민에 대한 예의가 아닐 듯 싶네요. 또한 그런분은 어쩌면 보기에만 좋고 정작 피해를 주는 4월에 내리는 눈과 같지 않을까요?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 속에서도 참고 또 참으면서 농사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진실된 위로가 되고 진정한 행복을 안겨줄 믿을만한 그런 분 있으신가요? 만약 있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꼭 군민의 선택 받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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