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야 말로 하늘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내려와 양면 보자기를 휘릭 뒤집는 마술쇼가 아닐까 싶다. 춘분에 내린 큰 눈에 흔적 없이 사라졌던 크로커스가 마술처럼 다시 나타나더니 꽃을 활짝 피운다. 경이로움에 환호하고 박수를 치려다 엄숙하게 경배하게 되는 봄날의 매직이다.
지난 주 춘설에 올해 목련은 망했구나했다. 눈이 얼마나 많이 쌓였던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대설 주의하라는 재난 안내 문자 올 때까지만 해도 장난치나? 했는데 말이다. 목련 꽃눈이 눈 속에서 얼음이 버렸으니 이제는 눈을 뜨지 못할 거고 혹여 눈을 떠도 할매 눈처럼 뜨겠구나 했는데 옴마야~ 이게 무슨 조화인지 춘설이 모두 꽃으로 변신해버렸다. 올해 목련은 특별히 춘설련 이라고 불러야 할까보다.
따뜻한 남쪽바닷가에 사는 지인은 수선화가 활짝 피었다며 만개한 사진을 보내왔다. 우리 집 화단에 있는 수선화는 이제 꽃대 하나 겨우 올렸는데 말이다. 나는 화단에 활짝 웃고있는 크로커스 사진으로 花答했다. 엊그제만 해도 다시 겨울이 오는가 싶었는데 양지바른 언덕에 햇쑥도 언뜻언뜻 보인다. 아내가 보물찾기 하듯 여기저기서 조금씩 뜯어와 된장국에 넣었다. 쑥은 얼마 되지 않지만 향이 엄청 진하다. 꽃샘추위를 견디고 막 올라온 어린 햇쑥이라 그런가보다. 이맘 때 봄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인 듯하다. 애타게 기다리던 애인이 불쑥 찾아와 안기듯 봄이 오지는 않는다. 한걸음 두걸음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쭈그리고 앉은 자리에서 우연히 봄을 발견하고 아하~하게 된다.
4월은 봄을 먹는 달이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올라온 봄나물을 먹으면 신체 면역력이 많이 올라가는데, 봄나물은 채취 시기가 다 다르다. 채취할 수 있는 날짜도 불과 며칠이고 길어도 일주일이다. 머위가 사월 초에 올라오고 며칠 지나면 봄쑥이 채취하기 좋게 키를 키운다. 그리고 열흘 정도 지나면 취나물이 보이고 두릅 순, 엄나물 순도 눈에 들어온다. 하순으로 넘어가면 다래순도 먹고 뽕잎 순도 딱 먹기 좋게 순을 내민다.
쌉싸름한 맛에 비타민, 미네랄, 칼슘, 식이섬유도 풍부한 머위는 첫봄에 입맛을 돋구는 인기있는 나물이다. 머위는 최근에 나물로 뜨고 있지만 한방에서는 약으로 많이 처방하는 약용식물이다. 동의보감에 머위는 해독, 기침, 가래, 기관지, 천식 등에 쓰인다고 되어 있는데, 여기 엄천골 어르신 말에 따르면 예전에 밭에서 일하다 뱀에 물리면 머위를 많이 먹고, 찧어서 즙을 상처부위에 바르기도 했다한다. 요즘 같으면 바로 보건소로 달려가지만 옛날에는 그랬다는 것이다. 며칠 전 아내가 방에서 지네에게 물렸는데 읍에 있는 병원에 후다닥 달려가서 주사 한방 맞으니 다음날 바로 붓기가 빠졌다. 옛날 같으면 머위를 먹고, 찧어 바르고 했을 텐데 말이다.
이맘 때 나오는 봄나물중 제일 맛난 걸 나에게 고르라면 단연 머위다. 뿌리에서 막 올라와 줄기가 통통하고 붉은 빛이 나고 잎에 잔털이 난 어린 머위를 조물조물 무쳐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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