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취하고 싶은 날/그대가 예뻐 소주 한잔/그대가 멋져 막걸리 두잔’
실내 포차 벽에 걸린 현수막 글귀처럼 일상에 지쳐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은 이들에게 벗이 되는 곳이다. 주인장이 손님들에게 전하는 감성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함양읍 용평1길 16-1 목화예식장 골목에서 이미자(여·50)씨를 만났다. 이씨는 이곳에서 4년째 ‘원샷포차’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가수’ 이미자씨와 이름이 똑 같다. “노래 잘하느냐”고 하자 “노래 잘했으면 가수하지 포차 하겠냐”고 한다. “노래는 못해도 음식은 잘한다”고 하기에 “이미자씨 노래 잘하는 만큼 음식을 잘하냐”고 되물었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니예유~”라며 손사래를 친다.
강원도 원주가 고향인 이씨. 강원도 사투리보다 충청도 사투리를 더 많이 쓴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팔도에 안살아 본 곳이 없단다. 대전, 충주, 제천 등 충청도에서 가장 오래 살아 충청도 사투리가 익숙한 모양이다. 경기도 안산, 강원도 횡성, 부산, 대구 등 전국을 유랑하듯 살아온 이씨가 함양에 터를 잡은 지는 8년 전이다. 2003년 전원생활을 꿈꾸며 남편의 고향인 전북 곡성과 가까운 인월로 귀촌했다가 함양에서 음식점을 개업하면서 함양과의 인연을 맺었다.이씨는 8년전 함양교회 인근에서 ‘자갈치꼼장어’라는 상호로 음식점을 개업해 부산 자갈치꼼장어의 맛을 함양의 미식가들에게 선보였다.
그래서인지 꼼장어(먹장어)는 다른 안줏거리에 비해 다소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원샷포차에서도 여전히 인기메뉴다. 꼼장어 안주는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두 종류다. 부산 자갈치에서 20년 넘게 꼼장어 음식점을 운영 한 막내이모에게 요리비법을 전수 받았다고 한다. 다른 안줏거리와 밑반찬 등은 시어머니에게 배운 남도 손맛이라고 한다. 밑반찬을 제외한 안주류만 무려 열다섯 가지다. 꼼장어 외에도 낙지탕탕이, 문어숙회, 가오리찜, 골뱅이무침, 돼지껍데기, 불닭발 등도 인기메뉴. 그야말로 육해공군이 원샷포차에 다 모였다.
이씨는 이미 10년 넘게 분식점을 한 탓에 한식에서 양식까지 못하는 음식이 없다.
원샷포차는 이름 그대로 포장마차를 실내로 들여온 것인데 술과 안주류가 주종이지만 술손님 보다 식사하기 위해 찾는 손님도 제법 많다고 한다. 식사 메뉴로는 국수와 알밥 달랑 두 가지뿐. 특히 주문 즉시 삶아내는 촌국수의 맛은 일미란다. 갓 삶아낸 쫀득한 면발에 보리새우와 멸치로 우려낸 육수를 더하면 환상궁합이란다.
‘원샷포차’는 다른 사람이 5년 동안 운영해오던 가게를 이미자씨가 인수한 것이다. 이씨가 영업한 것까지 하면 벌써 8년이 넘었다. 그녀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하지만 가게 이름이 마음에 들어 그대로 사용한다”며 “포차이름으로 좋지 않냐”고 했다.
원샷포차는 많은 이들이 하루일과를 마무리할 무렵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오후 5시에 문을 연다. 다음날 새벽 5시까지 하루 12시간 영업한다. 그는 오후 2시 반이면 집을 나선다. 매일 시장에 들러 손님상에 올릴 야채 등 식자재를 구입한다. 꼼장어, 문어, 낙지 등 해산물은 통영에서 직송한다. 거의 모든 식자재는 국내산을 사용한다. 수산물을 제외하면 모두 함양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다. 손맛도 손맛이지만 그녀는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맛의 비법이다”고 했다.
이미자씨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사연도 제각각이겠지만 한잔 술에 기분 좋게 가게를 나서는 손님들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손님이 무슨 메뉴를 선택하든 입은 호사를 누리게 하고 싶다”는 그녀는 “맛있게 잘 먹었다는 한마디에 피로를 잊는다”며 손님맞이 준비에 바쁜 손을 재촉했다.
기쁨은 더하고 슬픔은 나누는 원샷포차, 하루를 열심히 달려온 이들에게 쉼터 같은 벗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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