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완연한 봄인가봅니다. 두 아이 학교 보내는 길에 잠시 짬을 내어 산책을 해 봅니다. 날씨는 따뜻하고 강가에 물버들 나무엔 새싹이 보이고 밭에 심어둔 자두 나무와 매화 나무에도 꽃이 피었네요. 올해 연못가에 새로 심은 왕대추와 앵두 나무도 새싹이 올라오네요. 비가 내린 뒤의 맑은 강물에는 피래미들이 노니는 모습이 햇빛에 반사되어 은빛으로 빛나네요. 동네 할머니들은 감자를 심고, 양파 모종이 비닐 사이로 숨어서 양파 줄기를 세우는 등 들판이 봄을 맞아 농사일에 분주한 모습을 보니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마냥 온 천지가 생동감이 넘칩니다. 저희집에도 유통시설 건물을 짓기 위해 터를 만들고 담을 쌓는 등 남편은 연일 그곳이 직장처럼 바쁘답니다. 남들처럼 감자도 심어야 하고 옥수수도 심어야 하는데 저희집 논에는 논갈기는 고사하고 작년에 씌워둔 비닐조차 아직 그대로이니 꽁지에 불붙은 노루마냥 마음이 조금씩 바쁘고 걱정이랍니다. 코앞에 다가오면 당연히 하게 되겠지만 이웃집 할머니들의 바쁜 농사일을 보고 있으면 왠지 우리가 늦은 건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나봐요. 시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는 때가 되면 남들보다 늦지 않게 이것저것 간섭해 주셨는데 그때는 몰랐는데 때되면 알려 주시는 그 잔소리가 이제 그립기도 하네요. 한국에서 10년을 살면서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고 경험하게 된 모든 것들이 세월만큼 저에게도 배움이 된 부분은 많은 것 같아요. 세월 저쪽은 추억이지만 어찌 보면 부족하고 철없던 시절로 기억되는 부분도 많네요.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배움들. 그게 나이를 먹어가는 증거인가봐요. 네팔에서 고민과 큰 걱정 이라고는 해본 기억조차 없었던 어찌보면 마냥 순수한 삶을 살다가 겨우 성인이 되어 바로 한국으로 시집을 오게 되었으니 배움과 경험, 성숙, 이런 느낌은 한국에서의 삶이 전부인 듯 느껴질 때도 많답니다. 그래서일까요? 언젠가부터 남편과 저는 해마다 봄이면 나무를 심는답니다. 엄혹하고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햇살은 얼마나 달큰하고 좋은지. 저 멀리 가물거리는 아지랑이는 또 얼마나 간지럽고 예쁜지. 이 좋은 날에 남편과 다정히 나무를 심고. 금방 키가 훌쩍 자라서 심을때의 작은 나무를 추억하게 하는 나무들. 해마다 몇 그루씩 심고 있는 나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억을 더듬어 세월을 가늠해보곤 한답니다. 과일이 열리고, 햇수가 거듭될수록 열매 갯수가 많아지고. 이국만리에서 낮선 타국에 와서일까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중간 중간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싶고, 증명받고 싶고, 확인하고 싶을때가 많답니다. 두 아이 낳고 기르고 어느 날 아이들은 훌쩍 성장하여 있고 나는 나이 먹어 있다면 화살같은 세월이 야속할 것 같거든요. 그래서 봄이면 나무를 심고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과일이 열리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보다는 조금 빠른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나무를 통해 간접 경험하면서 사는 저의 삶...나쁘지 않지요~?~^^저는 봄이 좋답니다. 한남마을 앞의 시원하고 맑은 강물이 좋구요. 강물 사이로 은빛 물고기들이 유유히 노니는 모습은 더욱 좋답니다. 그래서 또 봄을 기다리나봐요. 화창한 봄, 생동하는 봄과 함께 주간함양 독자님들께서도 깊은 땅속 새싹이 올라오듯 역동하는 기운 찬 삶 사시길 빌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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