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 지곡면 오평마을회관이 일일 ‘시네마천국’로 변신해 화제다.
지난 3월15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함양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노인분과(분과장 서석훈·이하 협의체)는 지곡면 오평마을회관에서 영화 상영 프로그램인 ‘구들장 영화관’을 열었다.
“영화는 한 30년 만에 보는 것 같아. TV에서 드라마는 자주 봤지만 이렇게 영화관에 온 것처럼 여럿이서 영화를 보는 것은 옛날 가설극장에서 보고난 뒤 정말 오래만이야.”
영화 시작 1시간 전에 마을회관에 도착한 김윤임(75)씨는 지난 시절을 회상했다. 옆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던 노순조(86)씨는 김 씨의 말에 콧방귀를 꼈다.
“30년은 누구 코에 붙여. 난 시집 오기 전에 가설극장 한번 가보고 오늘이 두 번째야 한 60년만에 보는 것 같아.”
노순조 할머니는 21살에 함양 병곡에서 지곡면 오평마을로 시집 왔다. 65년의 시간이 흘렀고 3남 3녀를 얻었다. 긴 세월을 보내면서도 마음 한 구석 남아있는 영화의 그리움은 그를 설레게 했다.
오후 6시 오평마을 주민 등 30여명이 시네마천국으로 변신한 마을회관 방바닥에 앉았다. 관람객
들 사이에 놓인 밥상에는 오렌지와 벙튀기가 ‘팝콘’을 대신했다.
“오늘 보실 영화는 장애인 동생과 사고뭉친 형님아의 우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즐겁고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차상열 함양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의 상영 안내와 함께 오평마을회관 실내등은 꺼졌다. 마을회관엔 정적이 흐르고 ‘구들장 영화관’ 전용 100인치 스크린엔 60여개 눈동자가 집중했고 그 눈시울은 붉어졌다.
1분처럼 흐른 120여 분이 지나고 오평마을 구들장 영화관은 막을 내렸다.
“대전에서 군대 생활하던 기억이 나네. 그때는 영화 많이 봤는데 이렇게 영화관이 마을로 찾아오니 정말 좋네 앞으로도 자주 좀 와.”
영화가 끝나자 오성환(82) 씨는 아쉬움이 섞인 말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오후 8시 10분 영화가 끝나자 자원봉사에 참여한 협의체 노인분과 여섯 명 회원들 손길이 빨라졌다. 프로젝트와 노트북을 정리하고 스크린을 차에 싣는다.
관람을 마친 오평마을 오영섭 이장은 마을 입구까지 배웅하며 마을 주민들을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번 행사를 진행한 노인분과 서석훈 분과장은 “영화문화 접근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직접 찾아와 구들장 영화관을 개봉할 때 마다 보람을 느낀다. 올해 모두 12번 영화 상영을 계획하고 구들장 영화관은 관내 어디든 영화의 추억을 찾고 싶은 어르신들을 위해 달려가겠다”며 “구들장 영화 상영을 원하는 마을은 어디든지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구들장 영화관 이용 문의는 함양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노인분과 서석훈 회장 전화(010-7586-3806)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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