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하면 여러 가지를 떠올린다. 다른 영어권 국가에 비해 사회 안전망과 사회보장제도, 교육시스템 등이 잘 갖춰져 있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어학연수나 이민 선호도에서 늘 상위권 국가로 꼽힌다.
북아메리카 북부에 위치한 캐나다는 동계스포츠 강국이기도 하다. 미국, 러시아, 노르웨이, 독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며칠전 막을 내린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종합 3위를 차지했다. 면적도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캐나다 생활을 뒤로하고 이역만리 타국인 대한민국 지리산 산골에서 20년이 넘는 세월을 함양의 며느리로 살고 있는 파란눈의 함양인이 있다.함양군 유림면 옥동마을에서 다자녀 가정을 이뤄 살고 있는 서샬롯(50)씨다.
샬롯씨는 함양여중에 원어민 영어선생님으로 부임하면서 함양과의 인연을 맺었다. 남편 서승원(50)씨를 만난 것도 이때였다.
샬롯씨와 승원씨는 1968년생 동갑내기다. 함양의 한 검도장에서 검도를 배우는 수강생으로 만났다. 그들의 나이 스물여덟 살 때다. 1996년 2월에 만나 10개월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그녀는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며 언어 장벽으로 인한 초기 한국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한국말을 잘하는 편이지만 여전히 자기의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기에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단다. “사투리는 더욱 알아듣기 어렵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샬롯씨는 “승원씨와는 영어로 대화할 수 있어 당시 이국생활의 외로움과 언어장벽을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며 “남편이 아니었으면 아마 캐나다로 돌아갔을지 모른다”고 했다.
샬롯씨는 남편의 고향인 옥동마을에서 신접살림을 차린 뒤 지금껏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부다.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게 불편할 법도한데 “전혀 불편하지 않다”며 “아이들도 잘 챙겨 주시고 집안일도 많이 도와준다”고 자랑이다.
샬롯씨는 캐나다의 명문 마운트앨리슨대를 졸업했다. 대학에서 데생과 조각 등을 전공한 미술학사로 교원자격도 취득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한 뒤 여행을 겸해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iday)로 한국을 방문, 경남 창원에서 영어학원 강사로 취업하면서 한국생활을 시작했다. 학원과 대기업에서 원어민 영어강사로 1년 남짓 창원에서 지낸 것을 제외하고는 20년이 넘는 시간을 함양에서 보내고 있다.
샬롯씨는 지리산 마천의 계곡과 상림숲을 최고의 명소라고 추천했다. 천년의 숲이 우거진 상림은 운동을 좋아하는 그녀에겐 더없이 좋은 곳이라며 자주 상림을 찾아 숲길을 걸으며 여유를 즐긴다고 한다.
함양과 인연을 맺은 샬롯씨는 함양여중에서 2년 동안 영어선생님으로 학생들을 지도했다. 승원씨와 결혼후 2남1녀를 둔 다자녀 가정의 전업주부로 오랫동안 육아에만 전념했다.
그녀는 자녀들이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시간적 여유가 생겨 다시 취미활동 등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함양군종합사회복지센터에서 생활영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원 15명에 주1회 강의를 하는데 정원의 배가 넘는 36명이 신청해 21명이 대기 상태다. 그야말로 인기 강좌가 됐다. 도서관과 한 어린이집에서도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그녀는 또 강사가 아니라 함양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수강생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그림그리기 프로그램을 수강한 뒤 함양미술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강의도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미술이나 요가 등 취미생활도 마음껏 즐길 수 있어 이곳 생활이 너무 행복하다는 샬롯씨. “가끔 향수병을 앓기도 하지만 제2의 조국에서 함양사람으로 살아가는 자신이 더 없이 행복하다”며 만면의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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