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봄눈이 내렸습니다. 봄눈 치고는 근래 보기 드물 정도로 많이 내렸습니다. 사감 근무를 마치고 눈 내린 학교 주변 풍경을 찍어 SNS에 올렸더니 지인이 “들뜬 세상의 노래를 달래듯 다시 차분하게 덮어준 춘설,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은 것은 아냐 이 세상도 사람들 얘기처럼 복잡하지 만은 않아... 이런 노래를 떠올리며 혼자 흥얼거려 보는 밤.”이라는 글과 함께 윤상의 ‘한 걸음 더’를 유투브(youtube) 링크로 보내주었습니다. 강원도 어느 중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시며 시를 쓰고 음악을 하시면서 저를 든든하게 응원해주시는 까마귀 김동성선생님. 선생님께서 저에게 보내 주신 노래를 첫 모의고사 시험에 실망한 아이들에게 들려주어야겠습니다. “한 걸음 더 천천히 가도 그리 늦은 것은 아냐.” 곱씹을수록 더 귀한 말입니다. 청운의 꿈까지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진학해서 처음 보는 시험이라 좋은 성적을 받고 싶었겠지만 표정들이 밝지 못한 것을 보니 기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나 봅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한 아니 세계 어디에 살아도 경쟁을 피하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무한 경쟁 속으로 몰아 넣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도 성적보다는 기본적인 가치 교육이 중요하기에 저는 학생들을 만나는 첫 시간에 “예의를 지키는 사람이 됩시다. 성실한 사람이 됩시다. 겸손한 사람이 됩시다.”라는 말을 먼저 합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를 잘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은 수업을 안 듣고 자도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예의 바르고 성실하고 겸손한 학생들은 수업을 더 열심히 들을 것 같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학생들에게 학교생활이 녹록치는 않을 것입니다. 기숙형 고등학교는 더더욱 힘듭니다. 낮에는 수업하고 밤에는 자습하고 그것도 모자라 새벽 자습까지 생각만 해도 숨이 턱턱 막혀올 정도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SNS 한 줄 소개에 적어 놓은 “긍정의 힘과 여김”이라는 글귀를 학생들에게 소개했습니다. 내가 살아 보니 이렇게 생활하는 것이 후회를 가장 적게 하는 방법이던데 여러분들도 어차피 해야 할 일이면 긍정적으로 받아 들여서 최선을 다하고,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도 있으니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으로 여기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힘든 일을 하면 “내 힘들다.” 라고 말할 수 있지만 여러분은 혼자만이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 같은 또래 40만 정도의 친구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노력하고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내 힘들다.”를 거꾸로 읽으면 “다들 힘내.”가 되니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멋진 학창시절을 보내라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김남조 님의 ‘설일’이란 시를 소개하면서 세상에 혼자인 것은 없고 삶의 힘든 과정에서도 신의 은총이 함께 있었고 사랑의 아픔 가운데서 신의 섭리가 함께 있었다고 했습니다. 눈 내리는 봄날 새 학기를 시작하는 파릇파릇한 학생들이 첫 단추를 잘 꿰어서 좋은 경험들을 통하여 인생관, 가치관이 올바로 정립되고 자기의 적성에 맞는 일들을 찾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새 봄에, 새 학년 새 학기를 시작하는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때로는 힘에 부치는 것들을 능력 밖이라 여기고 내려놓고,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생활해 여러분 인생의 봄날을 맞이하기 바랍니다. “한 걸음 더 천천히 가도 그리 늦은 것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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