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의 엄마가 직장에서 늦게 퇴근해서 집에 와보니 딸아이가 아빠가 드실 김치찌개를 하나도 남겨놓지 않고 다 먹어버렸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황당해하면서 아이 엄마는 딸아이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아이의 대답이 “아빠가 늦게 오실 때도 있고 저녁식사를 하고 오시는 때도 많아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다 먹어버렸어요!” 딸아이의 무심코 한 행동을 보면서 아이 엄마는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얼마나 자녀교육을 잘못 시켰는지, 그 동안 얼마나 자녀 위주의 삶을 살아왔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주 작은 일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었지만 자신에게는 너무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져서 그날 밤 마음이 아파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날 늦게 퇴근한 남편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남편에게 어제 저녁에 딸아이가 김치찌개를 먹어버린 사건을 이야기했고 그 동안 아내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남편을 가장으로 세워주지 못했음을 깊이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정중하게 부탁했습니다. “당신은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요. 당신은 우리 가정의 영적 지도자로 세워진 가장인데 그것을 감당하지 않는 것은 마땅히 책망 받을 일이에요.” 남편은 알았다고 말하며 노력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로 엄마는 딸아이에게 아버지의 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아이의 용돈문제, 방학동안의 생활계획, 컴퓨터 구입하는 문제 등을 사전에 철저하고 진지하게 아빠와 의논했습니다. 그 외에도 가정의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에 온갖 성심을 다하면서 때로는, 아이의 나쁜 생활습관이나 잘못된 행동들을 단순히 감정으로 지적만 한 것이 아니라 눈높이를 아이에게 맞추어주고 도와주면서 한편으로는 신앙교육을 통해 딸아이를 깨닫게 해줄 때 아이가 스스로 자기의 잘못된 부분들을 빨리 고치려 노력하는 모습도 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딸아이의 삶이 점점 변화가 바르게 오는 것을 실제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실 딸아이가 변화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애쓰고 추구해 나갔습니다. 아직은 남편이 가정의 영적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고 딸아이에게도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한 가정이 다듬어져 가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얼마 전에 필자에게 있었던 한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온가족이 저녁식사를 하는데 테이블 한자리에 아주 고급스러운 카스테라(빵)가 놓여있었습니다. 저녁식사를 다 마치고 나니 아내가 먼저 카스테라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필자에게 먹을 것을 권했지만 배가 부른지라 나중에 먹겠다고 사양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안방에서 한참을 쉬고는 카스테라가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 안방문을 열고 나오는데 아들내외와 손주들이 거실에 앉아서 TV를 시청하면서 카스테라를 먹고 있었습니다. 순간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가정의 웃어른인 할아버지에게 먼저 권했어야 하는데 아무 말도 없이 먹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섭섭한 마음도 들면서 가정교육을 잘못 시켰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 내색하지 않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왔는데 곧 아들내외가 따라들어왔습니다. 아들손에는 카스테라가 그리고 며느리 손에는 사과가 들려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한 자리에서 본인은 카스테라를 먹고 사과는 함께 맛있게 먹었습니다. 사실 빵 한조각이 가장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닐 것인데도 너무 과잉 반응한 것은 아닌가? 자신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어쩌면 사랑스러운 자녀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마음이 드는 것이 가장으로서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한 가정의 질서도 바로 세워지고 가장의 위상이 무시되지 않는 것도 가정의 구성원인 모두가 서로 협력해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서로 양보하고 수용하면서 사랑으로 포용하면서 또한 자기의 위치를 분명히 지켜나갈 때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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