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 12월, 무자격교장공모 신청 15% 제한을 없애고 전면확대 하겠다는 ‘교육공무원임용령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고 3월에 최종 결정한다고 발표하자 교원단체와 교원들의 묵은 갈등이 증폭되었다. 퇴직을 했기 망정이지 현직에 있었다면 서로 다른 민감한 반응에 직면하여 생각이 복잡했을 것이다. 경기도의 교사출신 공모교장들이 교감자격도 없이 교장자격연수 대상자로 나타났을 때 당황했던 기억은 지금도 새롭다. 공모교장은 공모만료가 되면 공모이전의 교사자격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교장직 수행을 빌미로 교감자격 없이 교장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법규개정을 주도했을 것이다. 교장직 8년을 수행하면 이 역시 교사신분으로 환원된다. 이를 막기 위해 빠르게 자격취득을 한 현직교장들이 그랬듯이 그들 역시 교장직 수행기간 사이에 전문직으로 전전하는 잔재주도 부렸다. 혁신학교 수장으로 행세하던 교사출신 공모교장은 교장자격을 취득하고 서울시교육청으로 들어갔다. 누구보다 빠르게 신출기묘한 재주를 부린 셈이다. 기존승진제도를 성토하던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외국의 교장임용은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전국적 차원의 공개전형으로 임용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처럼 국가교장자격을 필요로 하는 나라도 중앙일간지에 채용공고를 내고 4단계의 임용과정 절차를 거친다. 교장임용 전에 교장자격을 취득해야 하고 초임교장 입문을 위한 연수과정을 거친다. 자격훈련은 5개 핵심영역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경력과 필요평가를 통해 1년에서 3년 과정으로 연수기간이 다르다. 실패할 경우 재평가를 하게 되는데 기회는 3년 범위 내에서 단 1회 주어진다. 독일은 별도의 교장 자격증은 없으나 일반교사자격을 획득한 자로서 경영능력과 행정능력, 학교교장으로서 필요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18개월 간 수습교장신분을 부여하고 수습기간이 끝나면 교사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 등의 의견을 거쳐 최종임용을 결정한다. 두 나라 모두 교장역량강화에 필요한 기간과 훈련강도가 우리나라와는 현저하게 다르다. 우리나라의 교장공모제는 공모만 차용했을 뿐 교장으로서의 경영 및 행정능력을 위한 훈련이나 수습의 시스템이 아예 없다. 현행 교감이나 교장자격 연수도 행정이나 경영능력을 강화하기는 너무 짧은 기간인데 내부형의 무자격교장은 이마저도 없이 교장으로 임용되는 위험한 시스템이다. 당연히 교사들도 수습기간 없이 임용고시 합격 후 일주일 정도의 이론강의 위주의 연수를 받고 바로 교단에 서게 된다. 교사경력 15년이면 학생교육이나 교육과정에 대해 익숙해질 즈음이다. 공모심사과정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경험에 의하면 학교 밖 인사들이 대부분인 심사위원들은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선정하며, 후보자의 들으나마나한 경영계획을 듣고 형식적인 질의응답 몇 개를 거치는 식이다. 1인후보도 속출하여 공모에 응하면 임용될 수밖에 없는 케이스다. 학교의 심사가 끝나면 교육지원청을 거쳐 최종적으로 교육감이 결정하는데 교육감의 손에서 심사결과가 뒤바뀌기도 한다. 이때 만 해도 어차피 발령을 받을 자격교장들이 조금 더 일찍 교장직을 수행하기 위한 공모가 주를 이루었다. 공모를 위한 공모를 한 셈이다. 구성원간의 위화감이나 패거리문화는 차치하고서라도 강도 높은 자격훈련과정을 거치거나 전문적인 브레인을 공모하는 것이면 모를까, 교사경력 15년으로 교장직 수행은 어려운 일이다. 학생교육을 위해 교육과정의 절차와 내용을 통달해야 하고, 전 학년의 교과체제를 알아야 하며, 교직원의 업무를 꿰뚫고, 제반시설의 현황파악과 행정업무에 능하여 예산의 편성과 집행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이 모든 일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교장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지도감독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직장사회에도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다. 무자격교장임용을 위한 전면확대정책이 진행된 것에 대해 자격교장들도 반성할 여지가 많다. 자격을 가진 교장들의 ‘자격’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자격이 불필요한 지경까지 끌고 왔겠는가. 이해관계를 떠나 자신을 돌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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