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열리기도 전에 쏟아지는 말들의 난장을 볼 땐 응원의 기운도 안 날 듯 했지만 막상 펼쳐 놓으니 온 국민들이 ‘팀 코리아’가 되어 빠져들었다. 우리 팀이 이기면 자랑스럽고, 지면 아쉬워했다. 금메달을 만든 쇼트트랙의 최민정 선수는 영웅이 되고, 컬링 팀은 전 국민을 컬링 마니아로 만든 듯하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메달을 딴 선수는 스타가 되었고, 결과가 모든 것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 듯이 보이지만,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결과보다 과정에 더 소중히 생각하는 새로운 변화의 기운도 확연했다.
인터뷰나 경기 후 표정을 보면 선수들이 올림픽을 즐기고 있었다. 결승에서 아쉽게 진 이상화 선수는 최선을 다한 것의 감동이 금메달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을 보였고, 스키점프의 노장 최흥철 선수는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국가대표라는 것만으로 행복해했다. 선수들이 과정을 즐기는 모습은 TV를 넘어 묘한 에너지로 다가와 금메달 개수를 세려는 기성세대들을 문득문득 깨워주는 듯 했다.
한편 과정이 정정당당하지 않을 때 국민들은 분노했다. 일 년 전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집회에 불을 댕긴 화약은 무능한 대통령이 아니라 정유라의 부정입학이었고, 지진을 겪은 1% 포항 수험생들을 지켜준 배려의 공정함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연말까지 지켜주었다. 반면에 확고부동한 대통령의 지지율에 금을 낸 것은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이었다.
정부는 남북단일팀을 급히 만들며 ‘평화올림픽’의 성과를 먼저 걱정했고, 국민들은 기존 선수들 중에서 본의 아니게 밀려 나는 억울한 선수들이 생길 것을 걱정했다. 분노의 본질을 잘못 짚은 국무총리의 변명에 더욱 공분했다. 결과로서 올림픽을 성대하게 마무리하고 전쟁위기까지 간 한반도의 평화에 기여를 했다 할지라도 부당하게 억울함을 당하는 소수의 약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민심의 반영이었다. 혹시라도 정부와 여당이 대의를 명분으로 작은 일을 부당하고 안일하게 덮으려했다면 정신이 번쩍 들었을 만한 일이었다.
절정으로 달아오르는 올림픽에 찬물을 끼얹듯, 여자 팀추월 팀이 팀웍과 스포츠 정신을 놓았을 때는 청와대 민원청원이 이틀 만에 5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원성이 끓어올랐다. 관람하는 국민들로서는 진실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정당당한 스포츠 정신이 없는 금메달은 원하지 않으며, 대한민국에 부끄러움일 뿐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가꾸어 갈 새로운 기운이다. 기초와 기본부터 탄탄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기회이다. 결과보다 과정을 꼼꼼하게 돌아보고, 나아가 여유 있게 즐기며 함께 나아가는 정정당당 팀 코리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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