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단순한 게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단순해 보이지만 맛을 내기 어려운 게 갈비탕이다.” 함양군 안의의 대표 음식 갈비찜에 도전장을 냈다가 제대로 매운맛을 봤다는 광풍루 김산식·이미숙씨 부부의 말이다. 갈비찜도 만만한 건 아니지만 맑은 국물의 갈비탕이 보기보다 훨씬 맛을 내기 어렵다고 한다. 광풍루의 주방장은 이미숙씨가 아닌 김산식씨다. 이미숙씨는 “남편 손맛이 저보다 훨씬 좋다”며 “광풍루 주방장은 남편이다”고 소개했다. 30년 만에 귀향한 김씨는 안의면사무소 뒤편에 ‘광풍루’라는 이름으로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4월이다. 아직 1년이 채 못됐다. 김씨는 20대 초반에 고향을 떠나 창원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 2013년 귀향했다. 귀향 후 음식점 낼만한 곳을 물색했다. 건물을 구입해 손수 리모델링하고 메뉴를 결정해 손맛을 내는데 꼬박 4년이 걸렸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함이 많다며 원조 안의갈비의 손맛을 뛰어넘기 위해 틈틈이 전국 맛집을 찾아다니며 동분서주한다. 1주일 중 매주 화요일은 휴업한다. 휴업일인 화요일은 유명 맛집을 투어하는 날이다. 가까운 거창과 함양읍은 물론 서울 부산 경주 등 가보지 않은 맛집이 없단다. 김씨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안의갈비의 명성에 누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배우고 연구한다”며 요식업을 하는 분들은 물론이고 모든 고향 선후배들의 관심과 호의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광풍루의 메인메뉴는 갈비찜과 갈비탕이다. 오리탕과 냉면은 사이드메뉴다. 배추김치, 무김치, 우엉조림, 나물무침 등 정갈한 밑반찬도 8가지나 된다. 김씨 부부는 원래 보조메뉴인 오리탕 전문점이나 보쌈집 개업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인들의 권유로 갈비찜과 갈비탕이 주메뉴가 됐다. 안의에서는 아직 오리탕은 낯선 음식이다. 뭐니 뭐니 해도 지역 대표음식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게 오랫동안 고향을 지켜온 지인들의 충고였다. 김씨는 “창원 등 대도시와는 달리 영업 초기에는 오리탕을 찾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며 “지인들의 충고를 들었던 게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한갓진 시간대에 온 손님들에게 오리탕을 서비스로 드렸더니 오리탕을 찾는 손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오리탕은 갈비탕과 비슷한 듯하지만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며 “아마 오리탕을 맛본 분들은 계속 오리탕만 찾아 광풍루가 오리탕 전문점으로 전환해야할지 모른다”며 오리탕에 대한 자신감도 보였다. 연일 최저기온을 경신하는 한파 속에서도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삼삼오오 손님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갈비탕, 갈비찜, 오리탕, 주문도 제각각이다. 김씨 부부의 손길이 더욱 분주해진다. 안의면 봉산리 임내마을 이종복(55) 이장 일행이 자리를 잡는다. “이 집 갈비찜 끝내준다”며 갈비찜을 시킨다. 옆에 있던 유수열(72) 새마을지도자도 한마디 거든다. “갈비탕도 맛있어.” “광풍루에 자주 오냐”고 묻자 “자주오지. 친절하고 맛있으니까”라며 “개업한 지 얼마 안됐는데 네댓번 왔으면 단골 아니냐”고 한다. 같이 온 서만순(66) 부녀회장은 “이장이 맛있는데 있다고 해서 오늘 처음 따라 왔는데 깔끔하고 좋다”면서 “자주 와야 되겠다”라며 음식 맛을 보기도 전에 단골이 되기를 예약했다. 11시부터 영업을 시작하지만 이른 새벽부터 그날 판매할 음식을 준비한다. 갈비찜의 양념도 10여 가지가 넘는다. 고춧가루를 비롯해 사과며, 양파며, 키위, 무 등 재료를 다듬고 갈고 양념을 준비하는 데만 몇 시간이 걸린다. 주방장인 김씨는 “갈비찜과 갈비탕을 만드는 데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며 안의갈비의 명성을 쌓아온 원조식당들의 손맛에 대한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광풍루의 빛과 바람에 정성을 더해 빚어낸 김씨 부부의 손맛은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매운맛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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