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 지어다” 성경을 읽다보면 특히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 중의 한 구절입니다. 알쏭달쏭 하기도 하지만 그 말씀에는 새겨들어야 할 깊은 뜻이 담겨있는 말씀입니다. 문자 그대로 언뜻 다가오기는 “들을 사람은 들어라” 하는 말로 들릴 수 있지만 그런 의미로 던진 말씀은 아닐 것입니다. 분명히 예수님은 귀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또렷한 육성으로 말씀하셨지만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입술에서 나온 말씀이 공기를 통해 전파되어 듣는 사람의 귀속으로 들어가 고막을 울렸지만 그 소리가 들려지지 않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은 듣지 말고 “들리는 사람은 들어라”는 소리가 아니라 “똑똑히 들어라”는 의미와 “들을 귀를 만들어라” 하는 뜻이 더 강하게 내포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는 세상을 보면 왠지 자꾸 서글퍼집니다. 매일 수많은 말들과 정보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다 보니 아무리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안 들어도 되는 소리는 그렇게 흘러 떠내려 보내도 별 상관이 없습니다. 문제는 마땅히 새겨들어야 할 소리조차 들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큰 문제입니다.
작금에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를 동반한 공공시설 화재 사건들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것들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말해 준다는 표현 보다는 피를 토하며 크게 절규하면서 소리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전에 일어났던 좀 더 작은 사고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지를 않으니까 이런 큰 슬픔의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서 목매어 외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스컴에 출연해서 쉬지 않고 떠들어 대는 패널들의 논리정연한 말과 방송매체들의 앞 다투어 아우성치는 소리들이 울리는 꽹과리와 같이 공허하고 시끄럽게만 들리는 것이 저만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들의 무사안일과 구태의연한 직업의식, 그리고 안전 불감증에 물들어 깊은 잠을 자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들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는 사건들임을 아무도 부인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단지 어느 극히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모습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 속에 알게, 모르게 깊이 자리 잡은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우리는 매스컴에서 연일 떠들어대는 사람들의 소리가 아니라 화재 현장 그 자체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들려주는 그 경종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그 책임을 그 관계기관의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각성하고 경성하지 않는 다면 그런 사고는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음을 우리 모두는 뼈저리게 느껴야 할 시점입니다. 아니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돌이켜야 합니다.
저는 작년에 오래되어 낡고 추운 저희 시골집을 헐고 다시 지었습니다. 측량을 하고 설계를 해서 건축을 완공하였습니다. 완공하고 난 후 집 뒤편에 방 1칸과 다용도실, 그리고 보일러실을 달아내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설계사무소에서도 그렇고 건축업자도 하는 말이 그냥 달아내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설계를 내고 허가를 받아 달아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의지를 피력해도 사람들은 “아니 다른 사람들은 다 그냥 하는데 왜 꼭 그렇게 하려고 합니까?” 그래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고 그렇게 했습니다. 그렇게 복잡한 것이 아닌데도 설계비가 90만원 다시 들었고 측량도 다시 해야 한다고 해서 측량비도 몇 십 만원 다시 들었습니다. 돈이 많은 부자가 아니었기에 솔직히 그냥 할 걸 하는 생각이 얼핏 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정상인데 무언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냥하는데 나만 쓸데없이 돈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나 한 사람이 이렇게 한다고 세상이 바뀌고 뭐가 달라지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마 허가를 받지 않고 달아냈다면 분명히 나는 돈을 몇 백 만원 절약했다는 대단히 잘못된 기쁜 감정을 가지고 어리석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자랑거리나 절약이 아니고 엄연히 불법을 행한 것이지요. 다른 사람이 대부분 그렇게 한다고 해서 불법 증축을 하면, 그러면 안 되는 것이 올바른 것이지요. 뭐 그렇게 내세울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저의 마음에는 지금도 그렇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대형 참사들은 분명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소리치고 있습니다. 우리의 귓전을 때리며 울리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다 알고 있습니다. 그 소리는 일부 관계기관의 직원들이나 책임자들만이 들어야 하는 소리가 아닐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들어야 하는 소리가 아니겠습니까?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 지어다” 그 속에 담겨 있는 의미처럼 우리가 더 늦기 전에 들을 귀를 만들어서 기필코 들어야 하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듣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돌이켜야 합니다. 우리 삶을 주의하여 자세히 들여다보고 우리 삶 구석구석에 깊이 자리 잡은 그릇된 삶의 가치관과 양식들을 대대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 우리나라는 “나라다운 나라, 안전한 나라”로 한걸음 발돋움 할 수 있지 않겠냐고, 그렇게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애써 혼자 다만 가슴을 치면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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