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거창에 이어 경남에서 세 번째 시행하는 함양 농어촌버스 단일요금제가 지난 2월1일로 한 달을 넘겼다. 함양군 농어촌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거리에 관계없이 함양 군내를 1250원에 갈 수 있게 됐다. 시행 한 달을 맞아 버스 이용 고객과 버스 기사, 주변 상권의 점주를 만나 단일요금제 시행이후 달라진 세태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버스 단일요금제 시행 한 달, 그 현장을 가다
진료받고 목욕하고 함양읍 논스톱 가즈아~~~
서상면 복동마을에 사는 엄귀임 씨의 일상에 변화가 생긴 건 버스 단일요금제가 시작하고부터였다. 임 씨는 확실하게 버스요금이 인하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작년까지 1만 원짜리 한 장으로 함양읍내를 왕복하면 잔돈 800원이 남았지만 2018년 1월 1일부터는 7500원이 남는다. 버스 요금을 내고도 목욕비 또는 점심 값이 고스란히 생긴다.
함양지리산고속터미널에서 만난 임 씨는 “버스요금 부담이 컸지요. 내가 안과 치료를 받아야 할 때는 거창으로 가곤했지만 이제는 함양읍으로 바로 직행이죠. 오늘도 서상에서 첫차 타고 나와서 안과 치료 받고 목욕도 하고 이제 집으로 갑니다”라며 “버스비가 내려 한 달에 두 번 정도 오던 함양읍내를 지난 1월에는 장날마다 왔다. 버스비가 내려 공짜로 돈이 생긴 것 같다. 모처럼 군수님이 큰 일했다”며 버스 단일요금제를 시행한 함양군 칭찬도 쏟아냈다.
군내버스 승하차장에서 만난 안의면 성북마을 하경난 씨도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병원 치료차 읍내에 온 하 씨는 “읍내까지 2400원을 내고 오다가 큰 돈은 아니지만 1150원 정도 절약이 된다. 거창으로 안과를 가면 시외버스 요금이 추가돼 읍내 오는 것보다 비싸게 친다. 나야 버스요금이 크게 차이는 나지 않지만 영각사나 마천쪽으로 가는 분들은 혜택이 크다. 무엇보다 1250원만 내면 우리 고장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참 잘할 일이다”고 했다.
28년간 버스를 운전한 지리산고속 강순철 기사도 옆에서 한마디를 거든다.“서상 노선을 운전하면 함양읍 직행 고객이 늘었다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작년만 해도 그 노선에서 열 분정도 승객이 타면 대부분 안의에서 하차했는데 요즘은 열분 중 다섯 분은 함양읍 터미널에서 하차합니다. 거창으로 병원이나 의원을 가던 분들이 휴일 빼고 평일에는 함양읍으로 자주 오는 것을 목격합니다.”
버스 단일요금제로 승객의 목적지 패턴이 달라졌다면 주변 상권의 변화는 어떤지 먼저 터미널과 가까운 목욕탕으로 향했다.
“눈에 확 띄게 손님이 늘어난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래도 자주 오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버스 요금 내려서 목욕탕 손님이 늘어난다면 이번 기회에 버스를 공짜로 해야지 후훗”하면 목욕탕 주인은 농 섞인 답변을 내 놓았다.
자리를 옮겨 응급실을 갖춘 함양 읍내 병원 원무과장을 만났다. “병원급 규모에는 주로 예방을 목적으로 내원고객이 오신다. 1월말까지 별도의 내방 환자 수를 뽑지는 않았지만 독감예방주사 접종을 위해 면 지역에서 오신 어르신들은 좀 많아 진 것 같다. 일정 부분 버스요금 인하 효과 여파도 있다고 보지만 좀 더 지켜봐야겠다”라며 섣부른 버스비 인하 효과 예단을 경계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시장 안 중국음식점이었다. 가는 날은 장날이었고 가격 저렴하고 음식맛 좋다는 풍문이 맞는지 인터뷰 할 시간도 없었고 대신 자장면 기다리는 어르신들 모습 구경하고 발길을 돌렸다.2% 부족한 버스 단일요금제군민의 이동권리와 교통권리에 일대 전환점을 마련한 버스 단일요금제에 대해 볼멘소리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함양군민으로 같은 지역에 살며 상대적 상실감을 느끼는 곳은 마천과 안의 두 곳이다.먼저 안의면 일대를 운행하는 서흥여객 7개 노선 구간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기존의 함양읍 논스톱(?) 노선은 그림의 떡이다. 함양읍으로 오는 노선이 없기에 최소 두 번을 갈아타야 올 수 있다. 함양군민 누구나 군청 소재지까지는 1250원이면 이용할 수 있지만 그들은 예외인 것이다.
지금 현재로선 상실감을 해결해 줄 뚜렷한 대안은 없다. 1988년 함양지리산고속의 전신인 함양교통이 안의 7개 노선을 양도해 이 노선을 양수한 거창 서흥여객이 운행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 구간 노선 승객들은 거창군 1000원, 함양군 1250원 버스 단일요금제 사이에서 아무 혜택도 받지 못해 상실감은 두 배다.
이와 관련해 서흥여객 오은식 계장은 “버스 노선 구간이 군간 경계를 넘고 있어 거리비례제 요금을 유지 할 수밖에 없다. 함양 버스단일요금제와 관련해 함양군으로부터 공식적인 버스 요금체계 개선 공문은 받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안의면 일부 지역은 버스 노선 자체가 없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에 비해 마천면 노선 구간은 버스는 있지만 도 경계를 넘어 버스 운송 면허가 다르다는 이유로 1250원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백무동 주민은 편도 4200원을 고스란히 다주고 군청소재지를 방문해야 하기에 상실감도 2배 이상 크다. 마천면 23개 마을 가운데 버스 단일요금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14개(당흥, 가채, 군자, 도마, 내마, 매암, 실덕, 뇌전, 양정, 음정, 하정, 도촌, 강청)마을 주민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전화 인터뷰에 응한 마천 주민은 “버스색깔만 다르고 다 같은 회사 소속 버스인데 왜 요금은 조정되지 못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며 “지안재나 오도재 쪽으로 신설 노선을 만들어 주면 휴천 유림쪽으로 둘러가지 않아서 훨씬 빨리 갈수 있다”고 대안까지 제시했다.
이런 문제에 함양군 관계 공무원도 “시행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불편 해소 방안 찾고 있다”라며 “우선 6월까지 신규 용역을 통해 문제점 해결 방법을 찾아 순차적으로 해결 하겠다”고 말했다.
함양군민의 교통권리와 이동권리는 선별적 복지가 아니라 보편적 복지이기에 이런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 될 수 있도록 군 당국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