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1에 출연했던 두 사람, 유시민 전 장관에 대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의 트위터 논란은 결국 Jtbc의 뉴스룸 직후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정재승이 트위터에서 유시민의 중앙일보와의 전화인터뷰 내용을 링크한 후 ‘유시민 선생님이(발언의 수위가 센데 비해) 블록체인이 어떻게 전 세계 경제 시스템에 적용되고 스스로 진화할 지 잘 모르시는 것 같다’는 멘션을 달았다. 그러자 이를 성토하는 트위터리안들의 댓글논란이 가열되고 뉴스룸은 이와 관련한 토론편성에 나선 것이다. 유시민이 가상화폐에 대한 인터뷰의 여러 질문 중, 한 질문에서 블록체인을 가상화폐와 묶어서 부정적으로 이야기한 것을 두고 정재승이 이를 지적한 것이다. 논란은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만 띄우고 ‘왜 잘 모르시는 것 같은가’에 대한 논거를 밝히지 않아 비롯되었다. Jtbc 토론에서도 정재승은 준비가 부족했다. 유시민이 역사적, 사회적 현상에 대한 분석이 탁월하고 마이크 앞의 경험도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면 그에 대처할 만한 사전 준비를 하고 나왔어야 했다. 블록체인 기술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암호화폐에 대한 사회적 현상과 이를 바라보는 유시민의 관점과 그의 가장 큰 장점인 인간에 대한 진정성까지 생각해야 했던 것이다. 반면 정보기술에 대하여 잘 모를 것이라고 판단했던 유시민은 준비를 하고 나왔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와 이 현상에 대한 역사적 유사사례까지 조사, 분석하고, 상대방의 반격에도 흔들림없는 재반론을 하면서 현실에 토대를 두고 토론에 임했다. 그의 발언은 일목요연한 문장을 보듯 거침없고 시청자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전문용어를 남발하는 사람들의 발언은 한 문장 안에서도 길을 잃게 하는데 비해 유시민은 맥락을 잃지 않는다. 전공에만 충실하고 사회와 인간에 대한 통찰없이 주제와 관련한 인접된 문제를 고려하지 않으면 토론에서 공감을 얻기 어렵다. 암호화폐가 사회적 기능이 없는 도박과 유사한 사기라고 못을 박는 유시민의 확신에 정재승은 블록체인의 기술과 그 영향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펴 보지도 못하고 토론은 끝났다. 유시민은 현상의 폐해에 대해. 정재승은 미래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니 논점이 이탈한 토론이 되어버렸다. 이번의 토론은 학생들에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학습주제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하나는 가상화폐와 관련하여, 또 하나는 토론에 대한 실제적 수업으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보기를 통하여 패널의 의견을 분석하고 설득과 논증의 문제를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 유사주제로 토론을 시도하면 된다. 굳이 교실이 아닌 식탁이어도 상관없지만 토론을 위한 논증적 사고와 배경지식(스키마)은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늘 논증적인 어법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다. “오늘은 외출을 삼가야 겠다.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이다” 라는 문장에서 주장은 외출금지, 근거는 미세먼지가 된다. 광고도 논증기법을 사용한다. 1)가수A는 날씬하다. 2)A는 B음료를 마신다. 3)B음료를 마시면 날씬해진다는 영상은 논증적이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분석하는 습관을 길러 논리적 사고를 확장시켜주고 이를 언어화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자녀들이 무엇인가를 사 달라고 요구할 때 사고싶은 이유를 세 가지 이상 말하게 하고 “타당하면 사주마”와 같은 방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 평창 올림픽과 관련한 남북단일팀에 대한 문제는 찬반이 선명하게 갈리는 문제이므로 좋은 소재가 될 것이다. 토론은 일상적이어야 한다. 유시민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토론기술이 능하고 기법 면에서도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있지만 정재승은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지식에 연연한 사람이다. 두 사람 중 토론에 최적화된 사람은 당연히 유시민이다. 게다가 인간의 삶에 대해 보편적인 애정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이 공감하고 부수적으로 설득력을 얻는다. 토론을 잘한다고 해서 잘 사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공식적이든 개인간의 대화에서든 논리적 토론은 피할 수 없는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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