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소원하고 다짐하던 정월은 조용히 지나갑니다. 함양의 높은 산에는 하얀 눈이 능선을 스케치하고 집 앞 솔숲에 이는 바람은 찬 기운으로 채색합니다. 대지는 겨울잠을 잡니다. 그런데 잠만 잘 수가 없다며 엄동설한에 쌓인 눈을 녹이고 꽃을 피우는 키 작은 풀이 있습니다. 복수초입니다. 산하의 수많은 식물은 땅이 녹으면 일제히 싹을 내고 경쟁하듯 꽃을 피웁니다. 복수초는 걱정입니다. 햇볕을 받으려면 키 크고 넓은 잎이 필요한 데, 자신은 키가 작은 난쟁이 같습니다. 또 벌과 나비들을 불러들이려면 꽃이 크고 화려하며 향기가 좋아야 하는데, 자신이 없습니다. 신체 조건이 식물계에서 도태 대상입니다. 복수초는 그럴 수 없다고 다짐하며 반전을 시도합니다. ‘모두 겨울잠을 자고 있을 때 꽃을 피우자. 그러면 햇볕도 벌과 나비도 나에게만 오는 거야’하고는 오래전부터 고향인 시베리아 아무르 강 유역에서 생태 적응훈련을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약초는 독특한 기질로 존재합니다. 복수초는 차가운 땅과 덮인 눈을 뚫고 나오려는 힘을 키웁니다. 제2차대사작용으로 아도닌Adonin이란 약성분을 만듭니다. 아도닌은 강심작용을 합니다. 그리고 이뇨 효과와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 정신쇠약을 치료합니다. 복수초福壽草Adonis amurensis var. uniflora MAKINO는 다른 꽃보다 먼저 1월에 잎보다 먼저 꽃대를 내밀어 노란 꽃이 피기 시작하여 3월초에 만발합니다. 꽃잎이 연꽃처럼 아침에 열렸다가 저녁에 닫힙니다. 흐린 날이나 비오는 날에는 꽃잎이 열리지 않습니다. 꽃이 황금색 잔처럼 생겼다고 측금잔화側金盞花라고도 부르고, 설날에 핀다고 원일초元日草, 눈 속에 피는 연꽃 같다고 설연화雪蓮花, 쌓인 눈을 뚫고 나와 꽃이 피면 그 주위가 동그랗게 녹아 새의 눈 모양 같아서 눈색이꽃, 얼음새꽃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러나 꽃대 마다 꽃이 한개 피면 복수초, 두개 피면 개복수초, 세개 피면 세복수초로 자생종을 구분하고 원예용은 50여 종이 있습니다.약초는 자기 이름에 걸맞게 삽니다. 복수초의 꽃말은 영원한 행복, 슬픈 추억입니다. 아도닌이란 성분은 심장을 정상적으로 뛰게 하고 쇠약한 정신을 치료하여 행복을 줍니다. 그러나 눈이 쌓여 있는 산에서 복수초가 자라는 곳만 눈이 녹아 있는 것이 신기하여 꽃을 만지거나 꺾어 맛을 보다가 마비와 경련이 생기고 먹었을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꽃말 처럼 슬픈 추억이 됩니다. 추운 겨울, 산천이 조용합니다. 모두 자고 있나 봅니다. 나는 잠에서 깨어 읊조립니다. 나의 부족한 환경과 나약한 것을 탓하지 않고 가진 것으로 자족하며 문제를 풀어가게 하소서. 나의 것만 차지하려 계산하지 않고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게 하소서. 나의 이름에 걸맞은 삶을 살게 하소서. 한파가 몰아칩니다. 복수초는 눈을 녹이고 피어났습니다. 노란 꽃잎은 햇살을 머금고 생각은 봄을 봅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