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10분만 더 공부하자’라는 나의 제안에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안돼요~ 선생님~ 절대로 안돼요!!!”라고 대답한다. ‘아니, 10분만인데?’ ‘네, 절대로 안돼죠? 피같은 10분인데~!!!’….. ‘그 10분 아끼면 너희들 뭐에 쓰는데?’ ‘놀아야죠~!’ ‘뭐하고 노는데?’ ‘그냥 놀아야죠~’ 아이들은 어느 사이, 내 나름 철통같이 쳐 놓았던 오늘의 학습망을 굳건한 고집으로 뚫고 나간다. 정해진 수업시간 외에 단 1분의 연장에도 몸을 바르르 떨면서 의자를 박차고 좁은 문을 서로 틀면서 나가는 모습에… 우리 세대 어른들은 보통 이렇게 단언하고 싶어진다. ‘요즘 애들~ 참! 문제야! 도통 인내심이나 지구력이 저렇게 없어서야~’ ‘참을성있게 자리틀고 앉아서 공부하길 저렇게 힘들어 해서야~!’ 어느 날, 한 아이가 얼굴에 핏기가 없이,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내게 왔다. 평소 수업시간보다 일찍 온 아이에게 뭔일이니? 라고 묻자, 다짜고짜 ‘선생님, 우리 왜 더 이상 명상시간 안가져요?’ ‘니가 명상하는 걸 좋아했었던가?’ ‘선생님, 너무 힘들어요… 매일 매일 하루 하루가. 쉴 틈이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학교 마치고 이 학원 저학원, 학원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숙제. 공부, 공부, 공부… 가슴이 답답하고 막 울고 싶어요~’ 친구들도 어린 동생들도 잘 챙겨주고, 수업자료들 정돈하는 일도 자발적으로 돕곤 하는, 늘 명랑하기만 했던 아이가 그날 축 늘어져서 서글픈 눈망울로 날 바라보는데, 내 가슴이 찡했다. 책상과 의자를 약간 밀치고 아이와 교실 바닥에 앉아서는 ‘그래! 우리 수업시간 전이니, 5분정도 명상을 해보자~’ 했다. 가부좌를 하여 명상을 하는 동안, 어느 사이 하나 둘 다른 아이들이 들어왔다. 아이들은 조용히 들어와서는 책걸상 사이 빈 공간이나 교실 벽에 기대어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5분의 명상은 어느 사이… 30여분이 되도록, 아이들 모두 눈을 감던지, 눈을 반치만 뜨던지, 고요하게 자신을 내려놓고 마음과 몸을 쉬고 있었다. 그날, 명상을 끝낸 아이들은, 평소보다 차분한 목소리로 공부를 하지 않고 명상을 하니 너무 좋았다라고 이구동성이었다. 물론, 명상을 해서 너무 좋았다가 아니라, 그날 공부를 하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라는 말로 새겨들을 일이었다.도시 아이들 못지 않게 우리 함양의 아이들 역시 학교를 마친 후면, 학원가를 전전하느라 바쁜 일상을 살고 있다.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이동하는 막간, 그 몇 분이 아이들에게는 금쪽같은 탈출시간대였고, 어떤 초등학생들에겐 학원가에서 가까운 한주아파트 놀이터로 냉큼 달려가 또래와 함께 타는 그네 몇 번이 하루 중 제일 ‘재미난’ 사건이었다. 유치원생조차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들은 유치원 버스에서 아이를 맞을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아직 학원에 보내기엔 너무 어린 나이라고 말하면서도, 학원 선생님들께 아이를 맡기면서 아이의 안전함을 전화로 확인하는 것으로 마음 달래곤 한다. 우리 아이들의 이런 무료하고도 바쁜 일상에, 우리 어른들이 이런 선물 하나쯤 준비하면 어떨까?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편안히 쉴 수 있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듯한 공간, 학원을 이동하는 막간에 쉬러 들어와 건강에 좋은 유기농 간식거리들로 고픈 배도 채울 수 있는 공간, 또래 친구들을 만나 수다도 떨고, 오감을 동원해 놀이와 게임으로 새로운 걸 배워보는 공간, 큰 아이는 어린아이를 가르치고 돌보며, 어린아이는 큰 아이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나는 공간, 평안함 속에서 차도 마시고 제멋으로 명상도 해보는 공간, 영화도 만화도 보고 담소도 나누면서 자신의 생각을 키우는 공간,…. 우리 아이들의 일상에, 그런 장소 하나쯤, 우리 어른들이 선물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