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의 중심 동문네거리 인근에 함양의 노포(老鋪) 중 하나인 만물상회가 있다. 그곳에서 30년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이가 있다. 만물상회 새 주인 권상근(45) 대표다. 15살 어린나이에 더부살이 종업원으로 시작해 마흔을 넘긴 나이에 이 가게의 어엿한 사장이 됐다. 문방구 종업원 생활 28년만인 2016년 1월 1일은 그의 꿈을 실현한 날이다. 그가 만물상회 주인이 된지도 2년이 지났다. 40여평의 매장과 30평의 창고에는 상호가 말해 주듯 없는 게 없다. 설혹 없는 게 있어도 손님이 찾는 물건은 별도 주문을 해서라도 구해 준다. 문구, 잡화 등이 주 취급품목인 가게에서 겨울에 전기스토브를 팔기도 했다고 하니 참 특이하다. “최소한 만 가지는 팔아야 만물상회죠.” 볼펜, 연필, 공책 등 문구류에서 완구까지 시쳇말로 없는 것 빼놓고 다 있다. 권상근 대표는 1973년 병곡면 대광마을에서 태어났다. 그가 4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큰아버지 집에서 사촌들과 함께 중학교 2학년까지 생활했다. 큰아버지 댁도 넉넉한 형편이 아니어서 힘들게 중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 지인의 소개로 만물상회와 인연을 맺었다. 그의 나이 15살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다. 가게 창고에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2015년 결혼 전까지 27년을 이곳에서 먹고 자고 생활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학교에 다니며 문구점 일을 도왔다. 중학교를 졸업하고부터 정식 종업원으로 일했다. 당시 문구류를 도소매 했던 만물상회에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권 대표는 “그때는 학생수도 많았고 지금처럼 인터넷 직거래가 없었던 때라 손님이 정말 많았다”며 “등교시간이 끝난 뒤 학생 손님이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 각 면지역에 있는 문방구에서 문구를 사러 왔다. 그분들이 산 문구를 버스터미널까지 자전거로 실어 나르다 보면 오전이 후딱 지나갔다”고 했다. 오후에는 학교 매점이나 관공서에 납품하고 하교 시간이 되면 다시 가게에서 주인 부부와 함께 매장을 지켰다. 상품을 진열하고 청소하면 밤 9시다. 평소에는 아침 8시에 문을 열었다. 방학 때는 한시간 늦은 아침 9시에 문을 연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30년을 하루 12시간에서 13시간을 일했다. 그러나 늘 미소를 잃지 않는다. 손님이 찾는 물건은 한달음에 달려가 손에 쥐여 준다. “어서 오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인사는 기본이다. 성실함과 친절함이 뼛속 깊이 배인 듯하다. “없는 게 없다”는 가게에 정작 있어야 할 것은 없다. 재고품 관리대장이다. 권 대표는 머릿속에 만 가지가 넘는 상품의 가격은 물론, 재고 수량까지 훤히 꿰고 있다. 그래서 재고대장이 필요 없단다. “머리에 다 입력돼 있는데 번거롭게 장부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그는 40여평의 매장은 물론 매장 뒤편 창고에 보관된 상품까지 무슨 상품이 어디 있는지 눈감고도 찾을 정도라고 한다. 30년 동안 이곳에서 일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한참 친구 좋아하고 놀기 좋아할 어린 그에게는 문구점 주인이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고 주인 부부의 부모님 같은 사랑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권상근 대표는 “만물상회 사장님은 저의 멘토였다”고 했다. 만물상회 전 주인은 권 대표를 늘 챙기며 일도 가르쳐 주었다. “26살 때까지 용돈을 제외한 월급 대부분 적금을 들어 사장님이 직접 통장을 관리해 주셨다”며 “그 바람에 목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늦깎이 결혼에 성공한 권상근 대표는 “기회가 된다면 진주 같은 큰 도시에서 대형 종합문구매장을 내고 싶다”며 새로운 목표를 향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