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한 산촌 활성화와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산림청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추진했던 산촌체험마을 조성사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산촌체험마을의 경우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함양군 관내에는 가장 먼저 조성된 휴천면 송전리 송전산촌생태마을을 비롯해 병곡면 마평마을, 마천면 창원마을과 추성마을 등 모두 4개 마을이 산촌생태마을로 조성, 운영되고 있다.
이들 마을은 각각 12억원에서 14억원 등 모두 54억여원을 들여 숙박 및 체험시설 등을 갖춰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순차적으로 조성됐다. 총예산 54억원 중 국비와 지방비는 70%와 30%(도비 9%, 군비 21%)의 비율로 투입 됐다. 산림청은 생태체험마을 준공 후 10년 동안 운영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매니저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인건비 지원금이 월 140만원에 불과한데다 이마저 연간 10개월만 지원돼 전문인력을 채용하기란 불가능한 형편이다.
더욱이 겨울철에는 방문객이 거의 없고 운영인력도 제대로 배치되지 않아 산촌생태마을의 주 수입원인 숙박시설을 운영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인근 지역에 펜션 등 숙박시설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더욱 가속화해 산촌생태마을 조성 취지에 맞게 특색 있는 체험프로그램 개발 및 홍보 강화 등 차별화된 대책이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1월15일 본지 취재팀 확인 결과 관내 4개 산촌생태마을 중 3곳은 모두 문을 잠근채 지난해 말부터 운영을 하지 않았고 마평산촌생태마을만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함양읍과 인접한 병곡면 마평마을은 동계훈련 참가팀이 숙소로 이용해 며칠 동안 임시로 문을 연 뒤 뒷정리 중이었다.
마천면 창원마을의 경우 지난 9월부터 4개월째 전기사용료를 내지 않아 최근 단전조치 되기도 했다. 창원산촌생태마을은 다른 산촌생태마을과 마찬가지로 방문객들이 없어 매년 12월1일부터 다음해 2월말까지 3개월은 휴업하고 있다.
이 마을 매니저는 “여름 한철과 가정의 달인 5월 열흘정도는 손님이 있지만 다른 때는 거의 이용객이 없다”며 “현재 산촌마을 형태로는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근 추성산촌생태마을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곳도 개점휴업상태기는 마찬가지다. 추성마을 매니저는 “단체가 아닌 개인 숙박객 몇 사람을 위해 시설을 가동하면 오히려 전기료 등 부대비용이 더 들어 겨울철에는 단체 예약손님이 아니면 체험관을 운영할 수 없다”면서 ”적자가 나면 오히려 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에 차라리 휴관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휴천면 송전산촌생태마을의 경우 당초 기대했던 수준은 아니지만 그나마 연간 2000~3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송전마을의 경우 생태마을이 조성된 지 10년이 넘어 매니저 인건비 지원대상에서 제외됐으나 농촌체험마을로 선정돼 사무장 인건비를 지원받고 부족한 금액은 자체 수익금에서 충당하고 있다. 이 마을기업 관계자는 “많은 인건비를 지출할 수 없는 형편이지만 설령 많은 인건비를 책정해 전문가를 채용하려 해도 시골에서 산촌생태마을 운영에 적합한 전문가를 찾기란 어려운 형편이다”며 “사후관리 대책 없이 추진한 산촌생태마을 조성사업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산촌생태마을은 마을기업 형태로 부지는 마을에서 확보하고 숙박 및 체험시설 등 조성사업에 필요한 비용은 전액 국고로 지원했다. 조성된 건축물에 대한 소유권은 10년 동안 지자체에서 가지고 있다가 이후 마을기업으로 완전히 넘기게 된다. 건물에 대한 소유권이 이관되기 전에도 운영권은 해당 마을기업에서 갖고 있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함양군 관계자는 “산촌생태마을 활성화를 위해 군에서도 시설개선 등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다른 마을들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산촌마을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산촌체험마을은 마을 기업형태로 이루어진 만큼 해당지역 주민들도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해 줄 것”을 당부 했다.정세윤·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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