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AI는 가상과 현실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킨다. 지난 연말 50조원에 가까운 시가 총액을 증발시킨 비트코인 플래티넘(BTP)이 우리나라 고등학생 개발자들이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을 때 이 혼란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BTP가 개발되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가상화폐를 배당한다는 정보에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했다가 사기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가격은 순식간에 폭락했다는 뉴스는 현실같지 않았다. 일반인들은 가상화폐의 실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 영향력은 무엇을 의미하며 언론이 촉각을 세우고 세계의 이목이 집중하는 주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비트코인의 정체도 난해하다. 디지털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국가나 금융기관과 상관없이 화폐를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으며 암호화 작업을 통해서 획득하거나 거래소를 통해서 구입이 가능하다. 전문 채굴자가 아니면 획득하기 어렵고 전체 통화량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계속 상승하며 시세변동이 심하고 범죄나 재산 은닉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도지코인이 개발되었다는 새로운 뉴스와 비트코인 앱 사용자의 31%가 10·20대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8만원을 가상화폐에 넣었더니 280억원으로 올랐다는 방송(SBS) 이후 암호화폐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세태도 우려되는 일이다. 정부는 해외 불법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 검토한다고 하고, 로이터 통신은 가상화폐를 채굴해 북한으로 보내는 악성코드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가상화폐는 연일 새로운 뉴스를 양산하는 중이다. ‘가상은 곧 미래’라는 등식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PC와 AI의 등장 때문이다. PC와 초기로봇의 출현은 그러려니 했으나 이세돌과 AI의 격돌은 공포감을 주었다. 디지털 정보기술의 발달이 인류에게 무엇을 더 줄 것인지, 무엇을 얼마나 더 첨단화하여 인류를 놀라게 할 것인지 모르겠지만 영화 제작자들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류에게 유해할 수 밖에 없는 경고성 영화를 일찌감치 보여주었다. 산드라 블록이 출연했던 영화 ‘The NET’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충격적이었다. 과학기술자들에게 폭탄테러를 감행했다가 체포된 유너보머도 워싱턴 포스트지에 이를 경고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은 멈추지 않았으며 인간의 영역을 넘보며 인간 자체가 되고자 함으로써 휴매니스트들에게 공포와 반감을 선사한다. AI가 인간의 직장을 빼앗고 있는 현실에서도 일반인들은 무덤덤하다. AI의 그녀들을 불러들여 냉장고 문을 열어라, 전깃불을 켜라고 지시하며 만족해 하고, 직장인에게 위협적인 AI에게 그들 스스로 직무를 맡긴다. 가상화폐는 국가도 금융기관도 뛰어넘어 무인無人을 추구하는 위협적인 존재로 등극했다. 가상이라고 믿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보니 인류를 창조했다는 신의 존재가 무의미해진다. 신이 창조한 인간이 인조인간을 창조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신은 무엇이라 할 것인가? 또 다른 금단의 열매를 먹는 인간에게 어떤 죄를 물을 것이며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바벨탑을 어떻게 무너뜨릴 것인가. 이제 가상은 가상이 아니다. ‘더 무엇이 나오겠는가’ 라는 낙관은 어리석다는 것을 충분히 경험했다. 가상화폐는 미래의 화폐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난무한다.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이다. 진짜는 무엇이며 가짜는 무엇인가? 경계가 흐지부지된 현실을 바라보니 편승과 외면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정신들이 도처에 만연해 있다. 휴매니즘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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