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함과 부드러움이 하나 속에 맞물려 있는 것은 형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물의 성질을 통해 강유(剛柔)를 살펴보자. 이 세상에 물보다 더 부드러운 것이 있을까? 그런데 그토록 부드러운 물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본성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물을 통하지 않고서는 그 어느 것도 딱딱하게 되지 못한다. 쉽게 들 수 있는 예가 바로 콘크리트(Concrete)이다. 시멘트는 물을 만나지 못하면 가루일 뿐이다. 물이 시멘트를 결집시키고 나서야 비로소 딱딱한 콘크리트가 되는 것이다. 흩어져 있는 만물을 하나로 붙이는 것은 물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부드러운 물속에 숨은 본성이 딱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동양에서는 수(水)를 북방(北方)에 배속하고 오행(木火土金水) 중에 가장 강력한 응축의 기운으로 추상(抽象)한 것이다.겉이 부드러우면 속이 딱딱하고, 속이 부드러우면 겉이 딱딱하다. 강유(剛柔)는 하나 속의 음과 양이 되어 태극 속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오징어나 낙지는 형태상으로 보통 물고기보다는 훨씬 부드럽다. 그러나 부드러운 만큼 더 딱딱함을 속에 감추고 있다. 오징어나 낙지를 불에 구워 보면 금방 질기고 딱딱해질 것이다. 또 오징어나 낙지가 들어 있는 전골을 먹어 보면 끊이면 끊일수록 살이 단단해져 맛이 없어진다. 계란 프라이도 마찬가지이다. 계란의 속은 부드럽지만 불을 가하면 딱딱해진다. 계속 구우면 까맣게 타면서 더 딱딱해진다. 속에 숨어 있던 딱딱한 성질이 열(熱)을 못 이기고 나타난 것이다. 쇠는 딱딱하다. 어떤 것보다 딱딱하기 때문에 열을 가하면 부드럽다 못해 액체가 된다. 단지 쇠는 그 부드러움을 너무 깊숙이 숨기고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열(熱)로는 부드러움을 드러내게 하기가 어려울 뿐이다.딱딱하다는 것(응축)은 보이지 않는 이면(裏面)의 본성을 속에 꽁꽁 묶어 둔 것(close)이기 때문에 딱딱하면 딱딱할수록 부드러움을 쉽게 꺼내기가 어렵고, 부드럽다는 것(발산)은 자신을 열어 둔 것(open)이기 때문에 속에 숨어 있는 단단한 속성을 쉽게 꺼낼 수 있다. 그래서 딱딱한 쇠는 녹이기가 어려운 것이고 부드러운 물은 증발하기가 쉬운 것이다.참고로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열(火)을 가하면 속에 있어 보이지 않던 성질이 뛰쳐나오게 되어 있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화(火)를 남방(南方)에 배속하고 오행(木火土金水) 중에 가장 강력한 발산의 기운으로 추상(抽象)한 것이다. 필자는 산에서 채취한 약초가 가진 약성을 가장 강력하게 뽑아내어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화(火)의 기운인 술을 이용한 담금주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도수가 높을수록 화의 기운 또한 더욱 강하니 약초가 가진 약성을 더욱 강력하게 뽑아낼 수 있겠다.음양의 일원성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도 알 수 있는데, 지구 자체로서도 한열(寒熱)이 맞물려 있다. 지표면은 차게 굳어 있지만 속으로 들어갈수록 뜨거워지고 중심핵(core)에 다다르면 엄청난 고온으로 인해 액체상을 띄고 있다. 지구도 하나 속에 차가움과 뜨거움이라는 두 개의 힘이 공존하는 원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또한 큰 막대자석의 가운데를 자르면 NS극이 분리되지 않고 완전한 두 개의 새로운 자석이 된다는 사실이다. 나누어진 자석을 또 나누어도 역시 많은 자석이 될 뿐 NS극은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 즉 1개의 큰 자석은, 무수히 많은 분자 자석들로 질서정연하게 정돈되어 있다는 것이 바로 웨버의 자기 분자설이다. 여기서 우리는 막대자석 내부에 있는 양극의 결합은 분리할 수 없으며,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나누더라도 결국 내부의 자성이 음양으로 새롭게 정리되어 하나 속에 두 개의 극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지구 역시 남극과 북극을 축으로 하여 자장을 형성하는 모습은 지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자석이며 그 이면에 두개의 극을 동시에 숨기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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