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여름 날 중국지역에서 탈북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을 만났다. 그분의 아버님은 국군포로로 북한에 끌려간 분이셨는데 고향이 이 곳 ○○이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의 큰 아들의 이름도 이곳 지역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하였다. 이 선교사님은 탈북한 여성들이 공안으로 잡혀 다시 북한으로 강제송환되지 않도록 하고 그녀들을 보호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얼마 전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올 7~8월에만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민이 최소 41명에 이른다고 하였다. 북한의 행과 미사일 개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자 북한과 가까운 지역의 탈북민 단속에 고삐를 죄는 분위기다. 대북 제재 강화로 탈북민 증가 가능성이 매우 커지는 상황인데도 정작 중국정부는 북한정권이 몰락되기를 바라지 않기에 ‘탈북민은 난민이 아니라 불법 월경자이기에 북송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에서 있었던 탈북에 관련된 실화 하나를 실어보겠다. 2013년 지린성에서 만난 중국 국경수비대원은 “탈북민 이름은 모두 ‘허룽’”이라며 낄낄거렸다. 중국어를 모르는 탈북민이 국경수비대에 걸리면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줄 알고 무조건 “허룽(연변 조선족 자치주 국경 도시)”이라고 답한다는 것이다. 국경수비대가 ‘이름이 뭐냐’고 물어도 “허룽”만 반복한다고 한다. 함경북도 맞은편에 있는 중국 허룽 일대는 두만강의 폭이 좁아 탈북 경로로 많이 이용된다. 지린성의 한 조선족 탈북 브로커는 “중국 공안(경찰)에게 뇌물을 바치기 때문에 평소에는 탈북민 단속을 잘 안 한다”고 했다. 그러나 “상부에서 단속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공안이 브로커들에게 ‘지금 데리고 있는 탈북민 몇 명을 보내라’하고, 그럴 때마다 공안에게 탈북민을 넘겨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정일 시대만 해도 북송된 탈북민 중에는 목숨을 부지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완전히 다르다. 2015년 형법을 개정해 ‘불법 월경죄’ 형량을 노동 단련형 1년에서 5년으로 강화했다. 그뿐만 아니라 탈북민은 모두 남한행을 시도한 것으로 간주하고 ‘조국 반역죄’를 적용해 최고 사형까지 처하고 있다. 가혹해진 처벌을 두려워한 탈북민 일가족 5명이 지난 7월 중국 공안에게 붙잡히자 음독 자살했다는 안타까운 보도도 있었다. 11월29일 서울 중국 대사관 앞에선 탈북민과 종교 단체 소속 20여 명이 ‘중국 정부는 탈북 난민 강제 북송 중단하라’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지난 2008년 9월 3일 이후 매주 수요일 열린 집회가 400번째에 이르렀다. 수요 집회는 서울 옛 일본 대사관 앞의 위안부 관련 집회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또 다른 ‘수요 집회’인 셈이다. 이 수요 집회는 지금 이 순간 위험에 처한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공안이 어쩔 수 없이 탈북민을 색출하여 잡아다가 강제 북송하는 것은 바로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오기 때문이라고 한 것을 들어 알고 있다. 우리는 최소 중국 정부의 수뇌부가 이런 비인도적, 반인륜적 범죄임을 알리고 멈추도록 이 운동이 계속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이날 영국 BBC는 “네 살배기를 포함한 탈북민 10명이 강제 북송됐다”고 전했다. 이 네 살배기의 아버지는 또 다른 ‘수요 집회’에서 “강제 북송은 살인 행위”라며 울먹였다. 국빈방중한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만큼은 꼭 요구했으면 했지만 결과는 역시였다. 북한과 중국이 싫어한다고 하여 사람 살리는 일을 안 할 수는 없다. 우리 국민이 사람 살리겠다고 하는 이 일에 반대할 국민이 어디있겠는가? 귀순하다 총상을 받은 북한군인을 기적적으로 살린 이국종 교수에게 왜 사람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는가? 그것은 그가 손해를 보고 위험을 감수하여도 사람을 살리는 일에 대해 물불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남을 위한 생명의 불을 지피는 사람을 우리는 위대한 인물로 평가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아야 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연말연시면 방송국에서 시리아 내전으로 나라를 등지고 추운 겨울 텐트에서 지내는 것도 호화스럽다는 난민들의 어려운 생활을 보여주며 후원을 요청하는 광고를 많이 접하면서 그들을 향해서 느끼는 애처로움과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갖을 때 또 하나 문득 스쳐지나가는 것이 북한을 탈북하여 추운 겨울 중국에서 방황하는 탈북자들 생각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힘들다고 하는 시리아 난민들은 그래도 붙잡혀서 강제로 지옥 같은 그 곳에 가지 않아도 되지만 북한난민들은 붙잡혀 강제북송당하는 두려움 속에서 떨고 살아야 하니 탈북민 강제북송반대 운동은 정치적인 면을 떠나 인류의 양심적 가치관에 두어 판단하고, 생각하여 그들을 도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들을 외면한 통일정책과 목소리는 헛된 메아리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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