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불어 닥친 한파로 마음마저 꽁꽁 얼어붙은 기분입니다. 지난 달 지진이 일어나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고 나서도 학생들이 무사히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보고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겸허하게 성적을 받아들이고 저마다의 여건에 맞추어서 대학을 진학해야하는 또 하나의 숙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큰 길에서 우리는 매번 선택을 해야 하는 운명 같은 것을 지니고 살아가나 봅니다. 중학교에서는 고등학교 진학문제로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진학과 신입생 유치문제로 고민들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 학생들의 외부 유출방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양군 장학회를 설립하여 막대한 지원을 한 결과 소위 SKY급의 학교에 다수의 학생들이 진학하는 좋은 결과들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들이 지속해서 이어져 옴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들은 지역의 학교에 대한 불신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함양군 장학회에서 지원하던 초창기에 비해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에 더 많이 진학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급기야 주변에서 학교에 다양한 요구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교육환경이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입시제도가 일관성 없게 바뀌고 있고 선생님과 학생들의 관계도 예전하고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학부모님들의 성향이나 요구 사항, 지역 사회의 기대 등 주변의 교육환경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형편입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의 지역근무 연한제(12년)로 인한 지역 출신 교사들의 타 시군 전출 등 우리지역 교육 여건이 크게 좋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최근에 저는 함양교육을 걱정하시는 분이 쓴 글을 한 편 받았습니다. 여러 좋은 말씀들이 있었습니다만 한 대목만 소개하겠습니다. “함양 지역에서는 왜 공부 좀 한다면 인근의 K고등학교나 D고등학교로 학생들을 보내려고 하는가? 지금까지 K고등학교나 D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비슷한 성적으로 함양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과 비교해서 그보다 나은 성적을 받아서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 있는가? 내신 관리에 실패하고 수능에도 실패해서 재수해서 대학 진학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 글을 보내오신 분은 함양고등학교에 자녀를 보내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으신 분입니다. 함양의 우수한 학생들이 이 분의 수업을 거의 듣고 있기도 합니다. 장편의 글을 읽으면서 저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함양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로서 미안하기도 하고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가 있어야합니다. 좋은 입시성적을 내고 명문 고등학교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해야합니다. 우리 지역 중학교 출신 5%이내의 학생들이 인근의 학교에 진학해서 똑 같은 성적으로 함양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보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의 상관관계가 어느 정도 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신에서도 수능에서도 특별히 우수한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에 진학한 학생의 사례가 많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사를 가거나 주변에 원룸을 얻어 놓고 뒷바라지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잠깐씩이라도 얼굴 보며 격려하고 응원할 수 있는 지역 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합니다. 우리 지역 중학교 3학년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의 실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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