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공무원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정재호(59) 함양군농업기술센터소장은 퇴직 후에도 함양군의 농업발전과 농가를 위한 삶을 살고 싶다며 인생 2막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함양읍 출신인 그는 여전히 함양읍에 거주하는 함양토박이다. 함양종합고등학교(현 함양제일고)를 졸업하자마자 농촌지도직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내가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이 농업 관련이었고 그걸 잘 살릴 수 있겠다 싶어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9급 농촌지도직을 시작으로 지금의 7급에 해당하는 ‘4급 을류 농촌지도직’ 공채에도 합격했다.
초기에는 읍면 지소에서 농업 관련 지도를 통해 농업인들과 소통하던 그는 농업경영계장, 그리고 원예계장을 13년간 맡기도 했다. 이어 기술개발과장, 농업자원과장 등을 거쳤고, 잠시 유림면장을 맡기도 했지만 다시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와 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 재직했다. 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 퇴직하는 40여년이라는 공무원생활을 함양 농업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용 될 때만 해도 농촌근대화, 식량증산, 자급자족을 목표로 현장에서 농민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다”라며 공무원 생활의 첫 발을 내딛던 순간을 회고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40여년 공무원 생활을 하며 겪었던 모든 순간이 다 소중한 추억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상림연꽃단지 조성과 서상파프리카단지 조성, 딸기육묘단지 조성은 조금은 특별하다고 한다. “이 사업을 통해 농가에 더 많은 수익을 안겨 줄 수 있었다. 농촌직 공무원들에게는 농민들이 잘되는 것만큼 보람된 일이 또 어디 있겠냐”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인사이동이 잦은 공무원 사회에서 13년을 원예계장으로 재직한 것은 그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당시 원예계는 업무량이 많아 다들 기피하는 부서였지만 그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았다. “13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한 곳에 머물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그 때 배운 것들이 여전히 나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한다. 그가 농업기술센터 소장에 오른 것은 그 만큼 배우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끝없는 배움만이 농업 발전의 희망이라고 생각했고 2000년 조금은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재직 중에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를 졸업했다. 업무에 치이는 바쁜 일상 속에 틈틈이 공부했고, 휴가기간에는 독서실을 찾으며 학구열을 불태운 결과였다. “농촌지도직 공무원이 전문성이 없다면 농가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 그리고 전문성이 곧 내 역량이자 간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금은 늦었지만 배움의 끈을 다시 붙잡았다”고 한다.
퇴직 후 자신의 농장을 일구고 싶다는 정 소장.
농업 외길을 걸어온 정재호 소장의 인생 2막도 역시 농업에 종사하는 것이다. “공무원 생활을 하며 농업의 이론적인 부분을 배웠고, 현장지도를 통해 수많은 실전을 경험했다”며 “아직 군에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농가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제는 이러한 분들을 위해 내가 배워온 것들을 베풀고 싶다”며 퇴직이후의 청사진을 밝혔다.
강민구 기자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