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화림동계곡에 홀려 무작정 함양으로 오게 됐습니다” 귀촌 4년차 소순옥(57)씨는 1년 먼저 귀촌한 남편 박주훈(64)씨를 따라 낯설고 물선 함양 땅에 뿌리를 내렸다. 소씨 부부를 함양으로 이끈 것은 화림동계곡의 설경이다. 소씨는 “남편도 저도 수도권에서 나고 생활해 솔직히 함양은 잘 몰랐다”며 “함양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지리산 자락에 있다는 정도였다”고 한다. 소씨 부부는 함양으로 귀촌하기 전부터 전북과 강원도를 수도 없이 오가며 귀촌지역을 물색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서하면 화림동계곡 인근 땅이 경매로 나온 것을 발견하고 현장 답사에 나섰다. 2011년 겨울이었다. “그날따라 눈이 엄청 왔는데 흰 눈이 소복이 쌓은 화림동계곡은 정말 환상적이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했다”며 “이것저것 따져 보지도 않고 응찰해 낙찰 받았다”고 한다.이곳이 ‘안의 3동’으로 불리는 화림동계곡이라는 사실도, 길이 없는 맹지여서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그 뒤에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 경치가 너무 좋아 함양을 귀촌지로 결심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고 했다. 안산에서 냉동기부품 대리점을 하던 남편은 소씨 보다 먼저 5년전에 지곡면의 한 마을로 귀촌했다. 그 뒤 소씨도 음식점을 정리하고 남편을 쫓아 함양으로 왔다. 지금은 강아지를 좋아한다는 딸(23)까지 세 가족 모두 함양사람이 됐다. 소씨 부부는 지난해 봄 상림공원 인근 대실길로 삶터를 옮겼다. 이곳에 아담한 목조주택을 짓고 조립식 패널로 독립된 공방도 차렸다. 10평 남짓한 소씨의 작업장 이름은 ‘건강한 먹거리공방’이다. 도회지 생활에 지쳐 농촌의 전원생활을 꿈꾸던 남편 박씨는 귀촌 후 오히려 더 바쁜 나날을 보낸다. 남편은 냉동기술자다. 무려 40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손재주도 뛰어나 무엇이든 잘 고치고 만든단다. 그들의 보금자리인 목조주택도 박씨가 손수 지었다. 창고를 겸한 공방도 남편 박씨의 작품이다. 만능 맥가이버가 따로 없다. 이웃 어르신들의 고장 난 농기계도 웬만한 건 다 고쳐 드린다고 한다. 물론 수리비는 받지 않는다. 모두 무료 봉사다. 그녀는 “함양의 친환경 청정 농특산물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요즘 인기가 많은 디저트를 개발하게 됐다”고 한다. 소씨가 본격적으로 디저트 개발에 나선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다. 모두 수재방식으로 정성을 담아 만든다. 소씨는 함양으로 귀촌하기 전에 음식점을 운영했을 만큼 요리솜씨도 있다. 이미 10년전에 한식조리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러나 디저트를 만드는 강좌가 열리는 곳이면 서울이든 광주든 언제든지 달려간다. 그녀는 현재 농업기술센터에서 개설한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제과제빵교육을 수강하고 있다. 이 교육은 ‘양우현 베이커리’의 양 대표가 직접 출강해 제빵기술을 전수하고 있어 인기 만점이다. 소씨의 먹거리공방에서 주로 만드는 상품은 쌀로 만든 쌀월병이다. 쌀을 주원료로 하고 연잎 가루 및 자색고구마 가루 등으로 오색 쌀월병을 만든다. 원재료는 모두 함양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다. 이 밖에도 땅콩 등 견과류와 기리(오트밀), 현미 등 3종의 강정과 감 말랭이, 사과 말랭이, 채소 말랭이 등도 만들어 토요장터에 내다 판다. 소씨가 만든 건강한 디저트를 맛본 지인들이 알음알음 입소문을 내 주문량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시작은 소일거리이자 취미 삼아 시작했지만 그녀는 이제 청정골 함양에서 생산되는 건강한 먹거리를 보다 많은 사람들과 즐길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그녀는 우선 딸과 함께 디저트카페를 열어 친환경 먹거리를 제공하고 생산농가에게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1차 바람이다. 소순옥씨는 “직영 디저트카페뿐 아니라 함양의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 건강한 먹거리가 전국으로 공급돼 정직하게 농사짓는 농민들에게 땀의 대가로 돌아갈 수 있으면 한다”며 지역 농민들과의 상생을 꿈꾸고 있다.정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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