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먼산에서부터 밀려오는 하얀 눈가루. 잠시 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모습이 참 아름답네요. 해마다 이맘때면 저희집은 곶감을 깎는데 곶감 깎는 창밖으로 펑펑 쏟아지는 눈을 보고 있으면 잠시 멍하니 고향 생각이 난답니다. 저의 고향 네팔 신두팔촉은 높은 산 히말라야 근처의 산악지대로 겨울이면 항상 눈을 보게 되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겨울이면 언제나 눈을 보게 되지요. 눈이 내리면 난로에 장작불을 피워 감자를 구워먹고 가족끼리 오순도순 이야기를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데 그 추억이 눈이 내릴때면 생각나곤 하면서 가족이 그립고 보고 싶네요. 그런데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는 어떨까요? 한국에서 생각하면 네팔은 겨울이면 항상 눈이 있을 것 같고 설산으로 둘러싸여 있을 듯 싶지만 정작 카트만두는 운지로 되어 있는 따뜻한 도시로 눈 구경은 쉽지도 않고 오히려 한국보다 훨씬 따뜻하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이 너무 춥다고 하니 남편이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훨씬 추운 곳 네팔에서 그것도 온돌이나 보일러 시설도 없이 지내면서 어떻게 한국이 더 춥냐는 거지요. 어느 겨울 남편과 네팔 고향을 가면서 친지 선물로 두꺼운 패딩을 많이 사갔는데 그때 남편이 그러더군요. 겨울인데 너무 덥다고요~^^ 그제서야 두꺼운 옷을 사가지 말라고 한 저의 말과 처음 시집올 때 한국이 춥다고 한 말을 기억하면서 이해하더라고요. 사람은 자기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저도 그즈음부터 경험으로 알아가게 되었답니다. 문화와 정서가 다르고 계절이 다른 이국인끼리의 결혼. 두 아이 엄마가 되고 어느덧 10년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한국이 낯설고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건 아마도 지금도 적응중인 탓 아닐까요? 주변을 돌아보면 다문화 열풍이라고 해도 되만큼 다양한 국적의 결혼 이민자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가까운 친구들 혹은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들 저마다 조금씩은 문화적 차이로 인해 오는 정서적 갈등과 걱정, 불안이 많더군요. 그래서인지 이탈 가정도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고 알고 있답니다. 간혹 큰 사고도 생기고~ 남편도 사별하고~ 혹은 본인이 병이 들어 고통스럽게 생활하는 이민 친구들도 있고요. 요즘 저는 행복은 어디에 기준을 두고 판단하는지 가끔 고민 한답니다. 행복해지고 싶은 건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꿈일텐데 그 행복의 가늠자를 어디에 기준해야할지 조금은 자신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면 정신없이 두 아이 밥 먹이고 옷 입혀 어린이집과 유치원 보내고, 새벽부터 곶감 깎는 남편에게 전화로 아침 식사하자고 하여 허겁지겁 밥 챙겨먹고, 설거지와 빨래 등 집안 청소 대충 하고는 곶감 깎는 일 하러 가서는 오전 내 곶감 깎다가 다시 점심 준비하러 먼저 오면 일 도와주시는 동내 아주머니와 남편에게 전화로 점심 식사 하자고 하고, 또다시 감깎고 저녁 준비에 빨래 청소 아이들 씻기고. 이렇게 반복되는 겨울의 일과들.약 2천평 무밭의 무청(무시래기) 수확도 아직 감감하게 남았고, 무수확은 더 감감한데 곶감 깎는일도 언제 끝이 날지 모를만큼 수만개는 더 깎아야하니... 노란색의 감 껍질을 깎아내면 노랗고 뽀얀 속살을 보여주는 감의 모습이 참 예쁘게 느껴지면서도 또 한편 한숨이 나오네요. 반복되는 일, 쉽지 않은 노동. 두 아이 저녁 늦게까지 엄마 기다리는 그 마음만큼이나 가족을 사랑하고 행복의 울타리를 지켜나가고 싶은 본능은 넘치는데 한국에서의 지난 10년은 가만 돌아보면 먹고 사는데 돈 버는데 너무 힘을 쏟은 듯 하여 네팔의 정서와는 사뭇 달라서 아직도 이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봐요. 그래도 가족 건강하고, 열심히 일 할 수 있고, 희망의 미래를 예측해가는 이 삶이 행복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고생 뒤에 낙이 온다고 하던데 저도 그렇게 되리라 확신하면서 오늘도 파이팅~! 내일도 열심히~ 파이팅 하면서 살아 볼게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 힘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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