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달력엔 절기마다 그 절기를 의미하는 문구가 있더라고요. 입동, 지난 11월7일이 입동이었는데 겨울의 입구, 겨울의 시작이라는 의미라고 하네요. 아침저녁으로는 정말 추워서 달력에 표시된 한국 고유의 절기 표시가 어쩜 이렇게 잘 맞나 싶네요. 입춘엔 어김없이 개구리가 나오고, 달력에 표기된 절기만 보아도 한국의 지혜로움이 새삼 놀랍게 느껴지네요. 황금 들판은 이제 양파와 마늘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감나무에도 감은 수확이 끝나고 있고, 서리가 내린 감잎이 시들고 있네요. 저 멀리 높은 산들엔 오색 단풍으로 물들고 있구요. 남편과 차를 타고 감을 따러 가면서 먼 산의 단풍 이야기를 하였는데 네팔에서는 단풍이 오는지 가는지 전혀 모르고 살았다고 하니, 예전의 한국도 먹고 살기 힘들어 네팔의 현재와 같았다고 하더군요. 겨울 찬바람이 다가오고 또 조금 더 있으면 눈이 내리겠지요. 농사일이 주 업인데 그 중에서도 곶감이 주 수입원인 저희집에서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농사철인거 같습니다. 10평의 저장고와 창고 안에도 모자라 마당 한가득 감을 담아둔 박스들. 너무 많은 감을 처리하려니 보기만 해도 엄두가 나질 않네요. 해마다 해 오던 일인데도 올해는 유난히 감이 더 많은 듯 싶어요. 너무 많은 감을 처리하려니 곶감과 감말랭이 작업으로는 시간적 한계가 있어 올해는 곶감용, 홍시용 땡감으로 출하를 하려고 한답니다. 이미 200여박스는 포장을 하여 판매를 하였고, 남편 생각은 대략 200여 박스만 더 땡감으로 판매를 하면 될 듯 싶다고 하는데 그래도 감이 너무나 많아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랍니다. 대략 10만여개 이상의 곶감을 깎아야 하는데 이맘때면 추위와 고된 노동에 우리 부부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여간 고생이 아니어서 농사일로 밥을 먹고 사는 게 참 여간한 고생이 아닌 듯 항상 느낀답니다. 평생을 농사일로 쉼없이 일해오신 농촌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면 존경과 연민의 마음이 함께 일곤 하네요. 감을 깎기 시작하면 밥 때를 잊고 아이들도 잘 챙겨 주지 못하는데, 그것이 걱정입니다. 작년엔 친정 엄마가 아이도 돌봐주시고, 일도 도와 주셔서 마음적으로도 의지가 되어 좋았었는데 아쉽기도 하고 일이 힘들어 다시 오시라고 하기도 그렇네요. 남편 이야기로는 예전엔 겨울에 할 일이 없어서 동네분들과 어울려 닭을 잡아먹거나 따뜻한 군불을 지피고 고구마를 구워먹고 놀거리를 찾아서 즐겁게 겨울을 나곤 했다는데... 지금의 네팔 시골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오히려 그런 삶이 더 좋지 않을까 문득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어린 나이에 너무 일찍 시집을 와서인지 네팔에서의 추억들도 결국 어린 시절의 추억들뿐인데 생각해보면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들만 새록새록 나네요. 겨울에 거실에 장작불을 지피고, 감자를 구워먹고, 따뜻한 우유를 데워 먹으며, 가족들과 오손 도손 이야기를 했던 아련한 기억들. 저 멀리 몇 시간은 걸어가야 하는 친구집 친척집에도 산길을 돌아 찾아가면 따뜻하게 맞아주고. 한국에 와서 먹고사는 형편은 풍족해졌지만 그 반대로 삶의 여유는 없어지고 먹고 사는데 너무 집중하여 돈에 매달려 사는 듯 한 느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당연히 맞겠지만 이렇게 바쁜 일상이어서는 정말 왜 이렇게 죽기 살기로 살아야 하는가하고 회의감도 가끔씩 드네요. 우리 동네는 경치가 좋고 물이 좋아 여름엔 래프팅 오는 사람들, 가을엔 단풍구경 가는 행렬들을 수시로 보게 됩니다. 우리는 그때마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남편은 그들이 부러워서 가끔 푸념을 하곤 하네요. 저들도 항상 저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마당의 감 박스들의 가득 담긴 감을 정리하려면 바쁘게 생겼네요. 오늘도 열심히 파이팅~! 스스로 격려와 용기를 내어 봅니다. 군민여러분 화이팅 하세요. 그리고 힘내세요.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