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기는 어렵지만 농업에도 분명히 길은 있습니다.”
수동면 하교마을 인근 이 찬(29)씨의 과수원에는 주렁주렁 달린 사과가 붉게 익어가고 있다. 쌀쌀하다 못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시기지만 사과의 당도가 높아지는 계절이라 이 씨의 사과농장은 여전히 분주하다.
이 씨는 부모님의 사과농장을 물려받았다. 벌써 7년차다.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그가 사과농사에 뛰어든 것은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효심으로 시작한 그는 영농 열정은 사과농사 7년만에 경남 최고의 신인 농어업인으로 우뚝 서게 했다. 이 씨는 지난 11월16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2회 농업인의 날 기념 행사에서 ‘2017 경상남도 자랑스런 신인농어업인상’을 수상했다.
2남2녀 중 셋째로 태어난 이씨. 그의 꿈은 IT계열 쪽이었다. 당시 IT쪽의 인기가 높은데다 관심도 많아 고등학교 때부터 일찍이 전자과를 선택해 진로를 잡았다. 대학도 전자과에 입학했다. 농사일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어릴 적에 부모님을 돕기는 했어도 농사일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부모님이 편찮아지시면서 농사를 물려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농업에도 전문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군 제대 이후 농수산전문대로 편입해 농업에 대한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학교를 다니는 틈틈이 부모님 농사일을 거들며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라며 초보 농부 시절을 회상했다.
초기에는 어려움 보다는 불편함이 많았다고 한다. “주변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젊은 나이에 왜 농사일을 하는지 의문을 갖는 분도 계셨고, 몇 년이나 농사일을 할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며 “그 때는 솔직히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가 된 이 씨의 부모님은 그가 전업농부가 되는 것을 극구 말렸다고 한다. 평생 농업을 주업으로 삼아 농촌생활을 한 부모님은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이 씨도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도회지 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는 “농업은 계속 진화해 가고 있다. 그러니까 그에 대한 전문지식도 끊임없이 쌓아 나가야한다”며 새로운 농업기술 습득에 대한 열의를 보인다.
힘들게 배운 지식을 자신의 농장에 적용하기도 바쁘지만 이 씨는 주변 농가에 전파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저만 잘되는 것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에요. 다른 농가들도 함께 잘살아야 진정으로 농업이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라며 주변 사과농가에 병해충 예방법과 대응책 등을 알려준다고 한다. 그 밖에도 과수의 키를 높인 ‘고수고 밀식재배’ 기술을 도입해 단위면적 당 생산량을 증대하고 영농일기를 세분화하는 등 농가 소득을 증대한 공로로 자랑스러운 신인농어업인상 수상자로 뽑힌 것이다.
“1년에 보름도 채 쉬지 못했다”는 이 씨. 사과농사만 보고 달려온 그가 요즘은 색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어린이들이나 귀농·귀촌을 꿈꾸는 예비 귀농인들이 농사일을 체험을 할 수 있는 교육장이나 관광농업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3년전 함양읍 근교 1천여평의 밭에 체리 묘목을 심어 내년부터 수확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 체리농장이 체험형 관광농원의 시작이다”며 자신의 계획을 살짝 귀띔했다.
“취업난으로 젊은 친구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는데 농업에도 길이 있다”며 “요즘 농업은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조언했다.
사과농사를 시작한지 이제 만 7년이 되어간다. 7년전 농사일을 시작했고 결혼도 했다. 이제는 두 딸의 아빠가 됐다. 며칠전 농업인의 날에는 경상남도 최고의 농업인으로 뽑혔다. 젊은 농군의 두 어깨는 책임감과 함께 더욱 무거워짐을 느낀다. 강민구 기자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