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을 덮친 지진으로 사상 처음 연기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쌀쌀한 날씨 속에서 지난 23일 전국 1,180개 고사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242명의 수험생이 이번 수능을 접수한 함양지역에서는 함양고등학교와 함양제일고등학교 등 2개 고사장에서 1교시 시험에 7명이 결시해 모두 235명이 응시했다. 함양지역 1교시 결시율은 2.89%로 전국 평균 9.48%를 훨씬 밑돌았다. 필수과목인 4교시 한국사 시험에 응하지 않아 수능이 무효 처리된 수험생 3명을 포함하면 함양지역 최종 결시생은 10명으로 집계됐다. 2교시를 전후해 첫눈이 내린 함양지역 고사장에서는 부정행위 등 별다른 사건사고 없이 무사히 수능을 마무리했다.
고사장을 들어서는 수험생들은 “지진에다 시험연기 등으로 며칠 동안 어수선했다”며 “오늘 시험 이 중요한 만큼 마음을 다잡고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각 학교 교사 및 학부모들도 “3년 동안 노력한 결과가 오늘 하루 한번의 시험으로 평가된다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수험생 모두 최선을 다해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서 치러진 이날 수능에서 대부분 수험생은 두꺼운 외투에 얼굴을 묻은 채 입실 완료 시간인 오전 8시10분 전까지 모두 고사장에 입실했다. 일부 수험생들은 무릎 담요와 핫팩 등을 손에 들고 종종걸음으로 고사장을 향하기도 했다.
함양고와 함양제일고 고사장 입구에는 임창호 군수를 비롯, 박종선 함양교육장, 임재구 군의회의장 및 군의원, 진병영 도의원 등 지역 주요 기관 및 단체장 30여명도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함께하며 수험생들을 격려했다.
4개 교실에서 76명이 시험을 치른 함양제일고에는 아침 찬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함양지역 3개 고등학교 1~2학년 학생 30여명이 교문 양쪽으로 나눠 서서 ‘내년에는 캠퍼스로’ ‘잘해왔고 잘할거야’라는 응원 문구가 적힌 피켓 등을 들고 “함양고 파이팅” “안의고 파이팅”을 외치며 3학년 선배들의 수능대박을 응원했다.
함양고·함양제일고·안의고 학부모회 회원 10여명은 녹차와 커피 등 따뜻한 음료를 수능 하루 전부터 같이 준비해 제일고 고사장을 들어서는 수험생들에게 일일이 나누어 주며 추위에 웅크린 수험생의 몸을 녹여주었다. 165명의 수험생이 시험을 치른 함양고 앞에서도 수험생 격려가 이어졌다. 특히 함양에서 가장 거리가 먼 서상에서 수능을 치기 위해 함양고를 찾는 수험생들을 위해 서상고등학교 교사들이 이른 시간부터 교문에서 학생들을 맞이했다. 또 렘넌트지도자학교(함양군 수동면) 1~2학년 30여 명이 수험생 선배들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힘을 북돋웠다.
함양교육지원청 차수범 장학사는 “평상심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긴장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올해 처음 3학년 담임을 맡은 함양고 구영본 선생님은 제일고 교문 앞을 들어서는 제자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며 두 손을 꼭 잡고 격려했다.
김애숙 선생님(함양고)은 고사장에 들어서는 학생들을 뜨겁게 안아주었다. 5년째 고3 담임을 맡은 김 선생님은 “몇 년동안 노력한 결과가 한 번의 수능시험으로 결정된다는 것이 매번 안타깝고 안쓰럽다”며 그동안 고생한 제자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체온을 전하고 있었다. 안의고 신현배 교감은 “수능이 갑자기 연기돼 학생들이 다소 혼란도 있었지만 선생님들의 지도로 곧 안정을 찾아 오늘 시험을 준비했다”며 “모든 학생들이 최상의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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