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의 신록이나 일출은 새롭고 희망적이지만 가을 단풍이나 일몰은 그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허전하고 아쉬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들판을 가득 채웠던 황금물결은 빈 들판이 되었고, 노랗고 발갛게 자태를 뽐내던 단풍이 어느새 낙엽이 되어 길 위를 구르는 스산한 계절이 되었다. 일몰은 일출의 기약이고 낙엽은 신록의 기약이 아니겠는가.
누구나 각박한 경쟁 속에서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데 과연 그 목적이 무엇일까?
더 많이 가지기 위해서, 안락한 노후를 위해서, 자식들에게 집 한 칸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 더러는 못 다 이룬 꿈을 위해서, 행복하기 위하여… 그 모두가 이유가 될 수 있고, 목적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목적의 과정은 대부분 돈 버는 일로 귀결된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누리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의 전부라면 참 애석한 일이 아닌가.
십년만 젊다면 ‘인생을 다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한 계절을 뒤로 하고 길 위를 구르는 낙엽이 된 신록의 쇠락을 보며 십년 후를 미리 내다 본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새로운 인생의 항로를 설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저 낙엽의 신세가 되어 홀로 늙다가 쓸쓸한 죽음이 예견된 우리네 삶이 아니런가! 사람들의 마음 속 가득한 욕심을 신이라 한들 어쩔 수가 없겠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허욕의 실상을 매일 눈으로 보게 된다. 오늘은 전 정부 국정원장 두 사람이 구속되었고, 조만간 또 한 사람 전직 대통령이 수사를 받게 될 모양이다. 다 허망한 목적과 허망한 욕심이 낳은 필연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를 바라보는 세간의 인심은 두 갈래로 확연히 갈리는 것 같다. 그 하나는 해먹은 놈들 모조리 잡아 쳐 넣어야 된다는 쪽과 지들도 뒤로는 똑 같이 해먹고 있을 것이면서 해도 너무한다는 쪽이다. 세상의 인심이 어디로 가는 지는 다음 지방선거 결과로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지만 살아 있는 현재 권력의 눈 밖에 난 사람들이 적폐청산이란 오라에 줄줄이 엮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십년이 지나면 잡아들이는 권력과 잡혀가는 권력이 바뀔 뿐 똑 같은 모습을 보게 될 것 같다.선거가 다가오면서 감투를 꿰 차려는 사람들의 행보가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평소 데면데면 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친한 척 온갖 안부를 물어오고 목을 90도로 꺾어 내린다. 그들의 목적이 표이고 보면 어쩔 수 없지만 그 또한 어쩐지 어색하고 거북하며 안쓰럽다. 허망한 목적과 허망한 욕심이 낳는 참담한 결과를 알아야 할 텐데 꼴뚜기 뛴다고 망둥어까지 이리 펄쩍 저리 펄쩍거리니 어찌 안쓰런 생각이 안들겠는가 말이다.
분수에 맞는 처신은 삶을 긍정적이며 역동적으로 끌고 가는 힘의 원천이다. 가치관도 철학도 능력도 없이 나도 한 번 해보자고 나서는 삶은 사는 게 아니라 억지로 살아지는 것이다. 선거판에서 돈으로, 연줄로, 온갖 음모로 얻어 꿰찬 감투가 영원할 줄 아는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많이 벌어 혼자 잘 사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인가? 감투가 없더라도, 적게 벌더라도 이웃들과 다툼 없이 여유롭게 사는 것이 훨씬 희망적이고 행복한 삶이다.
여유롭고 행복한 삶에 돈이 많을 필요도 지체 높을 이유도 없는 것이다.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자식으로서 이웃으로서 또 어른으로서 경우 바르게 정성을 다 하는 삶의 자세를 이 가을에 배운다면 한해가 저물어 가는 아쉬움이 덜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네 삶의 희망을 달리 찾아야 한다. 낙엽이 타는 연기를 보며 먼저 간 사람들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말의 의미를 새겨볼 일이며, 그 재를 보며 먼저 간 사람들이 남긴 자취를 더듬어 볼 일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더 가지려 애쓰지 말고 나누며 살라하고, 하나 같이 한줌 흙으로 한 평 땅 속에 누웠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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