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를 만들기 시작한 지 채 3년이 되지 않았다. 내로라하는 치즈 달인들이 출품한 자연치즈 콘테스트에서 당차게 금상을 차지했다. 한창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스물다섯 아리따운 청춘이다. 함양 유림면 유림북로에 위치한 삼민목장 손민우(59) 대표의 외동딸 손현정(25)씨 이야기다. “치즈는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 같다”는 손현정씨. 그가 지난 11월11일 농업인의 날을 맞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과 (사)한국목장형유가공연구회에서 주최한 제12회 목장형 자연치즈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삼민목장은 젖소 사육에서 유제품 가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원스톱으로 이루어진다. 현정씨의 부모와 두 오빠 등 다섯 식구 모두가 이곳에서 각 분야를 나눠 일하는 가족기업이다. 그중에서 현정씨가 맡은 일은 치즈와 요구르트를 만드는 유가공 분야이다. 그는 3년전 대학을 졸업한 뒤 가족기업인 삼민목장에 합류, 아버지 손민우 대표로부터 본격적으로 치즈 가공기술을 전수 받고 있다. 경상대 농대를 졸업한 현정씨는 두 오빠와 마찬가지로 대학을 졸업한 뒤 이곳 삼민목장이 일터가 됐다. “치즈 만드는 일이 너무 재미있다”면서도 “치즈는 속을 잘라보기 전까지는 발효상태를 알 수 없어 치즈가 완성될 무렵이면 늘 설레고 긴장된다”고 한다. 그래서 “만들면 만들수록 어려운 게 치즈인 것 같다”며 보다 좋은 치즈를 만들기 위해 배워야 할 게 많다고 했다. “치즈를 만들기 시작한 지 아직 3년이 못 됐는데 이런 큰 상을 받을 수 있었냐”고하자 “스승님이 훌륭하시잖아요”라며 아버지를 추어올린다. 현정씨의 스승이자 삼민목장 대표인 손민우씨는 농촌진흥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 명인’이다. 우리나라 축산분야 1호(2009년) 명인으로 뽑힐 만큼 이미 기술력을 공인받았다. 2012년에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신지식농업인장’도 수상했다. 손 대표는 35년전 소 두 마리로 산청 단성면에서 축산업을 시작했다. 삼민목장이 이곳 유림으로 터전을 옮긴 것은 12년전 현정씨가 중학교에 다닐 때였다. 두 마리로 시작했던 젖소는 어느새 100마리로 불어나 목장 규모도 커졌다. 젖소 품종개량과 우유 생산에 주력했던 손 대표는 1997년부터 유가공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내는 목장형 자연치즈라는 것이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시기다. 젖소를 키우는 틈틈이 유럽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 유가공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쫓아다녔다. 10여년 전부터 손 대표의 노력은 결실을 맺기 시작했고 국내 자연치즈 가공분야에서도 정상급 실력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20년 노하우가 축적됐다. 손 대표의 이런 노하우는 3년전부터 딸 현정씨에게 그대로 전수되고 있다. 삼민목장의 유가공제품은 목장에서 그날 생산한 질 좋고 신선한 원유를 바로 가공해 만들어지는 데다 오랜기간 축적된 기술력으로 풍미를 더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삼민목장에서 생산하는 유가공식품은 요구르트와 치즈 등 10여종이다. 이번에 금상을 차지한 치즈는 ‘프릴’이다. 치즈의 절단모양이 치마 레이스를 닮아 붙인 고유브랜드라고 한다. 치즈는 구워먹는 생치즈, 신선치즈, 숙성치즈 등으로 구분되는 데 최소 이틀(스트링)에서 6개월(고우다)의 발효 및 숙성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현정씨는 “아버지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죠”라며 “열심히 배워서 제가 아버지 나이가 되었을 때 아버지 실력을 뛰어넘는 게 목표”라며 당찬 포부를 밝힌다. “질 좋은 치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돈맛을 알면 안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다”는 그녀는 대한민국 최고의 치즈명장이 되는 그날을 꿈꾸며 오늘도 자신을 담금질하고 있다. 정세윤 기자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