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너무나 쉽게 책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원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이다. 과거에는 한자를 배울 수 있었던 일부 식자층에서만 필요한 정보를 접하는 것이 가능했고, 또한 출판 기술의 문제로 관련 서적 또한 다양하게 구해서 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정보를 거의 무한대에 가깝게 볼 수가 있는 시대가 되었다. 동양학 또한 이제는 출판물로 다양하게 나올 뿐만 아니라 원광대학교 등 여러 대학교에서도 학과의 정규과목이나 평생교육원의 교양과목 등을 통해 그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드디어 미신으로 치부되거나 고리타분한 음지의 학문에서 학술적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학문으로서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조선시대에는 과거제도의 잡과에 속한 음양과 안에 천문학, 지리학(풍수지리학), 명과학(사주명리학)이란 국가고시로 엄연히 존재해 왔던 학문이라는 점에서 동양의 술수학術數學은 결코 가볍게 볼 학문이 아니다. 동양의 모든 학문은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원리에 뼈대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음양오행은 세상의 이치 즉 우주의 원리를 풀어내는 만능열쇠이니, 이 음양오행만 제대로 안다면 동양학 공부의 반 이상은 완성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령 천문天文에 속하는 사주팔자四柱八字는 시간의 음양오행陰陽五行을 배우는 것이며, 지리地理에 속하는 이기풍수理氣風水는 공간의 음양오행陰陽五行을 배우는 것이며, 인사人事에 속하는 양생술養生術은 시공간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음양오행陰陽五行을 배우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천문天文에서는 양의 10천간天干과 음의 12지지地支로 이루어진 간지干支를 통해 하늘의 에너지(天氣)를 공부하는 것이며, 지리地理에서는 양의 바람風과 음의 물水로 이루어진 풍수風水를 통해 땅의 에너지(地氣)를 공부하는 것이며, 인사人事에서는 양의 상승上昇하는 화(火, 虎)와 음의 하강下降하는 수(水, 龍)로 이루어진 수승화강水昇火降을 통해 사람의 에너지(人氣)를 공부하는 것이다. 또한 동양학의 핵심인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원리는 자연계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인데, 특히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해야 더 잘 알 수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1년 내내 응축의 기운(水)이 지배하는 추운 알래스카나 1년 내내 발산의 기운(火)이 지배하는 더운 아마존에서는 이러한 우주변화의 원리를 담고 있는 학문이 제대로 나올 수가 없다. 필자는 서양의 과학자나 철학자들이 동양적 세계관이나 자연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깊이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접근할 수 있는 나라가 동양의 국가들 중에 특히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한국이라 생각한다. 중국이나 일본도 있지만, ‘한자漢字’와 ‘기氣’의 해석능력은 특히 우리나라가 뛰어나다고 보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로 전 세계적으로 중국과 더불어 일상어 속에 ‘기氣’란 단어가 가장 많이 보존되고 사용하고 있는 민족이니 말이다. 현인賢人은 “공부工夫는 상통천문上通天文. 하달지리下達地理. 중찰인사中察人事”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는 하늘의 이법을 통하고, 땅의 이치를 통하고, 사람 사는 이치를 꿰뚫어서 세상만사를 환히 통하게 되어 알지 못하는 바가 없게 된다는 뜻이다. 즉 진정한 공부는 천문, 지리, 인사에 두루 능통해야 한다는 말인데, 평생을 통해 그러한 능력을 갖춘 학인을 만나기란 정말 어려울 것이다. 또 설문해자에 보면 일一은 하늘, 땅, 막대기로 처음의 태극(1태극)으로 도道는 일一을 바탕으로 천지二로 나뉘고 만물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공부工夫하다’에서 공工의 의미는 하늘(一, 陽)과 땅(一, 陰)을 연결하여 완성하는 천지인 합일合一을 뜻하는데, 바로 인간 완성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道通)을 말한다. 곧 동양에서의 공부는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하늘과 땅의 본체本體와 작용作用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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