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몇 년 전, 서너 명의 중학생들이 지나가며 “우리 동네 아저씨가 출마하는 것을 보니 군의원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거리에 선거방송이 넘치고 출마자들의 대형 인물사진이 나붙어 있던 시기였다. ‘동네 아저씨’가 의미하는 것은 ‘잘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는 것은 ‘잘 아는’ 그 아저씨가 하겠다는 것을 보니 기초의회의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 듯 하다는 의미로 들렸다.
기초의회에서 하는 일은 자치단체의 예산·결산의 심의·의결기능과 조례제정의 입법기능, 자치행정의 감사기능, 지방행정조정 기능 등이다. 전문성과 자질(성품·능력·실력)에 대한 검증 없이 행정과 무관한 직업에 종사하던 선출직이 경험이 없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나랏일을 보는 사람의 자질을 지엄하게 검증했고 지금은 일반인의 취업도 학력 취득과 함께 높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지방의회 선출직은 해당주민의 투표로만 결정한다. 투표란 후보자의 직에 대한 자질을 완전하게 파악할 수 없는 가운데 누군가를 결정 하도록 요구받는 장치이다.
기초의원은 잘 아는 동네사람들이므로 자질에 대한 주민들의 의구심이 더 높아진다. 책임감이 부족하고, 인격이나 도덕성에 문제가 있으며, 법을 어기고 언어사용능력이나 행정에 대한 지식이 결여되어 있다면 자질이 부족한 것이다. 행정업무의 중요한 심의나 의결과정에 참여하려면 업무의 전반을 꿰뚫고 있어야 하는데 해석과 판단이 어려워 ‘그냥 패스’로 일관하거나, 서로 ‘손잡고 패스’해 주는 경우도 없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타지역 군의원 출신의 어느 학교운영위원장은 예산·결산편성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도 부족하고 관련용어를 모르면서도 고압적인 태도는 버리지 않았고, 또 앞뒤없이 자기의 편의를 위해 민원을 제기하던 군의원 출신도 있었다. 선출직의 자질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지점이다.
지난 8월 국회개혁특위의 특별·광역시 기초의회 폐지법안을 발의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를 통합한다는 내용이다. 기초의회 폐지론과 무용론은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대두되었던 일이다. ‘월간지방자치’에서는 기초의회 폐지론에 대한 좌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2015년 전국 지방의회 운영비는 2천2백억원으로 의정활동비 525억원, 월정수당 986억원이 전체지방의원 3천 6백여명에게 지급되는데 문제는 당선 후 불법 사건에 연루되어 사법처리 된 지방의원이 민선 1기부터 6기까지 천 4백여명에 이르러 지방의회 무용론, 폐지론이 끊이지 않는다’는 보도(2015.Jtbc)도 있었다. 진주시의회의장 구속(2015)과 관련된 당시 기사(뉴스경남 2015.2.4.)에는 “지방의회는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지역의 혈세를 낭비하는 대표적인 흡혈제도”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사익을 챙기고 약자를 괴롭히는 이른바 갑질 횡포는 강력한 처벌과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국회의원이 300명이나 있는데 왜 수천명의 지방의회 의원들이 필요한지 의문이다”등의 시민들의 불만도 함께 실려있었다. 기초의회 무용론이나 폐지론은 이와같이 대부분 비리와 관련되어 있고 이는 자질 부족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기초의회 무용론이나 폐지론이 시시때때로 불거져 나오는 이유다.
선거철이 다가오기 전에 유권자들이 사람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하지만 “눈여겨 볼 만한 사람이 없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냉소적인 분위기도 기초의회 무용론이 대두하게 된 원인이다. 지자체단체장을 비롯해 기초의원 후보자로 나설 사람들은 스스로 직을 맡을 만 한 자질을 갖추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후보자로 나서는 목적을 ‘젯밥’에 두고 군민을 우롱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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