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빛깔만 봐도 국산인지 수입산인지 알지.”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지리산함양시장에서 50년째 가업을 잇고 있는 ‘한주소금’ 김세권(73)·박삼순(71)씨 부부는 소금박사가 다 됐다. “전통시장에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장사를 하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텐데 젊은이들은 들어오려 하지 않고 갈수록 손님도 줄어들어 걱정이다”는 김씨 부부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좋은 시절 다 갔다. 지금은 소금 팔아 밥도 못 먹고 산다”는 김세권씨 부부는 17년 전부터 소금판매와 함께 반찬가게를 같이하면서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지금은 함양군 인구가 4만정도지만 한때는 10만명이 넘었었다. 그때는 대형 마트도 없었고 오직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던 시절이라 오일장이 열리는 날에는 끼니도 제때 못챙길 정도로 바빴다“고 했다. 더구나 김장철에는 소금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하니 얼마나 장사가 잘됐는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김장철이 다가오는 이맘때면 창고엔 소금 가마니로 꽉 찼는데 지금은 그 때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된다”며 텅 비다시피 한 창고를 가리켰다. 김씨는 군복무를 마치고 1톤짜리 용달차로 화물업을 하다 스물아홉에 아버지가 운영하던 소금가게를 이어 받았다. 결혼한지 6년째 되던 해다. 김씨의 소금가게는 지리산함양시장 제2주차장 인근 아버지가 처음 점포를 차렸던 위치 그대로다. 김씨의 소금포는 50년째 한자리에서 함양시장과 운명을 같이하며 동고동락하고 있는 것이다. 지리산함양시장에 없어서는 안 될 빛과 소금이다. “처음 소금가게를 시작할 때만해도 상당히 장사가 잘됐다. 그런데 지금은 인구도 줄었지만 음식을 짜게 먹던 식습관이 바뀌면서 소금 소비량도 많이 줄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대형 마트까지 계속 들어서니 전통시장은 설자리가 없다”며 함양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을 토로 했다. 김씨 부부는 “지금은 아들하고 딸이 다하지 우리는 이제 소일거리 삼아 좀 도와주는 거지 뭐”라며 말끝을 흐린다. 아들과 딸이 3대째 가업을 잇는데 대한 든든함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모양이다. 둘째딸 미선(47)씨는 어머니를 도와 반찬가게 일을 하고 있다. 모녀는 가게 문을 닫고 나면 할 일이 더 많다. 다음날 만들 반찬재료를 밤늦게까지 다듬고 손질한다. 다듬어둔 재료는 가게 문을 열기 전까지 이른 아침부터 그날 판매할 만큼만 반찬을 만든다. 그래서 가게이름도 ‘즉석 반찬’이다. 미선씨도 어머니 박삼순씨의 손맛을 닮았는지 무슨 반찬이든 뚝딱뚝딱 잘 만든단다. 한번 맛을 본 사람은 단골손님이 될 정도로 맛도 일미다. 김치부터 각종 조림까지 무려 55가지 반찬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가게에서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몇 년 전부터 병·의원과 기업체 등에 반찬도시락을 공급하기 시작해 지금은 50곳에 매일 반찬과 국을 배달하고 있다. 거래업체가 늘어 외국계 회사에서 잘나가던 아들 준호(44)씨까지 직장을 정리하고 이 일에 합류했다. 준호씨는 반찬도시락 배달이 전문이다. 벌써 4년째다. 김씨 부부는 “먹고 살기 위해 거의 평생을 시장에서 장사를 하다 보니 자식들이 어렸을 때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며 “그래도 소금가게를 한 덕에 4남매 다 공부 시키고 결혼까지 시켰으니 그만하는 됐다”며 위안을 삼는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우리 부부도 소금장사한지 40년이 넘었는데 눈으로만 봐도 어디 소금인지 안다”며 “장사가 잘될 때나 안될 때나 절대 양심을 속이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씨 부부는 “전통시장은 동네 장사나 마찬가지”라며 인정 넘치는 지리산함양시장이 옛 명성을 되찾아 더욱 활성화하기를 소망하고 있다.정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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