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여러 추억이 있습니다. 제가 학생일 때의 가을은 아주 바빴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지방마다 다르지만 제 고향의 고등학교들은 문화제하고 체육대회가 항상 9월말에서 10월중에 있었습니다. 그 때는 방과 후 시간이 아주 바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초등학생 때 뿐 만아니라 고등학생 때도 체육대회나 문화제에는 가족들이 많이 왔습니다. 일부러 날짜를 일요일에 잡아서 가족들이 많이 올 수 있게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다음날 월요일에 학교를 쉴 수 있었습니다. 체육대회나 문화제때는 손님이 많아서 아무래도 준비에 힘과 정성이 들어갑니다. 체육대회 때 3학년은 가장행렬을 합니다. 일본의 모든 학교가 이런 전통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제 지방에 있는 학교는 거의 다 가장행렬을 했습니다. 행렬할 때 다시(축제 때 끌고 다니는 큰 장식을 한 수례)를 만듭니다. 우리 고등학교는 한 학년에 10개 반이 있었지만 각반마다 주제를 정하고 다시나 의장을 준비했습니다. 정치계를 풍자하는 반도 있으면 동화나 여화의 주인공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보통 남자가 여장남자 여자가 남장여자를 했죠. 저는 기억이 확실하지 않지만 아프리카 쪽의 원주민 같은 분장을 했던 것 같습니다. 고향에 가면 사진이 있겠지만 여기에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모든 것을 학생들이 준비합니다. 그래서 비싸지 않아야 되고 어렵지 않아야 된다는 조건 가운데에서 다함께 준비했습니다. 그 때 생각만 해도 청춘이었습니다. 반 전체가 나갑니다. 운동장의 트랙을 한바퀴 돌고 뛰고 있는 반이 트랙 3분의1정도까지 가면 다음 반이 출발합니다. 보통 트랙이 400m인데 길이가 10m정도 있는 행렬이 트랙 상에 3개정도 나오면 응원석에서 나오는 환희가 아주 뜨거웠습니다. 부모들은 아들이, 딸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까 기다리고 나오면 그 누구보다도 집중합니다. 부모 중에서는 자기 딸이나 아들이 너무 분장을 진하게 해서 못 찾는 분도 계십니다. 그 다시들은 체육대회 마치고 3학년들만 남아서 태우면서 잠시 춤을 추고 노래하고 하루의 추억에 담깁니다. 진짜 청춘이었죠. 체육대회 마치면 바로 문화제 준비에 들어갑니다. 체육대회 때는 각반에서 준비했지만 문화제는 클럽활동을 하는 각 클럽에서 준비했습니다. 클럽마다 성과발표를 위해 정성껏 준비합니다. 문화제는 보통 금 토 일요일의 3일 동안입니다. 토요일 일요일에는 외부에서 손님이 많이 오시고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 다른 학교 선생님도 오셨어요. 제가 고등학생 때는 아직 토요일도 학교에 가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일요일의 대체휴일만 월요일에 쉬었습니다. 그래서 일요일은 사람도 많이 와서 신나기도 하고 내일 쉰다는 마음으로 기분이 최고로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일본 가야금의 클럽에 참여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배웠었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가야금클럽이 있는 것을 보고 바로 들어갔습니다. 3일동안 기모노를 입고 있어야 되서 불편하기도 했지만 친구들과 합숙까지 하면서 연습했던 것을 많은 분들 앞에서 연주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루에 3, 4번 연주하고 나머지 시간은 손님 체험시간으로 해보고 싶은 분들에 가르쳐 주기도하고 교대로 다른 클럽을 구경하러 가기도 했습니다. 점심은 평소는 도시락을 매일 가져갔지만 그 날은 요리 클럽이 판매하는 식권으로 우동이나 유부초밥 등을 먹었습니다.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모르겠습니다. 일요일에 문화제가 다 마치면 바로 치우고 문화제의 마지막 클라이맥스 우치아게(함께 준비했던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반성회를 하는 것)가 있습니다. 학생들만 식당에 가서 밤에 모이는 것은 금지였지만 그 날 만은 쌤들도 센스있게 알면서 모른 척 해주셨습니다. 옛날에는 그런 사회 흐름에 여유가 있었고 유머가 많았습니다. 오래간만에 고등학생 때를 떠올리면서 써봤습니다. 환경적으로 보면 옛날이 더 부족하고 없는 것도 많았겠지만 왠지 뿌듯하고 그립습니다. 그것이 추억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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